윤석열이 사법고시에서 9수를 한 이유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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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검창청장이 될 때, 윤석열이 사법시험에 9수를 하며 후배들을 가르쳤고(주의:중앙일보 링크), 그렇게 윤석열에게 배운 후배들이 사법고시 선배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뭐 유달리 시험운이 안 좋았다거나, 시험 볼 때가 됐을 때 뭔가 안 좋은 일이 연달아 터졌다거나 그래서 9수를 하게 된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해 썼다는 방명록을 보니, 왜 9 수를 하게 된 것인지 알겠다.

윤석열이 김대중 대통령 도서관의 방명록에 남긴 문장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한 줄의 짧은 문장은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문장이 좀 이상하다. 문장의 필수성분만 남겨보자.

(나는) 성찰과 가르침을 새기겠습니다.

좋다. 그럼 생략된 부분을 살펴보자.

  1.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2. 깊이

엄밀히 말하자면, 1 번은 문제로 보자면 문제다. 수식어구가 저리 길면 의미 전달이 불분명해지는 건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쓰기 좋아한다는 말을 빌리자면) 자명하다. 그래도 정확히 쓰기만 했다면야 뭔 문제가 있겠는가? 그럼 우선 인터넷에서 이야기되는 것을 살펴보자.

  1. 인터넷에서 이야기되는 것 중 하나 : ‘지평선’은 ‘지평’의 잘못이다.
    • 이건 윤석열 전검찰청장의 단순한 어휘력 부족으로 보인다.
  2. 인터넷에서 이야기되는 것 중 하나 : ‘성찰’은 ‘통찰’의 잘못이다.
    • 원래 꾸밈을 받는 말인 ‘성찰과 가르침’은 꾸며주는 말 안의 일부 요소인 경우다. 그리고…. 이 낱말들을 꾸며주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님의’는 꾸며주는 말 안에서는 주어 역할을 한다.
    • 정리하자면 ‘김대중 대통령님은 성찰과 가르침으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을 열었다.‘가 된다. 이때 ‘성찰과 가르침’은 (윤석열 전검찰청장이 그런 의도로 문장을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를 정리한 말로 보인다. 즉
    •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 = 성찰과 가르침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성찰은 주어가 자기를 뒤돌아보아 스스로의 언행을 되짚어보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주어에 ‘김대중 대통령님’이 들어가니 뜻이 이상해져 버렸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이 낱말을 잘못 썼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으면, 윤석열 전검찰청장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것 같다.)
  3. 이제 다시 문장을 정리해보자.
    김대중 대통령님은 통찰과 가르침으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을 열었다.
    • 사실은 ‘가르침’도 말이 안 되긴 마찬가지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누구에게 뭘 가르쳐줬나? 그런 것 전혀 없다. 뭔가 말을 넣어야 한다면,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에 맞는 단어…. ‘선견지명’ 정도가 어울릴 거라 생각한다.

이제 다시 문장을 조립해보자.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통찰과 선견지명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이렇게 됐는데, 이상한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다.

  • ‘정보화 기반’은 아마도 ‘정보화 사회’였지 않았을까? (근데 이런 상용 표현으로 바꾸더라도 뜻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 ‘인권의 가치’는 무슨 뜻으로 쓰인 말일까?

솔직히 왜 이 표현들이 들어갔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단순히 내 추측을 적어보자면, 뭔가 좋은 말을 넣고 싶은데 그러려니 말이 길어지고, 그런 말을 무리하게 짧게 줄이다 보니 의미 전달이 제대로 안 되게 정리된 것 같다. 아무튼 이 두 어구는 많이 생뚱맞은 표현이다. 이렇다 보니, 짧은 문장 하나를 교정하는 것도 무척이나 고된 일이 되어버렸다.

  • ‘김대중 대통령님의’는 수식어구의 주어격인 표현인데, 그게 맨 뒤로 들어가 버렸다. 보통의 우리말이라면… 아니 대부분의 경우엔 외국어라 하더라도 알아듣기엔 별로 좋지 않은 방법이다. 따라서 수식어구의 맨 앞으로 옮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말 특성상 쉽게 생략된다.)
  • 또한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문구는 서로 가까워야 읽고 이해하기 쉬워진다. 따라서 2 가지 단어끼리 묶인 것을 분해해서 재조립해야 한다.

그래서 이걸 정리하면 이런 정도의 문장이 된다.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정보화 사회에 대한 선견지명과 인권의 중요성에 대한 가르침으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을 여신 뜻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이런 정도로 적었어야 하는 게 좋았을 것 같다. (사실은 온전한 문장을 만들고, 이걸 다시 윤석열 전검찰청장이 쓴 문체를 살려 낱말의 순서와 어휘를 바꾸었다. 그랬더니 이상한 부분이 다시 잔뜩 생겼다.ㅜㅜ)


아무튼, 윤석열이 사법고시에서 9수를 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간단한 문장 하나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논술시험을 통과할 수 있겠는가? 채점관이 답안지 뜻을 이해하려고 읽다읽다 지쳐서 매번 탈락시켰을 것이다. (9 번째엔 어떻게 통과했는지 신기하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어떨까? 지시를 항상 구두로만 내려야 할 것이다. 글로 지시를 내리면 지시를 받는 사람이 뜻을 정확히 몰라서 상당히 고생하게 될 테고, 만약 잘못된 의미로 해석해서 실행하면 엉망진창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뭐… 이미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두 번이나 앉혔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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