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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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 : einbert (원본보기)
처음 쓴 날 : 2005/07/31 10:32

현행 교육제도상 (공식적으로) 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석.박사 과정을 마쳐야만 한다 – 이 둘을 합쳐 ‘대학원 과정’이라 할 경우, 이 대학원 과정의 ‘공부’는 대학 이하의 공부와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일단, 대학원 진학자의 개인적인 ‘의도’는 논외로 할 경우, 대학원의 목적은 ‘학자 양성’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학생도 대학원생도 다 같이 ‘공부’라는 것을 하지만, 대학생은 ‘공부’가 다른 것을 하기 위한 진행과정이지만, 대학원생은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이자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부’를 업으로 삼을 사람들을 양성하는 곳이 대학원이라 하겠다.

그 ‘양’이 다르다 함은, 공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기 때문에 정신적인 사고의 깊이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말한다. 공부에서 가장 힘든 점은 내가 공부하는 지식이 과연 제대로된 공부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대학생의 생활까지는 이러한 판단을 해볼 기회가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뤄져야 하는 이러한 판단이 타인에 의해서 사실상 박탈당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부에 있어서의 당위성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정당한 하나를 공부하지 못하고 여러가지를 같은 수준으로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공부해야 할 분량이 대학원 진학과 동시에 엄청나게 증가하게 된다. ‘양의 증가’가 부담이 되는 이유는 공부할 내용이 어려워지는 것도 한 요인이겠지만 이와같은 ‘판단의 불확실성’이 중요한 원인이다.


대학원의 공부가 대학공부와 양/질적으로 차이난다 함은, 그 공부하는 자료의 내용과 제공 방법이 달라짐을 의미한다. 배운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는 것은 둘 다 공유하는 기본전제이다. 하지만 대학원 공부는 이에 추가되는 아주 중요한 덕목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오늘 말하고자 하는 ‘Self-Study’라는 것이다 – ‘(교과과정 외) 자기 공부’ 또는 ‘스스로 찾아 하는 공부쯤이 되겠다.
주어지는 것만 공부해서는 ‘學’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 할 수 없다. 일 잘하는 사람이 일을 찾아서 하듯이, ‘學’을 업으로 삼을 사람이라면 ‘공부’를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한다.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는 이유는 ‘창조적인 진보’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누구는 이랬다 하더라, 또 누구는 저랬다 하더라, 이 자의 주장에 의하면, 저 자의 주장에 의하면, 이런 식의 멘트만 날리는 사람은 학자가 아니라 ‘앵무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과정에서도 교과서(textbook)가 제공된다는 점은 대학까지의 공부와 공통적이지만 대학원 공부가 부담스러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교과서 뿐만 아니라 스스로 ‘공부꺼리’를 찾아서 공부해야 한다는 데 있다 – 즉 교과서를 넘어서서 ‘스스로 찾고’, ‘스스로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바꿔 생각할 경우, ‘Self-Study’를 하지 않고 주어진 교과서만 공부를 해온 학생이라면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자’가 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원 공부를 대학생활의 연장쯤으로 생각하는 대학원생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깊이 반성하고 Self-Study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진짜 공부할 다른이들의 자리를 빼앗은 격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까지는 Self-Study를 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성적이 잘 안 나오므로 대학원 진학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박사학위란 ‘Self-Study’를 할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는 공식적인 서류에 불과하다 – 대학원생과 박사학위 수여자의 차이점은 ‘공식 서류’를 갖췄느냐 아니냐에 있을 뿐, ‘Self-Study’를 하는 측면에서는 서로 동일한 것이다.

스스로 연구꺼리를 찾고, 그 주제에 대해 스스로의 생각을 펼쳐 나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덕목(?)들이 요구된다:

1. 관심분야/전공에 대한 깊은 이해
2. 비판적 사고 함양
3.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진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
4. 문제의 발견과 발견된 문제를 향해 매진하는 자세와 능력

세상에 공부만큼 편한게 어딨냐? 이 말은 맞고도 틀린 말이다.
사람들에겐 자기만의 재능이 있다. 어떤 사람은 남에게서 배우는 재능이 탁월하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 공부하는 재능이 탁월하다. 전자는 ‘學習’이 편할테고, 후자는 ‘學’이 훨씬 편할 것이다. 자기와 맞지 않는 공부를 한다면 제아무리 공부에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육체노동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고통스러운 ‘공부’가 될 것이다.
자신이 대학원에 진학해서 Self-Study가 힘들다고 힘든 길을 포기하고 편하게 textbook만을 공부한다면 진짜 ‘學’을 위해 공부해온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죄를 짖는 것과 다름이 없다.


뱀발:
물리학과에는 이런 전해지는 말이 있습니다.
물리학에서 박사학위의 유무는 낯선 물리학 논문을 접했을 때 혼자서 그 논문을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를 뜻하는 것이라고…

뱀발:
수정해서 공개하는 것을 허락해 주신 einbert 님께 감사드립니다.

뱀발: 2010.09.06
수정 없이 그대로 공개합니다.

5 comments on “Self-Study”

  1. 와…. 정말 이 블로그는 포스팅마나 안 공감되는 내용이 없네요. 그런의미에서 저는 직접 찾아서 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춘듯 하네요 ㅋㅋㅋ
    그나저나 골든버그님이 쓰신 글들좀 퍼가고싶은데 아쉽게도 퍼가기기능이 없네요(네이버)..
    네이버랑 구글 통합블로그? 그건가요?

    1. 전 이곳에서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펌은 허용하지 않고 있고, 원하시면 혼자 보실 수 있게 비밀글로 옮겨가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 예전 블로그와 도메인도 그대로 남아 있더군요. 블로그를 통합하지 않고 따로 운영하는 것인가요?

    1. 그 도메인 처리가 참 어렵네요….. 그냥 버려야 하는 건지… 그대로 남겨둘지…..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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