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블로그의 도(The Tao of Blog) – 확장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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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블로그의 도(The Tao of Blog) – 확장수정

민노님네 글을 읽으러 갔다가 링크타고 가서 이 글을 발견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읽으시고 블로그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좀 더 나은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고, 블로그 세계로의 여행이 더 즐거워 지리라 생각해서 퍼오게 됐습니다.

모두 행복하시길~





출처 : Tabula Rasa

Book One – The Silent Void

사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글에 트랙백을 제대로 보낼 수 있다면 하산해도 좋으니라.”

1.1
조용한 무(無)에서 무엇인가 신비로운 것이 생성되어 탄생했다. 홀로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는 그것은 한때 고요했고 여전히 정적인 상태에 있다. 그것이 바로 모든 블로그의 기반이다. 나는 그것의 이름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블로그의 도(道)라 부르겠다.
만약 도가 위대하다면 RSS가 위대한 것보다 더 위대하다. 만약 RSS가 위대하다면 트랙백이 위대한 것보다 더 위대하다. 만약 트랙백이 위대하다면 블로그가 위대한 것보다 더 위대하다. 방문객은 기뻐하고 그것이 전 세계의 조화이다.

블로그의 도는 정처없이 흐르고 아침바람을 타고 돌아온다.

1.2
도는 인디 블로그를 낳았다. 인디 블로그는 포털 블로그를 낳았다. 이제 만가지 정도의 블로그들이 있다.
블로그들은 각각의 목적이 있다. 비록 그 목적이 아무리 하찮을지라도. 블로그는 도의 음과 양을 표현한다. 블로그는 도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피할 수만 있다면 한미르 블로그는 이용하지 말지어다.

1.3
태초에 도가 있었다. 도는 공간과 시간을 낳았다. 그렇기에 공간과 시간은 블로그의 음과 양이다.
도를 따르지 않는 블로거는 언제나 그의 글을 포스팅할 시간과 공간이 부족하다. 도를 따르는 블로거는 언제나 원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갖는다.

그 밖에 무엇이 더 있을 수 있단 말인가?

1.4
현명한 블로거라면 도를 듣고 그것을 따른다. 평범한 블로거라면 도를 듣고 그것을 찾는다. 한심한 블로거라면 도를 듣고 그것을 비웃는다.
비웃는 자들이 없다면 도 역시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가장 높은 경지의 블로그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전진하는 것은 후퇴의 한가지 방법이다. 가장 위대한 재능은 인생에서 뒤늦게 나타나는 법이다. 심지어 완벽해 보이는 블로그조차도 여전히 잘못된 부분이 있다.

Book Two – The Ancient Master

사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흘 동안 블로깅을 하지 않는다면 손가락에 가시가 돋느니라.”

2.1
과거의 블로거들은 신비롭고 심오했다. 우리는 그들의 생각을 통찰할 수 없기에 그들의 모습만 묘사할 뿐이다.
물을 가로지르는 여우처럼 영리했고, 전장에 나와있는 장수처럼 신중했으며, 손님을 기다리는 종업원처럼 친절했고, 조각되어지지 않은 나무토막처럼 단순했으며, 어두운 동굴 속의 검은 연못처럼 가려져 있다.
누가 그들의 마음과 양심의 비밀을 말할 수 있는가?

그 대답은 오직 도 안에 있을 뿐이다.

2.2
위대했던 옛 블로거중 한명이 어느날, 그가 블로그 속에서 살아가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 그는 외쳤다.
“현실의 내가 블로그 속에 살고 있는 꿈을 꾼 것인가, 블로그 속의 내가 현실의 꿈을 꾼 것인가. 나는 알 수가 없구나.”

2.3
아주 큰 커뮤니티의 회원이 블로그에 방문한 후, 운영자에게 항의메일을 보내서 말하길,
“도대체 블로그에서 노는 이들은 어떤 인간들입니까? 그들은 무례하게 행동했고, 외모도 형편없었어요. 그들의 글은 길고 지저분했으며, 그들의 관심사는 저속함 그 자체였어요. 그들은 남들에게는 위선적으로 행동했으며, 내가 방문한 이후에도 자기들끼리만 아는 사담을 계속했다구요.”

운영자는 답했다.
“당신은 블로그를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블로거들은 물리적 세계를 초월해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WWW이란 환상이며, 우연의 일치라 여깁니다. 그들은 끝이라는 것을 아는 법 없이 오고 갑니다. 아무 거리낌없이 그들은 단지 블로그만을 위해 살아가지요. 그런데 왜 그들이 커뮤니티의 관습을 따라야만 합니까?”

그들은 도 안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

2.4
한 제자가 사부에게 물었다.
“여기 결코 트랙백을 사용하지도 않는, RSS를 이용하지도 않는, 심지어 포스팅조차 하지 않는 블로거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를 세상에서 최고의 블로거중 하나로 여깁니다. 이 까닭은 무엇입니까?”
사부는 대답했다.
“그 블로거는 도를 깨달았느니라. 그는 트랙백을 사용할 필요를 초월했느니라. 그는 다른 이와 그와의 관계는 이미 공고해져있고 우주의 조화를 받아들이지. 그는 RSS를 이용할 필요를 초월했느니라. 그는 더이상 다른 이의 블로그를 보는 것을 신경쓰지 않느니라. 그는 포스팅을 할 필요를 초월했느니라. 그에게 모든 블로그는 그 자체만으로 완벽하고, 평온하고, 우아하며 그 결과는 자명하니라. 진실로 그는 도의 신비에 들어섰구나.”

Book Three – Design

사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RSS가 배포되기 시작했다면 수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3.1
BloggyAwards 시상식에 간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입장하며 주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주 유명한 도둑이오. 미리 경고하건데, 이 모임도 약탈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거요.”
참가한 사람들의 지갑이 두둑했기에 신경이 쓰인 주최자는 사나이를 주의깊게 지켜봤다. 그러나 사나이는 단지 조용히 음료수를 들며 사람들 사이로 돌아다닐 뿐이었다.
사나이가 떠날 때 주최자는 그를 불러세워 몸을 수색했으나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음날도 사나이는 돌아와 “전날에는 크게 한 건 했지. 하지만 오늘은 더 큰 건수를 올릴거야.”라며 주최자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래서 주최자는 더욱 세심히 사나이를 지켜보았으나 여전히 허탕이었다.
마침내 마지막날, 주최자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 “도둑씨, 난 매우 혼란스럽소. 도저히 맘이 불편해서 못견디겠군요. 제발 내게 알려주시오. 도대체 당신은 뭘 훔친단 말이요?”
사나이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난 아이디어를 훔친다오.”

3.2
옛날, 스크랩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사부가 있었다. 한 제자가 그를 흉내내려하여 역시 인터넷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정보를 펌질한 블로그를 만들기 시작했다. 제자가 사부에게 그의 블로그를 평가해달라 하자 사부는 펌질로 가득찬 쓸모없는 블로그라고 그를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스승에게는 어울리는 것이라 하더라도 제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다. 펌질을 초월하기 이전에 도를 먼저 깨달아야 하느니라.”

3.3
한 때, 왕궁에 불려간 블로거가 있었다. 왕은 블로거에게 물었다.
“인디 블로그와 포털 블로그 중 어느것이 만들기에 쉬운가?”
“인디 블로그입니다.” 블로거는 대답했다.
왕은 믿어지지 않는다며 탄식의 신음을 내뱉었다.
“설마, 포털 블로그는 인디 블로그 설치의 복잡함에 비하면 하찮을 정도가 아닌가?” 왕이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블로거는 대답했다.
“포털 블로그를 이용할 때에는 블로거는 포털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서비스가 요구하는 여러가지 제약 속에서 자신의 블로그를 유지해야 합니다. 반대로 인디 블로그는 밖으로 보이는 모습들에 의해 제한받지 않습니다. 인디 블로그를 사용할 때 블로거는 내용과 디자인 사이의 가장 단순한 조화만 찾으면 됩니다. 그게 바로 인디 블로그를 만들기 더 쉬운 이유입니다.”
왕은 고개를 저으며 미소지었다.
“그럴 듯한 생각이로군. 하지만 어떤 것이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읽을까?”
그 블로거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3.4
한 블로거가 사부에게 와서 새로운 팀블로그 계획서를 보여주었다. 블로거가 사부에게 물었다.
“제가 이 팀블로그를 운영한다면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년 정도는 유지될 수 있겠지.” 사부가 바로 대답했다.
“하지만 전 계속 운영하고 싶은 걸요! 만약 둘이 운영한다면 얼마나 유지되겠습니까?”
사부는 찡그리며 말했다. “그 경우라면, 반년 정도는 가겠지.”
“그럼 열명이라면요?”
사부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 블로그는 영원히 오픈되지 않을걸세.”

Book Four – Posting
사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 써진 엔트리는 언젠가는 커멘트와 트랙백이 달리기 마련이지.
잘못 쓰여진 엔트리는 언젠가는 Broken Link가 되기 마련이지.”

4.1
엔트리는 반드시 우아하고 날렵해야하며, 그 내용들은 진주목걸이처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글의 정신과 의도는 끝까지 명확해야 한다. 거기에는 너무 적음도, 너무 많음도 없어야 하며, 필요없는 플래시와 쓸모 없는 이모티콘도 없어야하며, 과장된 표현이나 지나친 동영상 임베딩도 없어야 한다.
엔트리는 “최소실망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 이 법칙은 무엇인가? 이것은 단지 엔트리는 언제나 블로거들이 찾아 읽을 만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한다는 것 뿐이다.
엔트리는 아무리 길지언정 경구처럼 쉽게 읽혀야 한다. 엔트리는 밖으로 드러나는 장식보다는, 그 안에 내재된 논리에 의해 읽혀져야만 한다. 만약 엔트리가 그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부조화와 혼란의 상태로 빠지게 될 것이다. 이것을 고칠 수 있는 단 한가지의 방법은 다시 포스팅하는 것 뿐이다.

4.2
한 제자가 사부에게 물었다.
“저는 어떤 때에는 모두들 열광하며 커멘트를 달아주고, 어떤 때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블로그를 하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블로그 포스팅의 규칙을 따랐습니다만 여전히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원인인가요?”
사부가 대답했다.
“너는 아직 도를 깨닫지 못했기에 혼란스러운 것이니라. 오직 어리석은 자만이 그의 동료들에게 이성적인 행동을 기대하는 법이니라. 너는 블로거들에게 이성적인 행동을 기대하느뇨? 블로거들은 예의를 흉내낼 뿐이니라. 오직 도만이 완벽할 뿐이지. 포스팅의 규칙은 일시적일 뿐이니라. 오직 도만이 영원할 뿐이지.
그러기에 너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도를 먼저 찾아야 하느니라.”
“그러나 어떻게 제가 깨달음을 얻었는지 알게 되나요?” 제자가 물었다.
“너의 블로그를 모두들 구독할 것이니라.” 사부가 대답했다.

4.3
사부가 제자에게 도의 본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도는 모든 블로그안에 구현되어 있느니라, 비록 그것이 하찮은 것일지라도.” 사부가 말했다.
“도는 Zeroblog에도 들어있나요?” 제자가 물었다.
“그렇다.” 대답이 돌아왔다.
“엠파스 블로그에도 도가 있습니까?” 제자가 물었다.
“심지어 엠파스 블로그에도 들어있다.” 사부가 말했다.
“그러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도 도가 있습니까?” 제자가 다시 물었다.

사부는 기침을 하더니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오늘 수업은 이만.”

4.4
블로거가 엔트리를 포스팅하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었다. 엔트리는 단 하나의 오타도 없이 포스팅되었으며 포스팅된 엔트리는 마치 고요한 바람처럼 모든 블로거들의 집중을 불러일으켰다.
“훌륭하오!” 방문객이 외쳤다. “당신의 글솜씨는 완벽하군요!”
“솜씨라구요?” 블로거가 그의 키보드로부터 돌아서며 말했다.
“난 모든 솜씨를 넘어서는 도를 따를 뿐입니다. 내가 처음 블로깅을 했을 때 내 앞의 모든 블로그는 거대한 덩어리로만 보였죠. 삼년이 지난 후에야 더이상 그 덩어리는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메모장을 이용해 미리 글을 작성했지요. 그러나 이젠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에게 존재하는 것은 오직 정의할 수 없는 공허뿐입니다. 내 감각은 무뎌지고, 계획없이 블로깅하는데 자유로워진 나의 정신은 오직 본능만을 따를 뿐이죠. 한마디로 말해, 내 블로그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실 가끔은 글을 쓰다가 어떻게 더이상 적어내려가야할 지 모를 때도 있지요. 난 그런 것을 느낄 때마다 mp3를 틀어놓고 조용히 바라볼 뿐입니다. 그리고는 한 글자의 오타를 고치면 엔트리는 연기가 꺼지는 것처럼 포스팅되죠. 그러고 나면 Re-build 명령을 내리고 새로운 엔트리를 작성합니다. 나는 여전히 앉아 있을 뿐이지만 블로그의 즐거움이 나를 충만하게 하죠. 나는 잠시동안 눈을 감고, 그리고나서 브라우저를 닫지요.”
방문객이 기원했다. “세상의 모든 블로거들이 이처럼 현명하기를!”

Book Five – Reading

사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백개가 넘는 엔트리라 할 지라도 언젠가는 전부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5.1
자주 사용되는 문은 경첩에 기름칠할 필요가 없다.
빨리 흐르는 물줄기는 고이지 않는다.
소리뿐만 아니라 생각마저도 진공 속을 통과할 수는 없다.
읽히지 않는 블로그는 썩게 된다.
이상은 거대한 미스테리이다.

5.2
한 PC방의 알바가 블로거에게 다른 손님을 위해 그가 지금 하고 있는 PC 사용을 언제 끝낼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한 시간이요.” 블로거는 즉각 대답했다.
“농담이겠죠.” 알바가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얼마나 더 걸릴 것 같나요?”
블로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마침내 말했다. “몇가지 꼭 읽고 싶은 블로그가 있긴 하죠. 아마 최소한 세시간은 걸릴 겁니다.”
“그조차도 믿기 힘든데요?” 알바가 주장했다. “솔직히 손님이 접속을 끊을 지 조차 알 수가 없네요.”
블로거는 이 말에 화를 내었다.

시간이 지나 알바는 퇴근하였다. 다음날 아침 출근한 그는 컴퓨터 앞에 잠들어 있는 블로거를 발견하였다.
그는 밤새도록 블로그를 읽어왔던 것이다.

5.3
간단한 블로그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제자가 있었다.
그 제자는 맹렬한 기세로 타이핑을 했고, 사부가 제자의 블로그를 살펴보았을 때 다음과 같은 점을 알게 되었다.
그 블로그는 최신 인기가요 10곡을 연속으로 스트리밍하여 배경음악으로 들을 수 있게 구성되었으며 대문에는 플래시를 달아 화려한 3D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었다. Java 스크립트를 이용하여 환영인사가 마우스 커서를 따라 브라우저를 누비고 다니고, 각종 카운터와 링크버튼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여기저기에 배너를 달고 다른 이들의 블로그에 링크를 걸었으며 블로그 코리아에 RSS등록까지 마쳤다. 그러나 정작 엔트리 자체는 아직 하나도 작성되지 않았다.
사부가 이에 대해 묻자 제자는 화를 냈다. “그렇게 조급해하지 마세요. 결국 언젠가는 글을 쓰긴 할 거라구요.”

5.4
훌륭한 농부가 자신이 뿌린 한알의 곡식을 소홀히 하던가?
훌륭한 선생님이 가장 형편없는 학생일지라도 그를 무시하던가?
훌륭한 아버지가 단 한명의 자식이라도 굶주리게 그냥 두던가?
훌륭한 블로거가 그의 엔트리를 아무도 읽지 못하게 포스팅하던가?

Book Six – Management

사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블로거는 많이, 펌질은 적게. 그러면 모든 것이 효율적이니라.”

6.1
스타 블로거들이 엔트리를 포스팅해도 다른 이들은 한게임 고스톱을 한다. 친절한 블로거가 RSS 이용법에 관해 이야기를 해도 다른 이들은 RSS 리더를 이용하지 않는다. 노련한 블로거들이 진지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해도 방문객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진실로 이것은 블로그의 도가 아니다.

스타 블로거들이 글을 올리면 다른 이들은 만사를 제치고 커멘트를 단다. 친절한 블로거들이 새 글을 포스팅하면 RSS 리더의 새 글 표시는 깜박인다. 노련한 블로거들이 진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 엔트리에는 곧 트랙백이 걸리게 된다.
진실로 이것이 블로그의 도이다.

6.2
어째서 어떤 블로그는 비생산적인가?
그들의 시간이 로그인과 광고에 의해 낭비되기 때문이다.
어째서 어떤 블로그는 천편일률적인가?
블로거들이 너무 쉽게 펌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째서 블로거들이 하나 둘씩 탈퇴하는가?
그들이 보람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형편없는 서비스 안에서 활동한다면 그들은 더이상 블로그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6.3
블로그의 포스팅이 저조해지자, 그곳을 방문하던 한 방문객이 재미있고 다시 읽어볼 만한 엔트리에 커멘트를 단다. 그 결과로 블로그는 중흥하게 된다.
운영자가 그 방문객에게 고맙다고 밥이라도 사려고 하면 방문객은 “내가 그 엔트리에 커멘트를 단 이유는 그것이 아주 괜찮은 엔트리라고 여겼기 때문일 뿐이었고, 결코 보상을 받으려 한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사양한다.
이 말을 들은 운영자는 이렇게 말한다.
“비록 눈팅 방문객일지언정 이 방문객은 진정한 블로거의 도리를 알고 있구나. 그를 위해 내 블로그에 그를 칭찬하는 내용을 담은 엔트리를 작성하도록 하지.”
그러나 이 말을 들은 방문객은 이렇게 말하며 한번 더 사양한다. “내가 여기 방문하고 있는 이유는 좋은 글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내가 그런 예의상의 커멘트나 읽게 된다면 나는 시간낭비하는 사담밖에는 할 일이 없어요. 이만 가봐도 될까요? 읽다가 만 엔트리가 있어서요.”

6.4
어느 블로거가 그의 구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구독방법이 바뀌었습니다. 방문객들은 반드시 제 모든 엔트리에 한 개씩 커멘트를 달아야 해요.”
그러자 모두들 화를 냈고 몇몇은 그의 RSS 리더에서 그 블로그를 삭제했다.
그래서 블로거는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당신들이 자유롭게 결정하세요.”
구독자들은 모두 기뻐하며 아침부터 새벽까지 모든 엔트리에 커멘트로 실시간 채팅을 하며 블로그를 즐겼다.

Book Seven – Portal

사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야후 코리아 사장에게 블로그를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로그인 하지 않고도 그가 엔트리에 커멘트를 달도록 만들 수는 없다.”

7.1
제자가 사부에게 물었다.
“동방에 거대한 트리구조가 있어 “포털”이라 불리는 것이 있다 하옵니다. 그것은 관리자와 운영진등으로 부풀려져 있습니다. 그것은 “이벤트!” 혹은 “공지!”라 써있는 플래시광고를 브라우저에 띄우지만 아무도 그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합니다. 매년마다 그 가지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개편이라는 행사를 치루지만 사실상 전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 전혀 쓸모가 없다 합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존재가 있을 수 있습니까?”
사부가 대답했다.
“너는 이 거대한 구조물을 알게 되어 불만인게로구나. 그것은 전혀 이성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느니라. 너는 그 끝없는 팽창으로부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느뇨? 너는 그 가지 밑에서 블로그를 쓰는 대신 아직까지는 공짜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느뇨? 어이하여 너는 그것의 쓸모 없음에 대해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아직도 쓸 데 없는 고민을 하고 있느뇨?”

7.2
동방에 큰 물고기가 있으니 다른 어떤 물고기들보다 컸다. 그것이 변하여 새가 되니 그 날개는 하늘을 뒤덮는 구름과 같았다. 한번 이 새가 육지를 가로지르면 “정기점검으로 서비스를 중지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메시지는 갈매기가 해변에 떨구는 똥처럼 블로거들의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그러면 새는 바람을 타고 푸른 하늘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신참 블로거는 그 새를 호기심에 쳐다보았다. 왜냐하면 메시지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급 블로거는 그 새의 다가옴을 두려워했다. 왜냐하면 메시지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고참 블로거는 그의 컴퓨터 앞에 앉아 블로깅을 계속했다. 왜냐하면 그는 그 메시지가 떠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7.3
상아탑의 마법사가 사부에게 보이려 그의 가장 최신 서비스 런칭을 알려왔다. 사부의 컴퓨터 웹 브라우저에 어떤 사이트를 띄웠다.
“이것은 분산집적된 블로그 전문 서비스입니다.” 마법사는 말을 시작했다. “전용 편집기와 안정적인 대용량 파일 업로드 모듈, 가입하지 않으면 커멘트를 달 수 없도록 한 첨단 보안 시스템, 남의 글을 그대로 베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펌글모드, 게다가 전문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 미려한 테마와 무한한 계정용량과 트래픽허용까지 포함해서요. 이것의 개발에 수백명의 노력이 들었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사부는 눈썹을 가늘게 치켜올리며 말했다. “실로 놀랍소.”
“회사가 지시했죠.” 마법사는 말을 계속했다. “어떻게 하든 모든 사람들이 우리 포털의 블로그를 쓰도록 해서 가입자를 늘리라구요. 당신도 이 말에 찬성하십니까?”
“물론이요.” 사부는 대답했다. “나도 즉시 가입해야겠소.” 마법사는 매우 기뻐하며 탑으로 돌아갔다.

몇년 후 한 제자가 사부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 메일 계정이 쓰레기 스팸으로 가득차 있어 스팸메일을 유도할 안쓰는 메일주소가 있어야겠습니다. 또 스패머들에게 제 진짜 홈페이지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스팸봇 위장용으로 가짜 홈페이지도 하나 만들어야 할 것 같구요.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래, ” 사부는 대답했다. “어느 포털에 가보면 내가 와레즈용 임시 파일 저장소로 쓰려고 가입해둔 계정이 하나 있지. 그걸 사용하렴.”

7.4
사부는 두려워하는 법이 없이 블로그에서 블로그로 옮겨다닌다. 로그인도 그를 막을 수 없다. 가입자 전용 서비스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것은 왜인가?
사부는 도로 충만하기 때문이다.

Book Eight – System

사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풀은 움직이지 않는다. RSS 리더가 없으면 블로그는 쓸모가 없다.”

8.1
제자가 사부에게 물었다. “어떤 블로그 서비스는 경쟁 업체들에 비해 월등히 큽니다. 난장이들 사이에 선 거인처럼 보입니다. 이 서비스의 일부분만으로도 산업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사부가 대답했다. “어리석은 질문이구나. 그 회사는 크기 때문에 큰 것이니라. 만일 그 회사가 블로그 서비스만 만들었다면 아무도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회사가 지식검색만 했다면, 사람들은 그 회사를 노예처럼 다루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회사는 이 모든 일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회사를 신처럼 여기게 되었다. 그들은 남들과 경쟁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어려움없이 세상을 정복하는 것이다.”

8.2
어느날 사부가 커피잔을 들고 제자의 곁을 지나치고 있었다. 사부는 제자가 올블로그에 열중해 있음을 알았다. “미안하지만 내가 좀 볼 수 있을까?” 사부가 물었다.

제자는 깜짝 놀라 PC앞 자리를 사부에게 양보했다. “이 올블로그 서비스의 블로거들은 초보 블로거, 마이너 블로거, 메이저 블로거 등 세 등급으로 이루어져 있구나.” 사부가 말씀하셨다. “하지만 이런 메타블로그에는 또다른 등급이 하나 더 존재하기 마련이지. 이 등급에서는 블로그가 사람을 정복하려 들지 않으며, 사람도 블로그를 정복할 수 없도다.”

“대단하십니다, 사부님.” 제자가 탄성을 질렀다. “어떻게 메타블로그에 또다른 숨겨진 등급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셨나이까?”

스승은 PC에 연결된 랜선을 뽑고, 랜카드를 꺼내 땅에 던지고 발로 밟았다. 그러자 갑자기 제자는 깨달음을 얻었다.

8.3
태터툴즈로 블로깅을 하는 블로거가 있었다. 어느날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놀러온 이글루스 블로거에게 자랑하기 시작했다. “이것 봐. 나 혼자만 쓸 수 있는 편집 시스템과 파일 저장공간도 있어. 트래픽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 쓸 필요도 없지. 태터툴즈는 성능이 우수할 뿐 아니라 쓰기도 편해. 왜 이글루스처럼 불편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거지?”

그러자 이글루스 블로거는 자신의 시스템을 친구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글루스 서비스는 컴퓨터실에서 명상하는 고대의 현인처럼 앉아 있다네. 그 파일 서버들은 마치 거대한 기계의 바다처럼 서로 연결되어있지. 소프트웨어는 다이아몬드처럼 다양한 면을 지니고 있으며, 원시림처럼 서로 얽혀있네. 각각 독특한 블로그들은 마치 거세게 흐르는 강물처럼 시스템으로 들어왔다 나가지. 그게 내가 이글루스를 좋아하는 이유라네.”

태터툴스 블로거는 이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두 블로거는 죽을 때까지 서로 RSS를 등록하여 구독하였다.

8.4
올블로그로 가던 [RSS]가 [트랙백]을 만났다. [RSS]가 가로되, “너는 음(陰)이요 나는 양(陽)이로다. 우리가 함께 여행한다면 올블로그의 후끈후끈글에 오르게 되어 크게 유명해지고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음에 틀림이 없도다.” 그리하여 그들은 한쌍이 되어 블로그 세상을 정복할 야심을 품게 되었다.

그들은 찢어진 누더기를 입고 가시나무 지팡이를 집은 채 절름거리는 [태그]를 만나게 되었다. [태그]가 그들에게 가로되, “도는 음과 양을 넘어 존재하느니라. 도는 호수의 물처럼 조용하고 움직이지 않느니라. 도는 명성을 구하지 않으며, 따라서 아무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하느니라. 도는 부를 구하지 않으니, 도는 그 자체로 완전하기 때문이니라. 도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존재하느니라.”

크게 부끄러워진 [RSS]와 [트랙백]은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Book Nine

사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산할 시간이로다.”

2 comments on “[펌] 블로그의 도(The Tao of Blog) – 확장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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