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좀 살려주세요'를 다시 보면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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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경에 ‘개발자 좀 살려주세요‘ 행사를 개발자들이 한 적이 있다. 옛날 웹브라우저인 IE6은 문제가 많지만 쓰는 사람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개발자들이 고생해야 하니 최신 웹브라우저로 바꿔달라는 행사였다. 당시 나는 전적으로 이 행사를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그래서 두 개의 글을 남긴 적이 있었다. 지금도 당시의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변화는 사용자가 선택해야 하는데, 사용자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웹브라우저를 바꿔야 하는 이벤트에 어떻게 찬성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ie6 이외의 웹브라우저들이 당시 작동이 안정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글을 쓰다가 뻗 그러나 어서 쓰던 글을 날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당시 나도 FF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 행사를 지지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시금 읽어보면 내 글에서 내 뜻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지금도 글쓰기 실력이 너무 부족하지만, 당시엔 글쓰는 실력은 지금보다도 훨씬 부족했고, 내가 알고 있던 것 중 일부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랬었다고 해도, 당시 개발자들의 공격은 별로 설득력도 없었고, 반대자를 제거하려던 의도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었던 것처럼 생각됐다.

! ie6(오른쪽)의 문제는 너무 대충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는 것?!

내가 그들과 대화하면서 느낀 점은 개발자는 정말 자기네 특성에 묶인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개발자가 그랬던 것은 아닐 것이다.[footnote]이 말을 첨부하지 않는다면 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당할 것 같아 부연설명한다.[/footnote] 다양한 사고를 하는 개발자라면 애초에 내 글로 촉발된 논쟁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개발자들이 물고 들어졌던 잘못된 몇 가지 오류는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오류를 지적하고 끝났을 일을 그들이 내 글의 오류를 계속 물고 들어진 이유는 자기들 생각에서 벗어나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자기들과 다른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내게도 문제가 있었다. 내 오류를 쉽게 알아채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보안을 담당하는 친구는 당시 법적으로는 은행 사이트를 구축할 때 ActiveX를 쓰라는 법이 없었지만, 법과 경제가 뒤얽힌 현실에선 다른 방법에 의한 은행사이트 구축하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물론 그 이야기는 환경 변화에 의해서 Java로만 구축된 은행사이트가 나중에 잠시 등장하긴 했지만….. 아직도 ActiveX 빠진 은행사이트는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엔 ActiveX 없는 은행 홈페이지는 없다.)

내가 쓴 글들은 비교적 감정적이지는 않은 글들이었는데, 몇몇 개발자들이 감정적이라는 지적을 반복했다. ActiveX로 떡칠된 우리나라 웹사이트 문제는 개발자가 아니라 정부 정책[규제] 때문이라고 말씀하는 분도 있었다. (앞의 내용과 상반된 것은 화자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도 다른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닭이냐 달걀이냐에 해당하는 문제다. 그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는 사람이 개발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개발자는 충분히 이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다른 방법이라도 강구했어야 옳았다. 실무진이 일개 힘없는 개발자라고? 그렇다면 뒤돌아서서 당시 행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면 자기들이 한 행사가 얼마나 웃긴 것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당시 나를 제일 열심히 공격했던 shinvee 님에 대해서 조금 살펴보자.

나중에 shinvee 님이 자기 블로그에 적은 아래 포스트와 엮어 생각한다면??
내가 댓글에서 똑같은 질문을 두 번 돌려줬는데, 결국 자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윗 이미지를 살펴보자. 질문을 똑같이 되돌려주는 행동을 하자 shinvee 님은 감정적으로 하지 말고 논리적으로 말해바자고 했다. 그러나 저건 엄청나게 논리적인 행동이다. 왜냐하면 shinvee 님 행동이 shinvee 님 말씀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나중에 밑의 자기 블로그에 쓴 글을 살펴볼 때, 그때까지 자기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것 같지 않은 것 같다.(난 그냥 일상에서 논쟁 중일 때 상대의 질문이 상대에게 적용된다고 판단되면 통상 사용하는 방법인데… shinvee 님은 자기가 옳다고 이미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도 해당된다는 걸 결국 알아채지 못했다. 논리에 약하신 분이신 듯…..[footnote]나는 심지어 ‘반사’라고 간단하게 적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 초딩 취급하더라 -_-;; 사실 상대가 초딩같을 경우에 그에 어울리는 방법대로 이야기하는 것인데 내가 잘못인가?[/footnote])

shinvee 님의 두 번째 지적이 중심논재라고 지적하신 ipuris 님의 말씀이 있었다.

2. 문제라는 건 해결 가능한 모든 측면에서 같이 해결하는게 제일 좋은겁니다. 개발자들도 노력안하는 사람도 물론 있죠. 하지만 이를 위해 대기업들도 노력하고 있고, 정부에 소송거는 사람들도 있고, 작은인장님이 모르는 이쪽 세상에선 굉장히 많은 개발자들이 일반 사용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려 노력중이랍니다. 그런 면에서 사용자들도 같이 힘을 내서 좀더 표준에 맞추는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서로 돕자는거죠. 니네가 먼저 해라. 가 아니라 함께 해보자. 라는 것입니다. 제목이 ‘살려주세요’ 잖습니까?

-shinvee 님의 두 번째 지적

개발자들 사이에선 유명한 사건이 있었는지 몰라도 나는 모르는 일이다. 이게 유명한 사건이었으면 왜 내가 모를까? 개발자들은 저렇게 한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중심논재가 될 수 없고, 그게 왜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는지까지를 포함해야 중심논재가 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시 말하자면 개발자들이 저런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렸어야 한다. 하지만 하지 않았고, 결국 개발자들이 어디서 무슨 삽질을 하고 있던 최선의 노력을 다 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지적을 하신 분이 두어 분 계셨었는데, 난 논술을 배우지 않아서 이 말의 정확한 뜻은 모르겠고[footnote]논쟁 당시에는 논술을 위해 만든 용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원래 있던 용어인 것 같더라[/footnote], 대략 용어의 생김새와 다른 분들이 쓰는 방식으로 살펴봤을 때 대략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말의 특성상 나타나는 표현까지 이 오류에 포함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우리’라는 단어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생각해 보길….

암튼 정말 재미있는 것은 논쟁 중 밝혀진 바에 의하면 사용자들의 입장에선 당시 최신 브라우저와 비교해 ie6이 (보안 문제를 제외하면) 결코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최신 브라우저가 ie6과 비교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것은 논쟁 이후 1년쯤 지나서였다. 그것도 비MS 웹브라우저의 ActiveX 사용 불가같은 부분을 제외하고 말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개발자 중심의 생각” 또는 “개발자적 생각”이라는 표현을 내가 꽤 여러 번 사용했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해줘도 그들이 무슨 말인지 끝까지 알아듣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다. (그렇다. 이건 염려….!)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이 기획하는 이후의 행사들이 있을 때 또 논란의 여지가 많은 행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footnote]오히려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은 내 말에서 ‘개발자적 생각’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는 언급을 많이 해 주셨다.
이제와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를 보면 개발자가 얼마나 언어에 둔감한지 알 수 있다.[/footnote]

당시 우리나라의 PC에서는 IE 이외의 브라우저 중에서 대표격인 FF를 구경조차 하기 힘든 상황에, FF를 사용하려고 하면 한글 입력 등에 에러가 수두룩하던 때였다. 그때 행사를 추진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만약 저 행사를 지금 다시 “주변 사람에게 FF를 권해주세요” 같은 형식으로 한다면 어떨까? (그러나 주변에 열심히 FF를 깔아주고 다니지만, 결국 ie6으로 돌아가더라. 그 이유는 다들 잘 알 것이다. 저 행사가 있을 때와 비교해서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이 별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FF도 큰 오류들은 대부분 잡혔고, 인터넷서점 알라딘이나 극장 홈페이지 Megabox같은 일부 사이트는 이제 FF에서도 예매와 결제가 된다. FF를 쓰는 컴퓨터도 훨씬 많이 늘어나 10% 점유율을 돌파한지 꽤 지났다. 지난 몇 년의 변화로 인해서 이제는 조금은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반대로 그 논쟁의 결과로 FF에 대한 기업의 정책이 많이 바뀌게 된 것일까? ^^ 다음과 네이버와 MS 등 대기업도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ps.
야밤에 우연히 옛날 글을 보고 추억(?)이 떠올라서 주절주절 다시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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