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ke의 습기문제와 렌쯔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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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이라는 학문에는 렌쯔의 법칙이란 녀석이 있다.

렌쯔의 법칙은 어떤 계산을 하기에 앞서서 기본적인 사고를 하는데 사용되는 추상적인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물리 과목에서 나오는 관련 문제는 원리에 대한 설명과 이름만 알면 되기 때문에 별로 쓰일 일이 없었으므로 물리를 선택과목으로 공부했더라도 그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을 거라 생각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렌쯔의 법칙이란 녀석이 유용하게 사용되는 시험문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물리적인 상태가 변화하려고 할 때, 자연은 그와 관련된 주변 환경의 변화를 최소화 하려 한다. 이 법칙은 위력이 실로 대단해서….. 관성의 법칙, 물의 상태변화, 발전기의 원리, 시계의 원리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렌쯔의 법칙은 이 간단한 법칙 중에 전자기학 부분을 일컫는다. 대부분의 학문에는 이름만 다른 유사한 법칙들이 있다. 특히 화학이나 심리학 같은 학문을 공부하시는 분은 그쪽 전공에서 이와 비슷한 법칙을 아실 것이다.

1. 자이로드롭

놀이공원에 가면 자이로드롭이라는 녀석이 유행이라고 한다. 수십~백 수십 m 상공으로 놀이기구를 끌어올려서 수직 낙하시키는 놀이기구라고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글을 쓰고 있는 나는 타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 놀이기구를 타는 도중에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놀이기구는 땅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은 아마 난리 나겠지!!

이러한 위험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자이로드롭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브레이크를 사용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브레이크를 사용하면 부속품을 굉장히 자주 바꿔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낙하하는 동안 변하는 속도를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통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이로드롭을 정지시킬까? 이때 렌쯔의 법칙을 사용한다. 자이로드롭이 갖고 있는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될 때 운동에너지 변화를 렌쯔의 법칙에 따라 어떤 다른 에너지로 변환시키고, 이를 방출시키면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자이로드롭 같은 놀이기구는 두 가지 장치가 되어있는데, 자석과 코일이다. 자석은 계속해서 N극과 S극이 교차되어 바뀌도록 설치되어있고, 그 극 바로 옆을 코일이 지나가도록 설치되어있다. 페러데이의 유도법칙을 알고 있는 사람은 코일에 자석을 통과시키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자석이 코일을 통과하는 동안 코일에 걸리는 자기장은 계속 변화하고, 렌쯔의 법칙에 따라 코일에는 자기장의 변화를 막는 방향으로 극성이 생긴다. 즉 N극이 다가올 때는[S극이 멀어질 때는] 코일에 N극이 생겨서 N극이 다가오는 것을 막고, S극이 자석에서 다가올 때는 [ N극이 멀어질 때는] 코일에 S극이 생겨서 S극이 다가오는 것을 막는다. 자이로드롭이 떨어지면 코일은 좋으나 싫으나 N극과 S극의 자석 옆을 스치며 지나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석이 움직이고 코일이 정지해 있어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움직임은 상대적인 것이니까….) 코일에 자기극이 생긴다는 것은 코일에 전류가 흐른다는 이야기와 같다. 여기까지가 페러데이의 유도법칙이 간단하게 적용되는 것이고, 이런 장치가 바로 발전기다.

자이로드롭 운영자가 할 일은 코일에 생성된 전류를 다른 곳으로 빼내서 다른 형태의 에너지, 일반적으로는 열로 바꾸는 것이다.

코일과 자석으로 이뤄진 브레이크는 직접적인 물리적 접촉이 없으므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코일의 일부라도 훼손되면 전기가 흐를 수가 없고, 코일에 극이 형성될 수 없게 되면서 자이로드롭은 땅으로 그냥 떨어지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사태를 방비하기 위해서 코일을 여러 개로 나누어서 한 개가 끊어지더라도 조금 더 빨리 떨어지는 수준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2. 코일 브레이크

한 가지 더 생각해 보자.
자이로드롭의 자석과 코일 사이에 습기가 차면 어떻게 될까? 다행스럽게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물이 자석과 코일 사이에서 전류를 만들 때 영향을 약간은 주겠지만, 그 정도는 큰 영향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빗길을 운전할 때 가끔 브레이크를 밟아주라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물이 브레이크 패드 사이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의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꿔서 브레이크 패드를 적신 물을 말리는 것이다. 물은 마찰에 영향을 크게 주어서 브레이크가 잠시 작동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브레이크는 급제동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브레이크를 걸었는데 미끄러진다면 있으나 마나 한 것일 테니까………

그렇다면 물이 차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코일과 자석을 자동차의 브레이크로 사용하면 안 될까?
그러면 비오는 날에도 물 때문에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자석과 코일로 되어있는 브레이크는 가격이 만만찮다. 자동차에 장착하기에는 장비가 너무 비싸다.

아마 아무런 자동차에나 설치하여 사용할 정도로 저가에 효율적인 자동차용 브레이크를 만들 수 있다면 발명특허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ps. 차원
렌쯔의 법칙처럼 중고등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는 않지만 알아두면 엄청나게 유용한 것으로 ‘차원’이란 것이 있다. 차원은 알아두면 시험문제 풀이에 엄청나게 유용한데, 그걸 가르쳐야 할 물리선생마저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학생들이 모르고 지나친다. 나조차도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고3 때 경시대회에 나가서 문제를 푸는 와중에 우연히 발견해서 자득했다. ㅜㅜ

2 comments on “Brake의 습기문제와 렌쯔의 법칙”

  1.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브레이크의 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회수해서 배터리에 다시 저장한다고 합니다. 아마 여기에 사용되기 시작하고 있겠네요.

    1. 아마도 그렇게 될듯 싶어요.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엔진 등 비싼 부품이 빠진 값을 그런 것으로 다시 끌어올린다는…ㅋㅋ
      (그래도 전반적으로 가격이 하향되면서 성능이 향상되는 것은 맞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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