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물리/떠돌이별] 중생대를 마감하게 한 Chicxulub 운석공

버전 : 2020.07.30

지구는 수도 없이 많은 사멸을 경험했다. 사멸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물종이 멸종하는 사건을 말하고, 특히 많은 생물종이 멸종한 다섯 번의 사멸을 대사멸이라고 한다. 사멸은 규칙적인 주기를 갖고 일어난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생물이 멸종하는 것은 태양계의 케이퍼벨트대에 거대한 행성 X가 있기 때문이다. X는 10 번째라는 뜻이다. 행성 X는 주기가 몇천만 년이나 되는 긴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돌고 있는데, 이 행성이 태양에 가까이 다가왔을 때 주위에 있던 소행성의 궤도를 교란하여 태양계 안쪽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태양계 안쪽으로 흘러든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면 지구에는 사멸이 일어나게 된다. 그 주기의 마지막은 6600만 년 전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면서 공룡 왕국에 마침표를 찍었던 사건이었다.

이게 80 년대 초반에 제기된 운석충돌설이다. 


사실 공룡 왕국은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이미 쇠퇴하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거대한 공룡은 대부분 멸종한다. 화산분출, 속씨식물 번성, 지구 한랭화 등을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다가 거대한 운석이 떨어졌고, 카운트펀치를 맞은 공룡왕국은 멸망하게 된다.

이 운석충돌설은 증거로 가장 먼저 운석공(크레이터, Crater)을 찾아야 했다. 수많은 과학자와 탐험가가 운석공을 찾아다녔다. 운석공이 멕시코만 그 부근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됐다. 그 인근에서 발견된 K-Pg 경계에 해당하는 지층이 유달리 두꺼웠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운석공을 찾기 어려워서, 찾기 시작한지 10여 년이 지난 1992 년이 돼서야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운석공이 발견됐다. 운석이 떨어질 때 유카탄 반도 부근이 얕은 바다였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운석공 위에 많은 퇴적물이 쌓여 있고, 지각변동도 있어, 풍경이나 지도에 아무 흔적도 없다. 왼쪽 위↗ 지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그냥 거대한 평원 같은 곳이다.

운석공은 위치한 지역 이름을 따라 칙슐립Chicxulub 운석공이라고 부른다. 칙슐립에서 운석공이 발견된 것은 우연이었다. 지질학자가 정유회사가 유전을 찾기 위해 측정한 유카탄 반도 부근의 중력가속도 지도를 보고, 모암(母巖)에 약 200 km 반지름의 큰 원과 내부의 작은 원이 있음을 알아챘다.
모암은 퇴적층에 비해 밀도가 높다. 그래서 퇴적층이 얇은 곳에서는 더 무거운 모암과 가까워서 중력가속도가 크고, 반대로 퇴적층이 두꺼운 곳에서는 중력가속도가 작다. 지오이드가 변한다고 생각해도 된다. 따라서 지표의 중력가속도를 측정하면 모암 모양을 추측해볼 수 있다. 오른쪽 아래↗ 지도에는 반지름이 198 km인 운석공의 외곽 경계가 표시돼 있다.

아래 두↓↘ 이미지는 지표에서 중력 크기를 측정하여 지도에 표시한 것이다.

미국 나사와 sheppardsoftware.com에서 가져온 이 이미지들은 보통 에레베스트 산만하다고 하는 약 10 km 크기의 운석이 떨어져 생긴 이중크레이터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래 이미지에는 고대문명을 일궜던 마야인의 중요한 식수원이었던 쎄노떼(cenote)의 위치가 하늘색 점으로 찍혀있다.

쎄노떼는 지하수가 만든 석회동굴의 천정 일부가 무너져 내려 수직으로 구멍이 뚫린 것이다. 지하수는 운석공 외곽의 모암으로부터 흐르지 못하도록 방해받는다. 그래서 지하수가 거의 흐르지 않는 크레이터 안쪽은 석회석이 거의 용해되지 못 해서 동굴이 없고, 그래서 쎄노떼도 거의 없다. 운석공 바깥쪽은 운석공 외각의 모암을 따라 지하수가 원형을 그리며 모여 흐르고, 지하수 흐름을 따라 석회동굴이 원형을 그리며 집중적으로 형성되고, 석회동굴 분포를 따라 쎄노떼가 원형을 그리며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이것은 간접적인 증거로서 가치가 있다.

Chicxulub 운석공의 지질구조

석유 채취를 위해 이 부근을 시추한 정보는 운석공 흔적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우선 충돌의 충격파는 두 개의 원형 고리인 Impact Crater Rim과 Peak Ring을 만들었다. 중심부에는 충돌 당시에 녹았다가 다시 굳어진 Impack Melt Sheet 층이 있다. 그 위엔 하늘로 떠올랐다가 쏟아져내린 암석이 쌓인 Impact Breccias이 뒤덮고 있다. Impact Crater Rim과 Peak Ring 사이의 사선은 충돌 이후 오랫동안 지질변화를 겪으며 부서진 것이다. (이 변화도 대체로 원형으로 나타난다.)

이 운석 충돌은 지구 곳곳에 K-Pg 경계라는 특이한 지층을 만들어냈다. Impact Breccias가 세계 곳곳에 떨어져 내려 지층이 됐기 때문이다. 이 지층에는 충격석영(표면에 여러 사선 홈이 있는 석영 결정)과 이리듐을 비롯한 백금족 원소가 많이 포함돼 있다.

충격석영은 표면에 사선의 흠집이 있는 석영을 말한다. 석영은 매우 단단한 광물질 중 하나다. 부서지면 부서졌지, 쉽게 흠집이 생기지 않는다. 석영에 흠집을 만드는 두 가지 경우이 알려져 있는데, 첫째는 큰 운석이 떨어진 경우이고, 둘째는 원자폭탄이 폭발한 폭심지에서였다. K-Pg 경계에서 충격석영이 발견됐다는 것은 운석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무거운 금속은 지구가 액체였을 때 지구중심으로 모두 가라앉아서 지각에서는 거의 발견돼지 않는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대량으로 발견되는 금(Au), 백금(Pt), 이리듐(Ir), 오스뮴(Os) 같은 백금족 원소나 우라늄(U) 같이 무거운 원소는 지구가 식은 뒤에 떨어진 운석에 포함됐던 것이 대부분이다. 지구 곳곳의 K-Pg경계에 섞여있는 많은 이리듐도 운석에서 왔을 것이다.

최근 발표된 새 학설은 K-Pg 경계가 50만 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생긴 두 개의 지층이라고 한다. 이 두 지층 사이에 석회석층이 있는 지역도 있고, 두 지층의 성분 함량도 다르다. 한 지층에서만 이리듐이 발견되는 것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 학설을 지지해줄 두 번째 운석공을 찾고 있다. (아직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한 것이다.) 아무튼 Chicxulub 운석공과 함께 생긴 K-Pg 경계는 위아래로 생물종이 크게 바뀌는 중생대와 신생대를 구분짓는 중요한 기준이다.

이렇게 중생대 흔적은 유카탄 반도에 운석이 떨어진 K-Pg 경계에서 끝난다. 하지만 공룡 왕국이 K-Pg 경계에서 끝났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두 발로 걷는 조반목 공룡 중 상당수는 새와 같은 조상에서 진화한, 깃털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깃털공룡류였다. 칙슐립 운석공에 떨어졌던 운석이 공룡을 멸종시킨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무너지던 공룡 왕국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20.07.29 추가)
최근에, 칙슐립 운석이 떨어진 곳에 대규모 황(S) 퇴적층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래서 운석이 떨어졌을 때 대량의 황 화합물이 대기로 퍼졌고, 결국 몸집이 큰 육상동식물이 숨을 못 쉬어 멸절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이 주장이 맞는 것이라면, 몇 분만 늦게 운석이 떨어졌더라도 대사멸이 일어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원인이 되는 운석공이 발견됐지만, 운석충돌설은 아직 여러 약점을 드러냈다.

(대)사멸이 자주 일어나기는 했지만 이론이 주장한대로 규칙적이지 않았다. 운석이 태양 가까이로 온다 하더라도 지구와 부딪힐 가능성은 매우 낮아서 충돌한 시간이 규칙적일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더군다나 천문학자들이 40 년 동안 행성 X를 찾고 있지만 못 찾았다. (그 덕분에 정밀관측이 이뤄져서 명왕성만 행성 자격을 박탈당했다.) 더군다나 신생대 들어와서도 큰 운석이 최소한 세 번 지구에 떨어졌지만, 사멸은 일어나지 않았고, 다른 네 번의 대사멸도 운석이 떨어져 일어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단순한 운석 충돌은 생태계에는 별로 영향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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