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어》의 쓸모없는 분석 – 후반부

이 글을 읽기 전에 전편들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물론 전편을 읽지 않아도 이 글을 읽는데 지장은 없다.
(첫 번째 글, 두 번째 글)

11. 핵폭탄은 폭발로 핵을 회전시킬 수 있을까?


이건 파동에 대한 좀 어려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보면 파동은 매질이 제자리에서 왕복운동을 하기만 하는 것이라고 나와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는 파동이 아니라 파도라고 나와있다. 매질은 물!) 그래서 바다에 떠있는 물체는 파도에 밀려 움직이지 않고 그자리에 그대로 있게 된다. 바다에 뜬 물체가 움직이는 것은 파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닷물의 흐름(해류)이나 공기의 흐름(바람) 때문이다.

핵폭탄이 폭발하면 발생하는 것은 어떠한 흐름이 아니라 강력한 파동이다. 그렇다면 이 파동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각각의 핵폭탄의 폭발은 커다란 파동을 만들어낼 뿐인데, 이 파동의 영향은 대칭으로 움직일 뿐이다. 이러한 폭발들이 어떤 방향을 갖고 겹친다고 하더라도 역시 흐름은 생겨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파동은 각각 독립해서 음직이기 때문이다. 파동이 전달되는 순간을 잘 맞춰서 폭발시킨다고 하더라도 이는 잠깐동안의 파동의 중첩뿐이다. 이렇게 중첩되어 생긴 에너지 또는 운동량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반대쪽으로 향해 간 파동들도 흩어져서 강도만 약할 뿐이지 같은 에너지 또는 운동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지구 외핵이 회전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12. 원자폭탄은 눌린 사람이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울까?

우리가 눌린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을 때)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의 무게가 되려면 수백 kg 정도의 무게가 되야 할 것이다. 이 꼭지에서의 문제는 TNT 200 Mt 위력의 핵폭탄의 무게가 그정도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우라늄(U)은 핵분열을 하는 임계값이 대략 10 kg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정도의 우라늄이 모이면 TNT 1 Mt 정도의 위력을 보이면서 폭발하고, 조금이라도 이보다 적으면 폭발하지 않는다. (물론 폭발시 우라늄이 모이는 모양이나 순도에 따라서 위력은 달라질 것이다.) 아무튼 간단히 산술적으로 TNT 200 Mt의 위력을 보이려면 2t의 우라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설혹 우라늄이 2 t이 모여 있어야 한다고 해보자. 우라늄은 19.05 g/cm3의 비중을 갖으므로 이를 이용해 계산해 보면 약 0.1 m3의 우라늄이 있어야 한다. 우라늄이 이정도가 필요하다면 위의 장면에서 나오는 정도의 핵탄두는 제작이 불가능하다. 10 kg씩 나눠서 잔뜩 넣어놓는다는 방식의 핵탄두는 자체의 발열이 상당히 강할 것이고, 따라서 상당히 불안정한 폭탄이 될 것이다.

플루토늄(Pu)의 경우는 어떨까? 플루토늄은 비중은 우라늄과 비슷한 19.84 g/cm3을 갖지만 임계값이 우라늄보다 훨씬 작아서 1 kg 정도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좀 더 현실적으로 TNT 200 Mt 규모의 원자폭탄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무게가 가벼워지면 주인공들이 폭탄을 못 치울 가능성 또한 낮아진다. 물론 수소폭탄으로 제작할 경우에는 무게가 더욱더 가벼워질 것이다.

영화상에서 핵폭탄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이 꼭지와 상관없이 추가로 핵폭탄을 보통 기계 나르듯 하는 것도 NG… 보통 주변 사람이 방사능에 피폭된다. 퀴리부인이 처음 분리해냈던 라듐은 0.1 g이었는데, 이중 일부를 동료 과학자에게 나눠줬을 때 그 과학자는 종이에 싸서 주머니에 넣고 갔다가 주머니 근처의 피부에 화상을 입었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라듐에 비해서 방사능이 약하다고 하더라도 몇 kg 정도라면 피폭의 양이 장난이 아닐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충청도의 어떤 마을에서는 저농도의 우라늄이 포함된 마을의 바위 때문에 원인불명의 피부병에 시달리기도 했다.

또 위 장면은 지구의 외핵에서의 일이므로 중력도 고려해야 한다. 지구같은 구형 물체에서는 무게중심에서부터 관찰자(주인공)보다 더 먼 곳에 있는 물체는 관찰자에게 중력을 작용시킬 수 없다는 것을 뉴턴이 증명한 바 있다. (대학교 1 학년 일반물리 시간에 뉴턴의 구각문제라는 이름으로 증명을 배운다.) 따라서 지각과 맨틀, 그리고 관찰자보다 더 먼 부분에 위치한 외핵은 사실상 중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위 장면은 지구 표면에서 2600 mile(4160 km) 지하에서 일어나는 장면이므로 그만큼을 중력의 감소를 감안해야 한다.
정확히는 좀 복잡한 계산을 해야겠지만, 간단하게 지구를 밀도가 균일하다고 생각하자. 그러면 잠수함을 당기는 물질의 양은 1/20 정도가 되고, 지구 무게중심과의 거리도 또한 줄어들므로 땅에서보다 35% 정도만의 중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달의 중력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주인공들은 아폴로 우주선으로 달에 간 우주인들처럼 잠수함에서 통통거리면서 걸어다녀야 한다. 잠수함에서 멀쩡히 걸어다니는 것도 NG라면 NG다.) 물론 실제로는 무거운 물체들이 지구 중심에 모여있으니 이보다는 좀 더 큰 중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여기서 압력이 엄청나게 크므로 압력에 의한 액체와 고체의 체탄성율도 영향을 무시하기 힘들다.)

아무튼 무엇으로 폭탄을 만들든 잠수함에서 저정도 폭탄에 눌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은 있기 힘든 일이다. 그럴 가능성은 주인공들이 매우 허약하다는 조건하에 아주 조금 있다.

13. 쇠사슬이 녹는 온도의 물건은 어떤 색일까?

원자로의 연료봉을 당기자 걸었던 쇠사슬이 녹아 끊어지고 있다.
《터미네이터 2》에서의 용광로 장면

쇠사슬이 녹는 온도는 얼마나 될까? 보통 순수한 철은 1538 ℃에서 녹는다. 위의 쇠사슬을 만들 때는 합금하였을 것이므로 아마도 순수한 철보다는 낮은 온도에서 녹았을 것이라고 생각해도 1500 ℃ 부근에서 녹았을 것이다. 혹시 옆 장면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터미네이터 2》의 마지막 장면으로 용광로에 터미네이터가 스스로 들어가는 명장면이다. 그런데 용광로의 철은 붉게 빛나고 있다. 만약 실제 용광로에서 촬영을 했다면 주인공들은 저 장면을 보는 것조차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빛이 너무 강하고 뜨거워서 사람들이 견디기 힘들다.

따라서 위의 쇠사슬을 녹이는 연료봉이나 녹아서 흘러내리는 쇠사슬은 붉게 빛나고 있어야 한다. 플랑크의 복사법칙에 의한다면 저런 온도에서 은백색은 있을 수 없다. 이런 현상은 나중에 아인슈타인이 흑체복사(모든 전자기파를 흡수하고, 흡수한 에너지를 복사법칙에 따라서 방출하는 물체, 실제로 흑체는 있을 수 없고, 큰 동공을 갖는 매우 작은 구멍이 흑체와 유사한 현상을 보인다.)를 배재한 상태에서 다시 증명했다.
혹시 쇠사슬이 내가 생각하는 철이 아니라 납같은 녹기 쉬운 물질로 되어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위의 장면에 대해서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폭발위력을 높기이 위해서 원자로의 연료봉을 뽑아 폭탄 옆에 붙여둔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마지막에 MRI에 대해서 어쩌구저쩌구 하다가 폭발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여기서도 MRI는 전혀 무관하다. 참고로 MRI는 주인공들이 대화하듯이 고등학교 수준에서 공부할만큼 쉽지 않다. 아무튼 주인공들이 편하게 되돌아오는 것을 시나리오 작가가 놔두고 보지 못했나보다.

14. 잠수함을 길게 만든 이유는?

영화에서는 잠수함을 매우 길게 만든 것을 볼 수 있다. 폭탄을 실은 칸을 여섯 개나 연속으로 붙여놨다. 잠수함 설계자는 핵폭탄을 한 칸에 하나씩 싣기 위해서 여섯칸을 붙여 만들었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화살과 총알을 생각해 보자. 화살은 왜 길고, 총알은 왜 짧아야 할까?
이는 운동속력과 물체의 점성에 관련되어 있다. 유체의 점성이 강하면 물체의 운동에너지를 잃기 쉽다. 따라서 질량을 증가시켜야 하는데 단순히 물체의 크기를 크게 만든다면 유체를 밀어내는 면적이 넓어지면서 이득을 보기 힘들다. 그래서 길게 만들어야 저항이 적은 상태에서 더 운동하기가 쉬워진다. 반면 속도가 매우 빠르면 접촉면적을 줄여야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둥글게 뭉친 모양이 더 유리해진다. 총알이 화살보다 더 짧은 이유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 총알과 수중용 총알을 비교했을 때는 수중용 총알이 더 길다. 이는 물의 점성이 공기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잠수함은 바위를 녹이면서 나아가는 형태인데, 용암은 엄청나게 큰 점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선체는 길수록 유리해진다. 나중에 복귀할 때는 잠수함의 조종석만 탈출한다. 만약 그렇게 되면 모양이 짜리몽땅하기 때문에 대신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야 유리하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외핵까지 들어가는데 걸린 시간 이틀보다는 외핵에서 지표까지 나온 시간이 훨씬 짧은 20시간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점은 시나리오 작가가 정확히 생각해서 만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참 잘 설정한 것같다.

그런데 이 영화의 잠수함에는 하나의 단점이 존재한다. 잠수함을 만든 재료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내부가 텅 비어있는 기기인 것에 비교하여 지구 외핵이 (영화 설정처럼) 예상보다 질량밀도가 작았다고는 해도 액체금속은 상당히 무거운 철(지구의 핵을 구성하는 물질들 중 가장 흔한 물질은 철일 것이다. 철은 핵융합반응 또는 초신성에서의 생성물질 중에 가장 많이 형성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지구에서도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원소이다.) 같은 금속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잠수함이 외핵 속으로 잠수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결국 핼리콥터처럼 잠수하기 위해 아래쪽에 프로펠러를 돌리기라도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5. 어느 방향에서건 살짝 찔러주기만 하면 핵이 회전하나??

이 영화에서의 최대의 NG라면 밑의 대사다.

영화에서 지구의 핵이 회전을 멈춘 이유는 DESTINI라는 실험장비 때문이었다. 여기서 살짝 찔러주면 정상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정상으로 되돌아와도 자기남극과 자기북극은 현재와 달라져 있을 것이므로 한동안 사람들이 고생할 것이다.) 어느 방향에서든 살짝 찔러주기만 해도 된다면 이들이 어렵게 지구 외핵까지 내려갈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니었을까? DESTINI도 찔러주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DESTINI를 사용해서 지구 외핵이 완전히 멈추게 된다고 해도 계속 시도하다보면 결국 다시 회전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계속 시도하면, 3 개월간 지구 외핵까지 갈 잠수함 만들고, 거기에 진땀나게 고생해가며 갔다올 필요는 없다. 물론 지구상의 몇몇 도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겠고, 생태계가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긴 하겠지만….

DESTINI (데스티니)

하지만 아무튼….. 지구 외핵의 회전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외핵의 회전이 멈췄다고 하더라도 맨틀과 지각과 내핵은 계속 회전하고 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외핵도 다시 회전하게 될 것이다.

다시 살펴보면 수만~수백만 년에 한 번씩 불규칙하게 일어나는 지구자기역전현상 자체도 지구의 외핵이 멈췄다가 다시 도는 현상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 자기는 최근들어 점점 약해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외핵이 멈추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훨씬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어린이들이 해결해 주길 바라면서 이 글을 끝맞힌다.

ps. 남녀 주인공에 대해서…..

한 쌍의 잘 어울리는 바퀴벌레?

남자는 이론에서 강하고, 여자는 실전에서 강하다. 이런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팀웍이 발휘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이라면 이런 두 유형의 사람들은 성장하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남녀 주인공의 조합은 눈여겨 볼만 하다.

남자 주인공은 기계를 만들고, 조정은 여자 주인공이 한다. 이런 경우를 많이 보는데, 대학교 교수들은 물건의 원리는 잘 개발해 내지만 도무지 직접 다루질 못한다. 연구소의 교수가 농작물 재배법을 만들어 농민들에게 주지만, 그 농작물 재배법을 농부들이 모르고 농사를 지어도 농작물 소출은 교수들보다 더 많이 얻는다. 반면 실용적인 응용력이 강한 사람들은 원리를 개발해 내는 것에 젬병!!!! 농부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경험을 잘 이론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높이지 못한다. 결국 교수가 만든 재배법으로 농부가 농사를 지어야 좋은 소출을 얻을 수 있게 된다.

5 thoughts on “영화 《코어》의 쓸모없는 분석 – 후반부

  1. 재밌게 읽었습니다.
    영화도 그냥 말도 안되는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그래도 과학이 아예 숨어있지 않았던건 아니었군요.. ^^

  2.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오류가 상당히 많군요…
    뭐 들은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과학적인 오류가 있더래도… 영화의 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별수없이 적용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건 영화 결말까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수월하게 갔다가 목표달성하고 간편하게 돌아오는 것보다는 주인공들이 죽을고생을(조연들은 되도록 다 죽고 말이죠) 죽어라 하고 승리하길 바라니까요… ㅎㅎㅎ

    이웃 블로그에 등록했습니다 ^^

  3. ^^ 각주 3에서 철이 가장 많이 생성된다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보입니다. 정확히는 철 원소가 행성,항성의 핵 환경에서 가장 안정적이기 때문에 부산물로 남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소->헬륨 ….->철 이런식으로 계속 핵융합하다 마지막 철에서 원소가 안정화되어 남게 되는 것이지요.

  4. 음 ,아이리스에서 이병헌이 들고 뛰어다는 핵을 실제로 만들면 68kg정도 나간다고 하는데 그럼 못나올 수도 있지않을까요?

    1. 성인 남성 한 명이 깔려있고, 옆에 다른 남성 한 명이 있는 걸 생각할 때 못 빠져나오려면 300~500 kg 이상은 되야 하지 않을까요? ^^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