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전에 올렸던 ‘미시세계에서도 별볼일 없는… 왕관응달거미‘를 정리하는 것이다.
거미사진을 찍기 얼마 안 됐던 2013 년 5 월 중순, 검정접시거미를 사진 찍으러 인천 함봉산에 올라갔다. 검정접시거미의 거미줄은 날이 풀리기 시작한 한 달도 더 전부터 살펴보고 있었고, 뒷산이 무척 작았기 때문에 위치와 생김새를 거의 알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검정접시거미 거미줄의 위나 아래에 쳐져 있는 아주 작은 거미줄들을 우연히 발견했다. 몇 일 전에 갔을 땐 하나도 없었다. 거미줄은 커도 5 cm를 넘지 않았고, 거미 몸 길이는 2 mm가 되지 않았다.

2021.04.29 사패산에서 촬영
더 신기한 점이 있었다. 처음 발견한 이후로 이 거미줄을 계속 찾아다녔는데, 이 거미줄은 검정접시거미 거미줄의 위나 아래가 아닌 곳에는 단 하나도 없었다. 더더더 신기한 점은 일주일이 지난 뒤 이 거미는 거미줄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물론 다음해 5 월 중순이 됐을 때 다시 나타났다가, 역시나 일주일이 지난 뒤에는 거미줄만 남겨두고 모조리 사라졌다. 그리고는 9 월에 한 번 더 나타났다.
그 이후에도 생각날 때마다 찾아봤는데, 딱 그 시기 이외에는 찾을 수 없었다.
2021 년은 신기한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인간사회에서는 코로나19(Covid19) 2 년차…… 기후적으로는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온갖 뉴스 속에서 최악의 추위가 몰아쳤다. 그래서인지 계절은 2~3 주 정도 빨리 봄을 맞이했고, 온갖 봄꽃도 그만큼 빨리 피었다. 봄벌레들도 그만큼 빨리 나왔다. 벌레사진을 찍기 위해서 그만큼 빨리 산에 올라야 했다.
그러나 나는 그 와중에 이사했다. 봄벌레가 많이 나올 4 월 말에 맞춰서 뒷산에 갔다. 여기의 뒷산은 함봉산과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큰 사패산이다. 그러나 계절이 빨리 와버려서 첫 봄벌레들은 모조리 놓쳤다. 대신 반가운 녀석을 다시 만났다. 바로 왕관응달거미!

2021.04.29 사패산에서 촬영
응달거미과 거미는 보통 둥근 거미줄을 친다.
계절이 빨리 온 만큼 이녀석들도 빨리 나온 것 같았다. 그러니까 한 20 일 정도 빨리 나왔다. 그러고보니, 진딧물이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기 시작할 때에 맞춰서 이녀석들도 나오는 것 같다. 이녀석들에게 딱 맞는 먹이래봐야 기껏해야 진딧물 정도뿐이니….
함봉산에서는 왕관응달거미보다 검정접시거미가 많았는데, 사패산에는 왕관응달거미가 훨씬 많았다. 그래서 검정접시거미 거미줄의 위와 아래에만 거미줄을 치는 게 아니라, 두 겹으로 치거나 옆으로 나란히 나눠서 치는 녀석도 있었고, 조금 동떨어진 곳에서 홀로 치는 녀석도 있었다. (검정접시거미가 잘못했네!)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함봉산에서보다 거미줄 크기가 훨씬 작았다. 보통 2 cm 정도…… 함봉산에서 봤던 거미줄의 크기보다 1/3도 안 됐다.
몸체의 색깔도 차이를 보였다. 함봉산에서는 거의 모든 개체가 (앞의 링크된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짙은색…. 맨눈으로 볼 때는 검정색이었는데, 사패산에서는 거의 모든 개체가 주황색이었다.
2021.04.29 사패산에서 촬영
역시나….. 왕관응달거미는 처음 본지 일주일이 되기 전에 한 마리만 빼고 모조리 사라졌다. ^^; 물론 그 이후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 가을이 되면 다시 나타날 것이라 생각된다.

2021.05.05 사패산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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