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앙에 올라온 이상한 통계자료의 출처확인

요상한 그래프를 발견하여 출처를 추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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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앙이라는 커뮤니티에 이상한 글이 하나 올라왔다.

클리앙 해당 페이지 캡쳐화면

흑인들한테 개무시당하는 동양인이 왜 흑인인권을 위해 싸우죠?

뭔가 이상해서 출처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이미지가 너무 작아서 출처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글에 첨부된 그래프를 찾아보기로 했다. 원래 첨부된 이미지는 오른쪽에 매우 넓은 흰 여백이 있었다. 구글 이미지검색으로는 이 이미지를 찾을 수 없어서 이 여백을 지우고 검색해보고, 나중에 추가된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 붉은 글씨를 지우고 검색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구글에서는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클리앙 글에 첨부된 이미지

아무튼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DCinside에 올라온 글에 첨부된 같은 그래프를 발견했다. (이러니 이미지 검색이 안 되지…-_-)

‘BEXUS 백서스’라는 의문의 문자열이 보인다. (현재 구독자 수가 9.75만명인 것으로 보아 캡쳐된 건 얼마 전으로 보인다.) 보아하니 이 이미지는 유투브를 스마트폰에서 캡쳐한 것으로 보이며, 맨 꼭대기에 살짝 나온 문자열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인 것으로 보아 어디에선가 배포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백서스로 검색하니 백서스 유투브 채널이 바로 나온다. 추적이 거의 끝났다. 여기에서 올린 동영상 중 하나가 그래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보자마자 윾튜브와 같은 부류의 채널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아직 영상은 하나도 보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글은 생중계와 비슷한 상황으로 쓰여지는 것이다.)

이제 문제의 동영상을 실행해보자……….가 아니라, 커뮤니티에 ‘BEXUS 백서스’ 이름으로 그래프가 올라와 있다.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위에 스마트폰으로 캡쳐한 이미지조차 로고를 따로 박아놓았다. 그러니까 누군가 또다시 작업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누굴까 궁금해진다. 또한 이 그래프에 쓰여진 본문의 마지막 문자열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인 것으로 보아, 위 스마트폰 캡쳐화면은 이 커뮤니티의 글을 캡쳐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프가 있는 페이지 캡쳐

첫 번째 댓글을 보면 공유 목적으로 만든 카톡 채팅방 안내도 있다. 근데 글 뿐만 아니라 댓글들까지 민경욱 이야기로 한가득인 것으로 보면, 민경욱과 관련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가 싶기도….ㅎㅎㅎㅎ

이제 진짜 궁금하던 그래프의 출처로 들어가보자. 그래프의 첫 이미지를 보면 맨 밑에 영어로 뭐라뭐라 적혀있기는 한데, 이미지 크기가 너무 작아서 읽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원본에서 읽기는 쉽다.

https:ucr.fbi.gov/crime-in-the-u.s/2018/crime-in-the-u.s.-2018/topic-pages/tables/expanded-homicide-data-table-6.xls 이라고 적혀있다. 이걸 웹브라우저에 입력하면 다음 페이지를 보여준다.

문제의 자료 페이지 캡쳐화면

이제부터 저 그래프의 수치가 어떻게 가공되어 만들어진 것일지 고민에 빠진다.

우선 가장 간단하게 흑인과 백인의 총 희생자수를 보자. 백인이 3315 명으로 2925 명인 흑인보다 훨씬 많다. 이건 아니다. 혹시 그래프에 써진대로 각각 흑인과 백인의 인구수를 기준으로 희생자 수를 평균화한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일까? 한참을 들여다보자 대략 어떻게 계산된 것인지 감은 잡힌다. (정확한 수치를 계산해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통계의 분석은 간단하게 처리할만한 것이 아니다.

우선 이 통계에 기록된 살인자 수와 피해자 수는 어떤 기준으로 집계된 것일까? 알 수 없다. 인종차별이 일상화되어 있는 미국 경찰이 수사하는 한, 백인은 용의선상에 올리는 경우가 애초에 훨씬 적을 것이다. 따라서 범인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훨씬 적을 것이다. CSI 같은 범죄추리 수사물에서는 만인을 평등하게 바라보며 수사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기 때문이다.

통계 수치를 믿고, 그것으로부터 분석해도 마찬가지 문제가 나타난다. 흑인은 백인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 사실이 살인을 저지른 흑인에게 면죄부를 주지는 못하다. 그러나 그런 불균형이 흑인을 더 쉽게 범죄의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것은 분명하다. 또는 흑인보다 백인이 훨씬 많다는 것에 기인한 결과도 빠져있다.

더군다나/정작 범죄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예전에 썼던 내 글에서 우리나라 일부지역(?) 문제를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미국도 인종차별이 말단경찰 뿐만 아니라 판검사의 사법부에서까지 만연해 있다. 그건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다.

결국 저 그래프에서 백인에게 죽은 흑인 숫자가 매우 적다는 것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실제로 저런 통계가 유의미해지려면 우선 인종차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BlackLivesMatter 운동은 그것을 하자는 이야기니까… 저런 가짜뉴스 채널에서 떠벌일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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