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의 초접사 전용렌즈 MP-E 65 mm f/2.8 1-5x Micro Photo리뷰

이 글은 7 년쯤 전에 블로그에 쓴 포스트다. 이 블로그로 옮기려고 다시 읽었는데, 틀리거나 고칠 게 많았다. 그동안 내 경험이 많아진 부분도 있었고, 영상기기 환경이 바뀌기도 했기 때문이다.

바람이 있다면, 캐논이 이 렌즈를 리뉴얼해주면 좋겠다. 꼭 캐논이 아니라도, 이 렌즈에 대응하는 렌즈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이 글을 쓸 당시에는 상관 없는 이야기였지만, 이후에 나온 바디의 고화소를 이 렌즈가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글 쓴 날 : 2013.07.25

이 렌즈를 살까 한다고 국내 유명 사진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을 때,

“이 렌즈는 접사용 SPUR METER 없이는 쓸 수 없다.”

는 답이 제일 처음 달렸다. 촬영기기의 위치와 자세를 미세조정하는데 쓰는 장치가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만약 이 말이 맞다면, 사물이나 식물도 아닌 벌레를 접사할 때는 굉장히 제한적으로 쓸 수밖에 없을 테니, 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렌즈는 특성이 굉장히 강해서인지 이런 종류의 소문이 참 많았다. 꽤 긴 고민 끝에 일단 렌즈를 주문했다.

배송 받았다. MP-E 65 mm는 크기에 비해 정말 묵직했다.

시험삼아 100 장 정도 사진을 찍어보니, 정말 쓰기 어려웠다. 그러나 느낌이 상당히 좋았다. 접사링을 84 mm씩 끼우고 사진을 찍어왔기 때문에 좋은 느낌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손각대로도 충분히 좋은 벌레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문을 믿지 않아 다행이다. 그래서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글은 자세한 내용을 열거하기보다는, 구매를 고민하시는 분을 실질적으로 안내해 드리기 위해 쓴다. 왜냐하면 내가 이 렌즈를 사려고 고민할 때 참고할만한 정보를 거의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 구글에서 검색돼 나오는 정보도 물리적인 수치 등에 치중할 뿐, 실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는 없었다.

이 글에 나오는 장비들의 정확한 모델명

  • 카메라 : Canon EOS 7D
  • 렌즈
    • 60마 : Canon EF-S 60 mm F/2.8 Macro USM
    • 백마엘 : Canon EF 100 mm F/2.8L Macro IS USM
    • 이 글에서 소개하는 렌즈 : MP-E 65 mm f/2.8 1-5x Micro Photo
  • 접사링
    • Kenko DG AF Extension Tube Set 3 개 중에 짧은 것 두 개
    • Canon Extention Tube EF25II 두 개

MP-E 65 mm f/2.8 1-5x Micro Photo

  • 초점거리 65 mm
  • 렌즈 구성 8 그룹 10 장
  • 조리개 F/2.8~F/16
  • 화각 18˚ 40′
  • 최단초점거리 24 cm (카메라 센서에서 피사체까지의 거리)
  • 필터 지름 58 mm
  • 가장 짧을 때의 길이 9.8 cm
  • 렌즈만의 무게 730 g
  • 모델 발매일 1999 년 09 월
  • 구성품
    • 박스
    • 렌즈
    • 마운트링
    • 앞뒤 렌즈뚜껑
    • 자질구레한 CD나 설명서

캐논코리아 홈페이지에 나온 구체적인 사양은 이렇다.

보호용 필터를 쓸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안 쓰는 게 더 낫다. 전용 후드인 Lens hood for MP-E65도 직구해서 써봤는데, 예상외로 쓸모 없었다. ^^;;;;

1. 배율

이 렌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율이다. 배율은 피사체 크기와 센서(또는 필름) 위에 맺힌 상의 크기의 비율을 말한다. MP-E 65 mm의 배율은 1X에서 5X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1X는 피사체와 상의 크기가 같은 것이고, 5X라면 피사체보다 상이 다섯 배 큰 것이다.

참고로, 보통 접사렌즈는 배율이 1X이다. 광각렌즈는 0.1X 이하로, 상의 크기가 피사체보다 훨씬 작다.

1.1 크롭바디에 쓸 때

우선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 캐논의 크롭바디는 크롭벡터가 1.6이다. 이 말은 풀프레임 바디의 센서와 비교해서 크롭바디의 센서 크기가 길이를 기준으로 1.6 배만큼 작다는 말이다.

크롭바디는 센서의 장축 길이가 2.23 cm이므로, 최소배율 1X에서도 사실상 길이 2.23 cm가 넘는 피사체는 한번에 찍을 방도가 없다. 5X일 때는 4.5 mm 정도까지의 피사체를 사진 한 장으로 찍을 수 있다. 그러나 배율이 5X일 때는 표기된 배율 5X보다 조금 낮은 배율이었다. 숫자만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될 것 같아서 사진을 준비했다.

아래 다섯 장의 사진은 몸길이가 5 mm 정도인 아롱가죽거미이다. (모두 1/400초, F/8.0 ISO 160, 플래시 발광 상태로 찍었다.) 이녀석은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앞쪽으로 쏴서 먹이감을 잡는 신기한 녀석이다. 눈 밑에 있는 앞턱에 검은 점이 보이는데, 그 점 어딘가에 있는 구멍에서 거미줄을 쏜다. 아무튼 아래 사진들은 각 배율별로 1~3 장씩 모두 열 장을 찍어서 초점이 잘 맞고 흔들림이 없는 사진만 골라서, 크기만 줄였다. 이보다 더 세부적인 모습을 찍으려면 현미경을 동원해야 한다. 광학적인 한계 뿐만 아니라, 다음 꼭지에서 살펴볼 상의 밝기 때문이다.

1X 촬영
2X 촬영
3X 촬영
4X 촬영
5X 촬영

전반적으로 고배율 촬영은 넉넉한 편이다. 그러나 큰 벌레를 찍다가 전체 모습을 찍고 싶을 때는 1X 배율로도 찍을 수가 없어서 일반접사렌즈로 갈아끼워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다.

1.2 풀프레임에 쓸 때

풀프레임의 센서는 장축이 35.9 mm로 길다. 이 렌즈의 1X 배율에서도 어지간한 벌레 정도는 전부 사진에 담을 수 있다. 따라서 렌즈를 갈아끼워야 하는 경우가 훨씬 적다. 따라서 이 렌즈는 크롭바디보다 풀프레임에서 쓰도록 설계된 것으로 생각된다.

2. 상의 밝기

뷰파인더로 보이는 상의 밝기가 왜 중요하냐 하면, 피사체를 찾고, 초점을 맞추고, 구도를 잡고, 제대로 찍힐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눈으로 보면서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렌즈를 구매하려고 생각하셨다면 뷰파인더가 어둡게 보일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을 것이다. 얼마나 어둡냐가 문제일 뿐이다. 갖고 있는 접사렌즈인 백마엘이랑 60마와 비교해서 말해본다. 참고로 위의 아롱가죽거미 사진은 모두 낮에 밝은 실내에서 형광등을 켜고 찍은 사진이다.

밝을 때와 어두울 때의 구분은 대략 해가 질 때와 진 뒤 30 분 정도일 때의 야외 밝기 정도이다.

우선 밝은 곳에서 1X 배율일 때는 백마엘이나 60마와 비교하면 살짝 어둡다. 그러나 백마엘이나 60마에 25 mm 접사링만 끼워도 MP-E 65 mm보다 더 어둡다. 결국 배율이 작을 때는 상의 밝기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5X로 찍을 때는 어렵다. 뷰파인더가 너무 어두컴컴하게 보인다. 혹시 당신이 초보자인데 이 렌즈를 쓸 기회가 왔다면, 1~2X로만 찍을 것을 권하겠다. 5X 촬영은 너무 어려워서 자신감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60마와 백마엘에 접사링을 한계까지 끼워서 성공적으로 찍어봤다면 5X로도 충분히 찍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접사링을 한계까지 끼운 백마엘보다 5X 배율로 맞춰진 MP-E 65 mm의 상이 더 밝다.

어두운 곳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실상 1X에서도 상이 어둡다. 찍기가 쉽지 않다. 5X에서는 훨씬 더 어둡다. 밤에 형광등 밑에서 5X로 찍는 건 일단 포기했다. (추가 : 이 환경에서 찍는 건 경험을 많이 쌓은 다음에도 무척 어려웠다.)

3. 조리개

조리개는 최대개방일 때 F/2.8이고, 최소개방일 때 F/16이다. 위의 아롱가죽거미 사진은 모두 선명도가 최대인(이 렌즈의 선명도가 최대인 조리개값을 실험해보지 않았지만, 외국 커뮤니티에서는 F/7~8이라고 평가했다.) F/8.0으로 찍었다. 위 사진은 다섯 장 모두 초점이 눈구역(거미 눈을 이은 도형의 안쪽을 뜻하는 해부학 용어)에 맞춰져 있다. 배율 변화에 따른 심도 변화를 주의깊게 살펴보기 바란다.

보통 렌즈는 배율을 바꾸기 위해 초점거리를 바꾸면 심도도 바뀐다. 따라서 접사 배율이 높아질수록 조리개도 훨씬 더 많이 조여야 한다. 그런데 MP-E 65 mm는 배율이 바뀌어도 심도 변화가 없다. 놀랍다! 렌즈 메뉴얼에 의하면 유효 조리개는 (설정한 조리개)×(배율+1)이라고 한다. 이게 배율을 바꿔도 심도가 변하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 그리고 유효 조리개가 이렇게 적용되다보니 심도가 훨씬 넓게 느껴진다. 그러나 잊지 말자. 이 렌즈로 촬영한 사진의 심도는 엄청나게 얇아서 10 μm 이하일 때도 있다.

ps. 재미있는 게, 촬영 후에 조리개가 기본값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촬영한 뒤에 카메라를 끄면 조리개가 그대로 고정되어 있다. 사실상 큰 단점 중 하나다. 이 글을 쓴 뒤에 다시 시험해 보니, 보통은 사진을 찍은 뒤에 조리개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왜 테스트할 때는 원래대로 되돌아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뭔가 잠시 오류를 일으킨 것 같다.

4. 최소촬영거리와 코

이 렌즈는 배율을 높이면 코가 나오는 구조이다. 내가 처음 썼던 dslr 렌즈가 코가 나오는 제품이었는데, 코가 너무 쉽게 흘러내렸다. 즉 렌즈 끝을 밑으로 기울이면 렌즈의 자기 무게 때문에 코가 앞으로 스르륵 내려갔다. 이게 너무 불편해서, 이후로는 코 나오는 제품은 의도적으로 안 썼다. 이 렌즈도 자기 무게 때문에 코가 흘려내려 좋지 않았다.

또, 일단 코가 매우 길게 나온다는 말은 경통이 길다는 말이기 때문에 렌즈 자체가 무겁고, 피사체에서 렌즈 끝까지의 거리를 가늠하기 힘들다. 사진을 찍을 때 뷰파인더로 피사체를 찾기 힘들고, 더불어 피사체와 렌즈가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5X 배율일 때 튀어나온 코

이렇게 튀어나온 코의 길이는 대략 백마엘에 접사링을 100 mm 쯤 끼웠을 때랑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5X 배율에서는 카메라 흔들림이 그만큼 심해져서 사진 찍기 매우 어렵다. 촬영자의 맥박만으로도 피사체가 초점 안과 밖을 왕복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심도 두께가 10 μm 수준이라서 어쩔 수 없다. 따라서 배율이 높을 때는 뷰파인더 상이 밝아도 촬영이 매우 어렵다.

최소촬영거리는 1X일 때는 10 cm, 2X일 때는 6.3 cm, ……………… 5X일 때는 4.1 cm이다. (위 사진을 보면 경통에 써있다.) 배율에 상관없이 렌즈 끝에서 5 cm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 움직이는 사물이나 식물 같은 경우는 별 상관없지만, 민첩하게 움직이는 벌레를 접사할 때는 너무 가까운 거리다.

5. 기타

MP-E 65 mm는 최소촬영거리가 짧아서 접사링을 쓰기 힘들다. 쓰더라도 촬영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워진다. 그냥 렌즈만 산뜻하게 쓰자.

외장 플래시로 캐논의 모든 링플래시와 게눈(MT-24EX)을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소촬영거리가 짧아서 이 두 플래시를 쓰기는 힘들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플래시를 쓰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앞에서 본 아롱가죽거미 사진은 모두 600EX-RT 외장플래시를 오프슈코드로 연결하여 손으로 들고 찍었다. 원한다면 악세서리를 따로 사서 외장스트로보를 고정시키고 찍을 수도 있다. (카메라 핫슈에 꼽고 찍으면 빛 방향이 피사체를 향하지 않거나, 렌즈가 만든 그늘이 피사체에 드리우는 문제가 있다.)

특이하게 마운트링이 딸려있다. 마운트링은 생각보다 무겁다. 그런데 렌즈를 단단히 잡을 때 도움을 준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에는 끼워서 쓰는 게 좋다. 그러나 짐이 무겁다 싶으면 빼도 된다.


6. 맺는 말

이렇게 글을 끝맺는다.

접사렌즈에 접사링까지 써도 배율에 아쉬움을 느낀다면 이 렌즈를 추천한다. 내가 사기 전에 들었던 뭔가의 장비를 추가로 필요로 한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 다만 원래 작은 걸 사진 찍는 게 어려운 일인 만큼, MP-E 65 mm를 쓰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접사를 찍겠다고 60마 렌즈를 샀던 분들 대부분이 어렵다고 금방 포기하는 걸 생각할 때(그래서 60마 렌즈는 중고로 사도 대부분 새 제품 같다고 한다.), 이 렌즈로 사진을 찍는다는 건 어쩌면 궁극의 난이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높은 배율의 사진을 찍으려고 일반 접사렌즈에 접사링을 끼우던 분이라면, 이 렌즈를 쓰는 것이 특별히 어려울 건 없다. 그러니까 이 렌즈를 사기 전에 접사링을 어떻게든 구해서 찍어보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노출시간을 1/20~1/30 초로 맞추고 사진을 찍어버릇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사실은…. 60마 렌즈를 중고로 사도 대부분 새 제품 같은 것처럼, 이 렌즈는 중고더라도 더더욱 새 제품 같을 것이다. 그러니까 혹시 중고 매물을 만난다면 바로 질러라.

ps. 각 상황별로 사진을 찍을 때, 개인적으로 아래 순서처럼 어려웠다. (여기에서 ‘+숫자’는 접사링을 체결한 경우이다….)

60마 < 백마엘 < 백마엘+25 < MP-E 65 mm 1X < 60마+25
<< 백마엘+50 < 60마+50 < 백마엘+84 ≒ MP-E 65 mm 5X

접사를 처음 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60마가 백마엘보다 쓰기 어려울 수도 있다. (특별한 용도가 필요한 게 아니라면 60마보다 백마엘을 추천한다.) 맨 앞의 60마와 백마엘의 순서만 빼고는, 심도는 얇아지고, 상은 어두워지며, 장비가 많이 흔들리는 이유로 촬영이 어려워진다.

장단점 정리

  • 초접사를 찍을 수 있다.
  • 심도 처리가 쉽다.
  • 상이 어둡다. 어두운 곳에서는 찍기 힘들다.
  • 흔들림이 심하다.
  • 코가 나온다. 그것도 아주 많이!
  • 최소촬영거리가 너무 짧다.

장점이 너무 없는 것 같아도, 초접사를 찍을 수 있다는 한 가지 장점이 모든 단점보다 크다.


2020 년, 7 년만에 추가

이 렌즈도 그냥 평범한 하나의 렌즈일 뿐!

사용자의 촬영실력이 좋아질수록 어떤 렌즈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붙이게 된다. 이렇게 렌즈가 극한의 상황에서 혹사당하면 사용자는 렌즈가 쓰기 어렵다고 느낀다. 결국 혹사당하는 렌즈는 종류를 불문하고 이 렌즈만큼 쓰기가 어려운 것이다. 다시 말해서 딱히 이 렌즈가 쓰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단지, 이 렌즈는 쉽게 쓰는 방법이 없다는 게 조금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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