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의 한계

‘로슈의 한계’는 로슈라는 사람이 두 별이 가까이 있을 때 어떤 물리현상이 일어날 것인지를 연구하다가 알아낸 결과다. 로슈의 한계는 실생활에서는 하등 쓸모 없는 지식이지만, 거대한 천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정확한 계산까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대략적인 개념이라도 알아두자. (물리학과에서도 전혀 다루지 않는다. 천문학과에서는 다룰 듯…)

이 개념은 곧 작성할 두 개의 글인 ‘저녁노을이 아침노을보다 붉은 이유’와 중국영화 [유랑지구] 리뷰에 쓰일 것이다. 그 두 글이 완성된 뒤에는 이 문단은 삭제될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수많은 글에서 이 글을 링크할 것이다.


중력

질량이 m인 물체와 M인 물체가 어떤 이상적인 우주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뉴턴의 중력이론에 의하면 이 두 물체는 서로를 끌어당긴다. 당기는 힘은 갖고, 방향만 반대이다. (만약에 아래 그림의 두 물체를 그냥 놔두면 금방 충돌해 버릴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두 물체가 서로에 대해 각운동량을 갖고 회전하고 있다는 기본 가정 아래 이야기를 진행할 것이다.)

이 두 물체가 서로 당기는 힘의 크기는 비교적 간단한 형태의 방정식으로 주어진다.

이 방정식에서는 중력이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G는 크기를 보정하기 위해 넣은 그냥 상수다. 아주 작은 숫자라는 것 이외에는 사실상 큰 의미는 없다.

두 물체 주변에는 중력장이 형성되는데, 중력장은 한 물체만 있을 때는 원형으로 형성될 것이다. 하지만, 두 물체가 있을 때는 원형이 되지 못하고, 각각의 물체가 만든 중력장의 합처럼 생긴다.

중력장이 만든 힘과 위치에너지를 그래프로 그리면 원형을 이룬다.

사실은 가운데 있는 물체는 자연스럽게 원형(3차원에서는 구형)이 되는데, 이것은 중력장에 의한 위치에너지 모양에 맞춰서 변하는 것이다.


라그랑주 점

두 물체가 만드는 위치에너지의 크기를 대략 표시해 보자면 아래 그림과 같다. 이때 m보다 M의 질량이 큰 경우를 생각하자.

이 그림에서 가로는 거리, 세로는 위치에너지의 크기를 나타낸다. 기본적으로 중력에 의한 위치에너지는 음수 형태를 띄기 때문에 그래프는 수평선 밑쪽에 그려져 있다. (이것은 일반적인 수학의 관습을 따른 것이다.) 회색 선은 물체 m과 M이 만드는 각각의 위치에너지 그래프이다. 검은 곡선은 두 회색선을 합한 선으로, 실제로 그 위치에 다른 작은 물체가 있다면, 그 물체가 느끼게 될 위치에너지이다.

여기에서 두 가지를 눈여겨 봐야 한다. 첫째는 L1이라 쓰여진 부분이다. L1은 제1라그랑주 점(Lagrangian point) 또는 내부 라그랑주점이라 부르는 점이다. 라그랑주는 두 별의 운동에 대해 연구하다가 원형 운동을 하는 두 짝별(쌍성, Binary star) 주변 5 곳에 평형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L1은 그 점들 중에 한가운데에 있는 점다. 이 부분은 짝별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으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둘째는 L1 부근에 위치에너지가 거의 균일한 부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L1 부근에 물체를 정지시켜 놓으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원래 L1은 불안정평형점이라서 어떤 물체가 그곳에 있더라도 그 위치를 지키지 못하고 점점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그런데 그 위치에 인공위성을 띄워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이것은 다른 라그랑쥬점도 마찬가지이며, 이미 많은 인공위성이 위치해 있다.

사실은 여기까지 설명하면서 한 가지를 빼놓았는데 중요하므로 짚고 넘어가자. m과 M 두 천체의 공전에 맞춰 각 지점도 움직이기 때문에 생기는 원심력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앞으로 L1의 위치는 m과 M 두 물체의 중력적 균형점이라고 설명할 텐데, 실제로는 L1점이 m과 M의 무게중심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벼운 m 방향으로 원심력이 작용하여 실제로 L1이 되는 지점은 중력적 균형점보다 약간 M에 가까운 곳이 된다. 다른 라그랑주점도 마찬가지여서 원심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균형점이 될 수 없다.

[그림4] 공통의 등포텐셜면

이 그림은 앞 그림을 공전면 위에서 내려다보는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거의 원에 가까운 푸른 곡선은 등포텔션면, 즉 위치에너지가 모두 같은 점들이다. 따라서 작은 물체가 이 위에 있다면, 그 물체는 이 직선 어디로 가든지 에너지를 추가로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L1에서는 M 쪽으로도, m 쪽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등포텐셜면 안쪽에는 이처럼 달걀 모양의 다른 등포텐셜면이 존재한다. 만약 m과 M이 유체라면, m과 M의 모양은 저것처럼 달걀 모양으로 생길 것이다. (이렇게 모양이 일그러지는 것은 기조력을 이해할 때 중요하다. 이걸 제대로 살피려면 동역학과 정력학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로슈의 한계

이제 연습은 끝났으니, 로슈의 한계에 대해 살펴보자.

m과 M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그림4]에서 살펴본 공통의 등포텐셜면이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든다. m과 M이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결국 어느 한쪽은 등포텐셜면 공간을 가득 채우게 된다. 그보다 더 가까워지면 이제는 채운 쪽 안쪽으로 L1이 들어가게 된다. 문제는 이때부터 생긴다. L1보다 더 상대편에 가까운 부위는 원래 포함돼 있던 쪽보다 반대쪽이 끌어당기는 중력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반대편으로 중력을 받으면 그 부위는 조각조각 부서져서 상대편으로 날아가게 된다. 이때 날아가는 조각은 자전과 공전의 영향으로 각운동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직선이 아닌 나선을 그리면서 떨어진다. 이 조각들의 운동은 보통 물체의 낙하와 같으니까 이 글에서는 거론할 필요가 없겠다.

일부분이 맞은편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천체는 질량이 줄어들므로, 줄어든만큼 등포텐셜면의 공간이 줄어들어 더 많은 양의 물질이 상대방 별로 떨어지게 된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서 결국엔 모든 물체가 부서져 떨어져 내리게 된다.
물론 인공위성처럼 하나로 단단히 뭉친 작은 천체는 로슈의 한계를 따질 필요가 없다. 중력보다 물질의 응집력이 더 강해서 부서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모델의 예로 해왕성과 해왕성의 위성인 트리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왕성의 자전방향과 트리톤의 공전방향은 서로 반대방향이다. 이게 무슨 문제냐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위성의 각운동량은 공전방향이 중심행성의 자전방향과 같을 때 늘어나고, 다를 때 줄어든다. (줄어든 각운동량은 중심행성의 자전 각운동량으로 변한다.) 즉 트리톤의 각운동량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각운동량이 줄어들면 공전궤도가 작아지다가 결국 로슈의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그 뒤에는 부서지면서 중심행성과 하나로 합쳐진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이 사건이 3억 6천만 년 뒤에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때가 되면 지구에는 수많은 해왕성 파편이 날라와 밤하늘에 불꽃놀이를 할 것이다.)

트리톤과 지구의 달을 비교해보자. 지구의 자전방향과 달의 공전방향이 같기 때문에 지금은 달의 각운동량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달의 공전궤도가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달의 궤도는 결국 지금 궤도보다 두 배 이상 거리를 두고 지구를 돌게 될 것이다. 그 뒤에는 지구의 자전속도가 달의 공전속도보다 더 느려져서 결국 해왕성과 트리톤의 경우처럼 다시 가까워진다. 언젠가는…. 지구와 달이 합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와 달이 하나로 합쳐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구와 달이 최대로 멀어질 때쯤인 대략 50~60억 년 미래가 되기 이전인 최소 30억 년 뒤에 태양이 부풀어올라 지구와 달을 삼킬 것이기 때문이다.(진짜 삼킬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사실 이게 여러 가지 물리적 상황이 혼재되어 있어서 엄청 재미있다!) 그러나 최소한 7억 년이 지나면 해가 너무 뜨거워져서 지구에는 생명체가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지구와 달이 합쳐지는 건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다.

로슈의 한계를 큰쪽 짝별의 지름과 비교하여 몇 배 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어렸을 땐 2.53 배 정도로 말했던 것 같은데, 로슈의 한계가 무엇인지 알고서 생각해보니, 한마디로 가치 없는 수치 이야기이다. 구성물질의 밀도에 따라서 매우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상황에 따라서 수치가 그때그때 달라진다.


이제 반대의 경우도 살펴보자.

두 개의 별[항성]이 매우 가까이에서 돌고 있는 짝별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두 별은 처음에는 평화롭게 잘 지낼 것이다. 그런데 별[항성]은 무거울수록 연료인 수소를 빨리 쓰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결국 더 빨리 죽는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무거운 쪽이 먼저 핵융합 원료인 수소를 모두 써버린다.(물론 별 자체에 수소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적색왜성 아닌 대부분의 별은 중심핵에 있는 수소만 핵융합에 쓴다.)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 헬륨이 핵융합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별은 반지름이 수천배가 될 때까지 매우 크게 부풀어오른다. 부풀어오른 별은 공통의 등포텐셜면을 모두 가득 채운다. 그러면 상황은 아래 그림처럼 변한다.

그 뒤에도 계속 팽창하면 M 쪽의 플라즈마 또는 기체가 L1을 통해서 m 쪽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넘어간 물질은 나선을 그리면서 m 쪽으로 떨어지게 된다. 외부에서 보면 M의 크기가 무엇인가에 의해 제약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때의 등포텐셜면을 로슈의 한계라고 부른다. 앞에서 설명한 행성과 위성들 사이에서의 로슈의 한계와 경우는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그러면 m쪽 등포텐셜 부피는 점점 늘어나고 M쪽 등포텐셜면 부피는 계속 줄어들어서, 점점 더 많은 플라즈마가 두 별 사이를 이동하게 된다. 이 과정은 M쪽에 거의 헬륨만 남을 때까지 진행된다.

헬륨만 남은 M은 핵융합을 할 수 있는 중심부 온도를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수축해서 백색왜성 같은 특이한 별이 된다. 초신성폭발 같은 특이한 과정은 거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짝별의 일반적인 진화과정이다. 이후의 진화과정이 천문학에서 매우 중요한데, 그걸 말하다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짝별의 진화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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