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스러운 한국영화계의 변화

한국영화 시스템의 변화가 느껴지는데, 매우 위험해 보인다.

No comments

이번에 초기대작이라는 한국영화 4 편이 개봉했거나 곧 개봉한다. 근데 나는 하나도 안 봤다. 왜 안 봤을까?

첫째, 최근 몇 년 동안 기대작이라는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가 기대감이 순식간에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부산행]의 후속작인 [반도]였다. 그 이외에도 예를 꽤 많이 댈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망한 영화들의 공통점이 그동안 영화를 잘 만들어오던 감독들이, 좀 뜬금없이 기존에 만들어오던 영화와는 많이 동떨어진 형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모른다. 아무튼 기대되는 영화라고 여기저기에서 이야기가 들려올 때, 그 영화를 만든 감독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서 이런 특징이 적용되네 하면 지금까지 100% 망작이었다.
아직 보지 않았지만, 이번에 개봉한 영화 중에 [외계+인 1부]의 경우가 바로 이 경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천만 관객이 든 영화 [실미도], 그리고 두 번째로 든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 이 두 영화를 만든 강우석, 강제규 감독은 후속작을 살펴보면 가치 있는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 (강우석 감독의 경우 이후에 흥행에 성공하거나, 평을 좋게 받은 작품이 있기는 하다. 근데 그렇게 평가받은 것들 대부분은 프랑스 영화를 베껴서 만든 [투캅스]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끼] 제외.)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전에 성공한 영화대로 만들면 성공한다는 생각을 감독과 주변 인물이 한 것인지, 새로운 시도 없이 이전 영화를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느낌을 [한산:용의 출현]에서 받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든 영화 [명량]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인 이순신의 결정적 장면을 다룬 국뽕영화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순신 이야기에 몰입해 보다보면 놓치기 쉽지만,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신경을 쓰지 않고 보면 완성도가 안 좋다는 게 너무 쉽게 눈에 띈다. 근데 이번엔 대놓고서 [명량]의 후속으로 [한산:용의 출현], [노량:죽음의 바다]를 한꺼번에 만들어 연이어서 개봉한다고 하니 강우석, 강제규 감독을 안 떠올릴 수가 없었다.
이 영화들이 [명량]처럼 흥행에는 성공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망작일 테고, 나는 이 영화들을 보면 복창이 터질 것이다.

셋째, 이 글을 쓰기 직전에 유투브에서 ‘영화’로 검색했더니 나온, 라이너의 컬쳐쇼크라는 채널에 올라온 ‘외계+인 1부가 이렇게까지 혹평을 받는 게 아쉽고 안타까운 이유: 외계+인 1부 리뷰’라는 평을 봤다. 이 채널은 내게는 추천되지 않는 채널이다. 예전에 구독했던 채널인데 왜 이제는 추천을 막았을까? 사실 나는 유투브에서 대부분의 영화채널을 차단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나마나 뻔한 망작이나 긴가민가 한 영화들까지 늘 재미있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매번 반복되니, 결국 참지 못했다. 악평 없이 호평만 있는 게 무슨 평론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라이너의 컬쳐쇼크 채널 운영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저는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라는 방송에서 <외계+인 1부>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데 실시간 댓글에서 CJ로부터 돈을 받았냐?, 대기업 눈치를 보냐? 이런 쓴소리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음…. 왜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하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위 영상의 뒷부분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제가 항상 주장하는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 SF 소설의 성취에 비해 한국영화는 저열한 수준이라고 말입니다. ○, ○, ○ 같은 작가들의 소설이 보여주는 깊이에 비해 한국 SF는 여전히 <서복>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서복]도 위에서 말한 망한 영화의 예 중 하나에 들어간다. 문제는 이런 영화들처럼 평론도 마찬가지로 [서복]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제 글을 맺어보자.

나는 이렇게 유능한 감독들이 망할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최근에 한국영화의 시스템이 변했기 때문인 것 같아서 염려스럽다. 그러니까 감독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라고 하지 않고, 영화 기획사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라고 강권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감독이 자기가 잘하지 못하는 것까지 손을 대야 하고, 결국엔 엉망진창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획사가 시키는대로 안 하면 극장에 걸리기도 힘들다.

이건 1990 년대에 일본 영화계가 먼저 걸어갔던 과정과 같다. 일본 영화계는 당시에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을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시스템이 이후 일본 영화계를 모조리 말아먹는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영화계도 코로나19 이후에 일본 영화계처럼 변하면서 전체적으로 큰 먹구름이 끼는 것 같다.

거기다가 그걸 평론해야 할 사람들에게까지 손을 미치는 것이다. (예로 이 글을 읽어봐라. 참고로 내가 [반도] 개봉 직후에 첫 번째 상영시간에 보고 나오면서 악평 남겼더니, 익스트림무비 운영자가…ㅋㅋㅋㅋ)


기획사는 너희들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으면, 초보 감독 중에 실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서 만들라고 시켜라. 기존에 잘 만들던 감독에게는 그냥 만들고 싶은 영화 만들라고 그냥 놔둬라. 망할 것들아….

너희들이 그따구로 하니까 새로운 감독이 등장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

ps.
[비상선언], [헌트]는 예고편조차 보지 않아서, 위 예에 속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최근 천만 관객을 넘은 [범죄도시2]는 [범죄도시]조차도 안 봐서 어떤 영화인지 모른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