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초원학교』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한 권의 책쓰기 강의에서 만난 방송작가 구혜경 님이 쓰신 책이다. 강의를 듣기 직전 아프리카를 반 년이나 다녀오신 경험을 정리해서 펴내신 책이다. 아마도 여행하는 동안 매일매일 메모를 꼼꼼히 하셨나보다.
같이 수업을 들으면서 구혜경 님 글에서 느꼈던 내용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져 있다. 구혜경 님 글은 적재적소에 쓰인 어휘가 돋보이고, 세밀한 묘사가 잘 정리되어 있고, 적절한 감성적이어서 어서 글빨이 장난 아니다.

아프리카 초원학교 – ★★★★★
구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신국판 / 5 도 인쇄
336 쪽 / 1’3000 원
2007.04.02 초판 1쇄 발행
ISBN 978-89-8431-219-7 03810
책은 5 장 50 꼭지에 글 배경을 설명하는 프롤로그와 책 전체를 요약하는 에필로그가 포함되어 있다. 아프리카에서 찍어온 사진들이 책 곳곳에 실려있다. 아이를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어 아프리카행을 택했다는 구혜경 님의 여행 동기가 재미있다. 책을 읽는 내내 시골에서 아이를 교육하는 것도 1억 원 이상 여유자금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고 말했었던 누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정말 1억 원 이상이 필요할까?
아프리카 탄자니아 수준이 1 월에 여행 갔던 이집트처럼 1970 년대의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했기 때문에 추억을 더 잘 떠올릴 수 있었다. 구혜경 님은 주로 일상생활에 대해서 글을 쓰셨는데, 보는 나로서는 옛날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어 32 쪽의 소금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추억이 떠오른다. 대학교 1 학년 일반화학실험 시간에 어는점내림 현상 실험이 있었는데, 실험재료에 락솔트(Rocksalt, 암염)가 포함되어 있었다. 준비물은 당연히 학교에서 준비해 줘야 하는 것인데 실험하러 가보니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실험재료가 없으니 실험한 조는 없었고, 우리 조도 할 일 없어서 헤매고 있었다. 어차피 어는점내림 현상은 암염이 아니어도 상관없으니까, 난 주변에 있던 소금을 대신 집어넣어 실험을 시도했다. 그런데 조교가 소금 넣은 걸 보더니 나한테 뭐라고 막 그러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교랑 대판 싸웠다. 조교 실수로 실험재료가 준비되지 않았고, 해결해 줄 수 없으니 대용품이라도 쓰는 걸 뭐라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다양한 바나나를 걸어놓고 판매하는 가게 사진을 보니 예전에 썼던 바나나가 멸종위기종이라는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바나나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두어 종만 판매되는 우리나라 가게를 생각하면 부러워지기도 하고… 또 같은 글에서 차파티와 수꾸마라는 음식은 이집트에서 먹었던 걸레빵과 콩 스프와 비슷한 것 같았다. 사진이 없어서 비교가 안 돼 아쉬운 느낌이 살짝 든다. ^^ 오른쪽 사진에서 식탁 가운데 있는 것이 걸레빵이다. 이집트 사람은 매일 세끼를 걸레빵으로 해결한다. 밥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 매일 아침마다 걸레빵 파는 곳에 사람이 길게 늘어서서 걸레빵을 사려고 기다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작은 아이가 자기 얼굴을 가릴 정도로 걸레빵을 쌓아 들고 가는 것도 볼 수 있다.
달라달라라는 버스도 이집트에서 봤던 것과 같은 것일듯 싶다. 이집트에선 버스가 서지 않고 계속 가니까 승객이 달려서 쫓아가면서 타더라…^^;
탄자니아 아루샤 국립공원에 있는 호수에는 소금기가 있어서 거품이 생긴다고 하는데(122 쪽), 실제로는 바람만 불면 소금기가 없어도 거품이 많이 생긴다.

아래 사진은 이집트 오아시스에서 찍은 사진인데, 넓은 호수는 민물로 채워져 있지만, 바람이 부는 끝에는 거품이 저렇게 모여있다. 우리 시골집의 황구지천에 있던 우각호에서도 종종 이런 거품이 발견되곤 했다. 거품이 왜 생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호수에선 흔히 볼 수 있다.
소개해 주신 바오밥나무 전설도 재미있었다. 하나님이 바오밥나무를 제일 먼저 심었는데, 악마가 뽑아서 거꾸로 심었다니…. 『세계의 나무』에 나온 전설은 신이 동물에게 심으라고 식물을 하나씩 나눠줬는데, 바오밥나무는 하이에나에게 줬고 한다. 하이에나가 화딱지가 나서 바오밥나무를 아무렇게나 땅에 패대기치자 땅에 거꾸로 박혀서 뿌리가 하늘로 향하게 됐다고 한다. (2021.03.20 추가 : 여러 다큐에서 마다가스카르의 전설을 소개해 주는데, 위 두 이야기와 비슷하면서 조금 달랐다.)
글쓴이 집 욕실에 살았다는 민달팽이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민달팽이가 집이 없이도 잘 살아가는 것은 민달팽이 표면에서 독을 뿜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민달팽이를 보지 못하셨는지 이집트 민달팽이를 신기해 하신다. ^^
참고삼하 하나 말하자면, 민달팽이 점액은 거미줄처럼 매우 질긴 단백질로 되어 있다. 거미줄을 방탄조끼에 사용하는 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거미줄 단백질은 복잡해서 인공적으로 생산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붕장어와 민달팽이 점액질을 연구한다. 이들의 점액질은 거미줄과 비교해서 강도는 비슷하고, 구조는 단순해서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아사이족과 사자에 대한 이야기(178 쪽)를 보니 옛날에 본 어떤 다큐멘터리가 떠오른다. 어떤 원주민이 오자 사자가 아주 싫어한다는 물 속으로 도망간다. 사자가 아사이족을 이처럼 무서워하는 이유는, 아사이족은 혼자서 창 하나로 사자 한 마리를 잡는 것이 성인식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단한 아사이족이다. 다큐를 볼 때는 어떤 부족인지 몰랐는데, 이 책을 보니 아사이족이었다.
아쉽게도 여행 도중에 아이들 팔뼈를 많이 다쳤는데, 아마 노는 방법을 몰라서일 것이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 학교에선 친구들이 상당히 거칠게 놀았음에도 거의 다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넘어져 봐야 안 다치는 방법도 배우는 것인데, 서울에선 넘어질 기회가 없으니 넘어지면 심하게 다치는 것이 아닐까? 더불어 아이들이 같이 놀 상대가 없어서 학원에 보낸다는 학부모들도 많이 생각났다. 내가 뭐라 말할 생각은 없지만, 뭔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사교육에 의존하는 건 교육이 악순환하는 원인이라 말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구혜경 님이 아프리카에 간 이유를 보니 존경스럽다. 사실 아프리카에서 매달 70~80만 원으로 생활했다고 하는데, 그정도라면 애 둘을 유치원과 학원에 보내는 정도밖에 되지 않으므로 경제적으로는 아프리카 쪽으로 기러기 가족이 되는 건 무언가의 경쟁력 있다고 생각된다.
나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가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 대부분의 분들이 탄자니아에 가보고 싶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언젠간 꼭 가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에 대한 소감을 끝낸다.
이 책은 글쓰기를 막 시작하는 사람이 읽고, 베껴쓰기 연습용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일부 몇몇 부분에서 띄어쓰기와 어조가 잘 다듬어지지 않은 문제가 보이긴 하지만, 최근 나온 책 중에서 이정도로 베껴쓰기에 좋을만한 책은 못 봤다. 소문난 번역가나 소설가 책도, 심지어는 학교 선생님 글도 깨끗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깨끗하다. 1 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깨끗한 글이라는 걸 못 깨달았었다. 수준이 돼야 내공을 느낄 수 있나보다.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