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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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들어 수백 톤의 대형 망원경을 제작하던 천문학자들은 지구 대기 때문에 망원경이 아무리 커져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기가 없는 우주에 망원경을 설치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970~1980 년대 과학서적에서는 하나같이 이 꿈에 대해 적고 있었다.

천문학자나 물리학자의 이 꿈은 1990 년에 이뤄진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우주로 올라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관측된 그 어떤 결과보다 좋은 화질의 천체사진을 얻는다. 그러나 아쉽게도 설계자들이 예상한 만큼의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기술자들은 허블의 설계도와 구성품을 면밀히 조사했고 (우주로 나가는 관측기기나 우주비행선은 항상 여벌로 하나씩 더 만들어 놓는다.) 반사경 끝이 2 ㎛(미크론, 마이크로미터) 오차가 난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게 어느정도냐 하면…. 보통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 대부분은 5 ㎛ 정확도로 만들어지고, 반도체 조립에 들어가는 부품이 2 ㎛ 정확도로 만들어진다. 똥이 나오지 않는 볼펜 심도 2 ㎛ 정확도로 만들어진다. 이정도는 정밀기기로 측정해도 알기 힘들기 때문에 우주로 올려보내 사진을 찍어보기 전에는 문제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반사경을 새로 만들어 우주공간에서 교체하기로 한다…..(2021.10.09 추가 : 엄밀히 말하자면 광학 보정기기를 집광거울 앞에 설치한다.) 1993 년 이뤄진 이 교체작업은 예상보다 하루 반정도 빠른 일주일쯤 걸렸다. 나사 하나 조이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작업인만큼 예정 시간보다 빠른 수리시간은 중요하다.

이렇게 반사경을 교체한 허블 우주 망원경은 20 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듣게 된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지구의 저궤도위성(극궤도위성)처럼 약 569 km의 낮은 고도에 떠 있다. 그 결과 지구에 가리는 시간이 길어 활동에 제약이 있었다. 또 아주 사소한 문제지만, 고도가 계속 낮아지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미국 NASA는 2009 년에 허블우주망원경의 공식적인 활동을 접는다. 처음 올려보낼 때 예상했던 예상활동기간 10 년보다 훨씬 긴 시간동안 활동한 것이다. 그동안 사용시간을 연장하기 위해서 여러 번 수리해야 했다. 1997 년, 1999 년, 2002 년까지 계속 수리했고, 2003 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귀환 도중 폭발하면서 한동안 수리되지 않다가 2009 년 5 월에 마지막으로 수리한다. (공식활동을 종료시키면서 수리하는 이유는 뭘까? ㅎㅎ) 자이로 6 개 중 3 개, 대부분의 사진을 찍던 관측용 고성능 카메라, 배터리, 컴퓨터 등을 수리하고, 새로운 분광기를 추가한다.)

공식 활동 거의 마지막에 초기은하를 촬영한 Hubble Ultra deep field는 더이상 촬영할 게 없어서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2003 년 9 월 24 일부터 2004 년 1 월 16 일까지, 800 여 장의 사진을 찍어 합성한 것이다. 노출시간만 11.3일이나 걸린 사진을 촬영한 것이니 찍을 것이 없어 찍었다는 이야기가 단순한 우스개소리는 아닌듯 싶다. 그러나 이 사진은 기존의 우주론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다. 이 사진은 지금도 계속 분석되고 있다.

대마젤란 성운의 1987A 초신성의 진화 관측 등은 빼놓을 수 없는 허블 우주 망원경의 업적이다.

대마젤란 성운의 1987A 초신성 진화 과정

물론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금 완전히 멈춘 건 아니다. 예전처럼 활발히 연구에 이용할 수는 없지만, 뭔가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한 번씩 활동한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우주에서 관측하며 지상 망원경을 압도해 나가는 동안, 지상의 대형 망원경도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상 망원경은 앞에서 설명했듯이 대기의 움직임 때문에 좋은 화질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망원경이 향한 방향으로 레이저를 쏘면서 그 레이저의 움직임에 따라 보정하는 기술이 발달한 것이다. 기존의 대형 망원경에 레이저 하나 붙이고, 분석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면 분해능이 몇 배나 나아졌다. 문제는 그래도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장비 한계도 물론이거니와 땅이 항상 미세하게 흔들리기 때문에 선명한 영상을 얻는 건 어렵다.


허블 우주망원경 활동을 종료하기 전부터 미국 NASA가 한 계획은,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훨씬 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The james web space telescope)을 우주에 띄우는 것이었다. 이 우주망원경은 2014 년에 우주로 쏘아올릴 것으로 보인다. 2021 년에 드디어 우주로 올라간다!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반사경 크기 비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반사경 사진

반사경 하나하나가 사람 키에 비견될 정도로 크다. 크기가 커지면 그만큼 성능이 좋아질 것이다. 반사경이 금색인 것은 실제로 금으로 코팅됐기 때문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주요 관측영역이 원적외선 영역이기 때문에 이를 잘 반사시키는 금으로 코팅한 것이다.

한편, 넓은 반사경은 무게가 많이 나가 우주로 발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NASA는 무게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였다.

반사경 Segment blanks

그래서 만든 것이 위 이미지처럼 골판지 같이 속이 빈 뼈대에 반사막을 붙이는 방식이었다.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 종이접기 전문가를 초빙했다고 한다. ^^) 뼈대는 베릴륨(Be, beryllium)으로 만들었는데, 경금속으로 가볍고, 열을 잘 전달하고, 녹는점이 높고 변형에 강하다. 우주에서 햇볕을 오랫동안 쪼이면 온도가 높아질 수 있으므로, 베릴륨은 비용과 성능 측면에 적합한 재료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반사경을 이렇게 만들어서, 무게가 크기가 훨씬 작은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절반밖에 안 나간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적외선 영역을 관측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적외선은 가시광선이나 자외선보다 먼지에 덜 방해받는다. 따라서 우리은하 중심, 행성상성운 등의 거품 안쪽, 각종 성운 뒤 등의 모습을 가시광선보다 더 분명하게 관측할 수 있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적외선에 가까운 전자기파로 관측하는 것이 유리하다.

빛 종류에 따른 관측기기

또 다른 이유는 거리가 멀면 멀수록 천체가 적외선편이를 띄기 때문이다. 위에서 잠깐 이야기한 Hubble Ultra Deep Field의 경우 먼 은하들은 전부 붉게 보이는데, 이때 관측된 빛은 원래 처음 천체에서 출발할 때는 자외선이었을 것이다. 지금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먼 천체는 우주 끝에서 지구 사이의 5% 정도에 위치하므로 파장이 20 배만큼 길어져 보이는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천체에서 가시광선으로 출발한 빛이 우리에게 왔을 때는 적외일 것이므로 적외선으로 관측해야 우리 눈으로 보는 것처럼 관측할 수 있다. 따라서 우주의 진화 초기 모습(아래↓ 이미지 참조)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적외선 영역 관측은 필수다. 위의 빛 종류별 관측기기 소개 이미지에서도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관측 파장 차이가 약 20배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주의 진화

컨테이너 운반용 트럭만한 허블 우주 망원경

우주에서는 햇볕을 받는 쪽 온도는 수백 ℃까지 올라가고, 햇볕을 안 받는 쪽은 -100 ℃ 밑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허블 우주망원경도 열팽창과 열수축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햇볕을 최대한 반사하여 열팽창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박으로 꽁꽁 감싸져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하는 동안에도 조립할 때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마지막 나사가 잘 잠가지지 않아서 고생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도 결과적으로 허블 우주망원경처럼 햇볕에 의한 불균일한 가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태양 쪽을 관측할 수 없다는 것은 큰 문제점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상상도 : 작은 항공기만할 것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크기가 비교적 작아서 주변을 꽁꽁 싸매서 만들었지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크기가 훨씬 크기 때문에 거울을 전부 둘러싸지 않고, 위(↑) 상상도처럼 거울처럼 매끄러운 바닥에 올려놓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면 단점이 많겠지만 현재 기술로는 어쩔 수 없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궤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처럼 지구 부근에 띄워지는 것이 아니다. 태양과 지구의 중력 영향으로 형성되는 라그랑지점 중에 L2라는 곳 근처에 띄워진다. L2는 태양에서 바라볼 때 지구 반대편에 있는, 달보다 훨씬 먼 150’0000 km 지점이다. 아래 이미지에서처럼 L2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별을 관측할 것이다. 위 이미지를 살펴보면 궤도 위치를 대략 알 수 있다. 물론 L2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만 위치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 발사한 허셀 우주망원경 등 이미 여러 관측장비가 운영되고 있다. (아래 이미지 출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궤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상상도

허븡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사진들은 아직 충분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다. 별 탄생 모습은 그냥 뿌열 뿐이고, Ultra deep field 사진에서 정말 초기에 있었던 은하들은 그저 뿌옇게 보일 뿐이다. 대마젤란 은하의 1987A는 지구의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는 불의 고리를 보여주고 있지만, 해상도가 충분하지 못하다. 이런 아쉬움을 제임스 우주 망원경이 채워주길 기대해 보자.

ps. 이 글의 모든 이미지는 NASA가 출처입니다.

5 comments on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1. 아무래도 제임스 우주망원경은 가열문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

    그래도 이제 심우주나 별의 탄생같은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되는군요. 앞으로 더 발전된 천체 사진 기대합니다~

  2. 꼭 성공했으면 좋겠네요 2014년이 기다려 집니다 딱 40살 되는 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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