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불꽃놀이 촬영방법

불꽃놀이 사진을 좀 찍어본 사람들은 뭔가 부족함을 느끼기 쉽다.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나도 모른다. 그냥 내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고민하던 것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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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글 ‘[초급] 불꽃놀이 촬영방법’에서 불꽃놀이를 찍는 기초적인 방법을 적었다.

이 글에서는 앞의 초급 글대로 불꽃사진을 찍다보면 만나게 되는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찍새들은 불꽃을 찍을 때마다 이 문제들과 싸우게 된다. 뭐 사실 기존의 통념에 맞춰서 단순하게 촬영하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기도 힘들고, 문제를 인식했더라도 해결방법을 찾기 힘들다. 나도 귀차니즘을 많이 느끼다보니 몇 가지밖에 알지 못한다. 아무튼 아는 것에 한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마지막으로 고친 날 : 2022.10.27
글 버전 : 1.03b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이전에 지속광과 순간광에 대해서 알아보자. 지속광과 순간광은 사실 몰라도 되지만 불꽃사진을 찍을 때는 알면 편리한 개념이며, 이 글을 이해할 때도 필요한 개념이다.

지속광과 순간광

지속광은 흔히 주변에 있는 사물을 보는 빛이다. 이 빛은 꾸준히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래서 노출시간을 길게 할수록 밝은 사진이 찍힌다는 노출개념을 활용할 수 있다.

조명이 번쩍이는 클럽에서 사진을 찍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빛이 순간적으로 보이고 곧 없어진다. 노출시간을 길게 하여 춤추는 사람을 사진에 담아도, 춤추는 사람들이 사진에 찍힌 모습은 여러 명의 쌍둥이처럼 담길 뿐, 노출시간과 사진 밝기는 연관이 없을 것이다. 빛이 있을 때만 사진에 담기는 것이다. 이게 순간광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가장 흔히 접하는 순간광은 플래시다. 플래시 불빛은 길어도 0.3 초 안에 사라진다.

불꽃놀이의 불꽃은 밝기가 일정하게 빛나도록 만들기 때문에  불꽃이 어디로 움직여가든 비슷한 밝기로 찍힌다. 그런데 우리 눈으로 볼 때는 불꽃이 계속 빛나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각각의 불꽃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래서 불꽃놀이의 불꽃은 순간광이다. 불꽃이 순간광이라고 해도 사진을 찍기 위해서 카메라 설정을 계속 바꿀 필요가 없다.
노출시간을 짧게 해서 사진을 찍으면 불꽃은 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사진에 담긴다. 노출시간을 길게 찍으면 노출시간을 짧게 해서 찍은 사진을 겹쳐 합한 것과 같다.

순간광은 지속광과 완전히 다른 노출개념을 적용해야 한다. 바로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지속광은 밝기가 노출시간과 비례하지만, 순간광은 노출시간과 거의 상관이 없다. 이 성질은 엉뚱하게도 화각과 노출값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카메라를 어떤 특정한 설정으로 밝기를 맞춰놨다고 생각해보자. 이걸 화각을 넓게 또는 좁게 바꾸면 동시에 노출도 어둡게 또는 밝게 바꿔야 한다. 화각을 넓게 하면[초점길이를 짧게 하면]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센서(필름)의 좁은 곳에 비추게 된다. 따라서 빛이 더 강하게 쪼이므로 노출을 낮춰야(조리개를 조이거나 감도(ISO)를 낮추거나) 하는 것이다. 반대로 화각을 좁게 하면[초점길이를 길게 하면] 빛이 센서의 더 넓은 곳에 비춰서 더 약하게 쪼이므로 노출을 높여야(조리개를 열거나 감도를 높이거나) 한다.


1. 구도

원래 구도라는 것은 피사체와 배경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불꽃사진은 불꽃을 미리 볼 수 없기 때문에 구도를 미리 결정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세세하게 구도를 조절하는 것은 포기하고, 크게 두 가지 중에 하나의 목표를 선택해야 한다.

첫째, 불꽃놀이에서 가장 큰 불꽃을 완전히 담을 것인가?

둘째, 쓸만한 사진을 되도록 많이 담을 것인가?

불꽃놀이를 봤던 사람은 알겠지만, 불꽃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다. 아주 작은 불꽃, 보통 불꽃, 큰 불꽃, 초대형 불꽃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이때 아주 작은 불꽃만 쏘거나 초대형 불꽃을 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은 작은 불꽃과 보통 불꽃과 큰 불꽃을 섞어서 쏜다. 따라서 쓸만한 사진을 되도록 많이 담으려면 초대형 불꽃은 포기하고 큰 불꽃 위주로 담으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담으면 가장 멋진 초대형 불꽃이 꼭대기 부분이 잘려 온전히 담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초대형 불꽃이 온전히 담기게 구도를 설정하고 사진을 찍으면 찍히는 대부분의 사진에서 불꽃이 차지하는 면적이 절반도 안 될 것이다. 어떤 방법을 쓸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찍새의 몫이다.

여의도 불꽃축제.2018.10.06.5DsR-1691.캐나다팀@한강 이수지구.2160pxL.jpg
2018 년 여의도 불꽃축제 : 윗부분이 잘렸다.

구도에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주변환경에 어떤 것을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다. 가장 먼저 생각해볼 것이, 사진 밑단을 어디에 둘 것이냐 하는 문제다. 보통은 1/10 정도를 포함시키는 편이지만, 이 글을 쓰면서 이전에 찍었던 사진을 살펴보니 좀 좁은 것 같다. 또한 촬영하는 위치에서 보이는 사람들이나 특징지을 나무나 꽃 같은 게 있다면 포함시키는 것도 좋다. 이렇게 찍고 싶다면 촬영장소를 결정할 때 미리미리 고려해야 한다. 주변에 있는 사물을 포함해서 찍을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렇게 찍으려면 한 가지 주의할 점 있다. 외장플래시를 터트려서 사물을 밝혀줘야 한다는 것이다. 안 그러면 그냥 까만 형체만 담길 테니까…. (그리고 이렇게 하려면 불꽃놀이를 시작하기 전에 실험을 해서 외장플래시의 발광량이 어느정도가 돼야 하는지 확인해 둬야 한다.) 물론 주변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는 건 아닌지 꼭 신경써야 한다.

이 이외에도 어떤 사진을 원하냐에 따라 구도를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가까운 곳에서 망원렌즈로 찍은 사진도 재미있다.

여의도 불꽃축제.2018.10.06.5DsR-1999.한국팀@한강 이수지구.2160pxL.jpg
2018 년 여의도 불꽃축제 : 초점거리 100 mm 렌즈로 촬영했다.

2. 배경

배경은 건물이나 자연물 등, 원래 그곳에 있는 것을 활용해서 촬영한다. 문제는 불꽃에 비해 배경이 어둡다는 데 있다.

불꽃놀이를 사진에 담을 때의 환경은 지속광과 순간광이 뒤섞인 상태이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불꽃은 순간광이다. 불꽃끼리 겹치지 않는 한 노출시간과 상관없이 무조건 특정 밝기로 찍힌다. 따라서 불꽃 밝기에 맞춰서 조리개와 감도(ISO)를 설정하고 찍어야 한다. 불꽃놀이 촬영은 불꽃에 화이트홀이 생기지 않으면서 최대한 밝게 찍히는 조리개와 감도 값을 알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적절한 설정값은 환경에 따라 바뀌므로 현장에서 즉석해서 알아내야 한다. 확신이 안 선다면 보통 쓰이는 값보다 조금 어둡게 하자. 어두운 게 화이트홀이 생기는 것보다 몇 배는 나으니까!

배경은 불꽃과는 달리 지속광이다. 노출시간을 길게 할수록 밝게 찍힌다. 그러나 불꽃사진은 노출시간을 배경의 밝기가 아니라 불꽃의 상태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배경과 불꽃은 절대로 밝기가 비슷할 수 없으므로 두 요소가 동시에 제대로 담긴 사진을 찍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두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조건을 생각해보자. 불꽃에서 화이트홀이 생기지 않게 사진기를 설정하여 야경을 찍어보면 노출시간이 적어도 20 초보다는 길어야 한다. (이 시간이 짧아지게 조리개와 감도를 설정하면 불꽃에서 화이트홀이 생긴다.) 불꽃은 대략 7 초 주기를 보이니까 불꽃이 배경보다 최소 3 배는 밝게 찍힌다. 그렇다면 배경이 밝게 찍힐 때까지 노출을 유지하면 어떨까? 이럴 땐 화이트홀이 아니라 불꽃이 너무 많아지면서 지저분해진다는 것이 문제다. 배경이 되는 야경사진을 미리 찍어뒀다가 불꽃사진에 합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국70주년 기념 불꽃축제.7Dm2-2876@여의도 원효대교 북단.2048px.jpg
2015 년 광복 70주년 기념 여의도 불꽃놀이 : 노출시간이 32 초여서 배경이 살아있다.

3. 뒤처리(보정)

후보정이라고 해서 거창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가림막을 쓰던 대신 앞뒤로 연속해서 찍은 사진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물론 이 작업을 하면서 색온도, 색감, 밝기 등을 약간씩 조정할 수 있다. 먼지나 이전 불꽃의 잡티를 어느정도 제거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진은 후보정을 염두에 두고 찍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 고수(?)가 많지만, 불꽃놀이 사진은 99% 후보정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참고로, 아래는 후보정에 필요한 간단한 색감정보다.

보통 불꽃놀이라면 색온도 3400 k, 색조 -6이면 적절하다. 이 문제에 정답은 없지만, 불꽃은 반사광이 없으니까 이 수치는 거의 변할 일이 없다. 하지만 원래의 불꽃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면, 마음대로 바꿔도 된다.

4. 잡음(노이즈)

불꽃사진은 배경이 대부분 검다보니 촬영과 후보정 과정에서 각각 잡음이 많이 생긴다. 원리적으로는 카메라 바디를 냉동시키면 잡음이 줄어들지만, 연구실험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큰 공을 들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잡음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것은 포기하자. 감도를 낮추고, 조리개값을 최대한 적절히 설정해서 사진의 밝기를 적절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그리고는 후보정을 할 때 잡음을 제거한다.

5. 화이트홀

앞서 말했듯이, 불꽃은 강한 순간광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노출로 촬영을 하면 불꽃이 지나가는 궤적을 따라 화이트홀이 생기기 쉽다. 그만큼 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설정을 아주 잘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불꽃놀이 사진에서 화이트홀이 얼마나 생겼는지를 보면 촬영자가 초보인지, 숙련자인지 알 수 있다.
화이트홀을 줄이는 방법은 아래의 4 가지가 있다.

  1. 크롭 바디보다 풀프레임 바디가 화이트홀이 덜 생긴다. 아마도 같은 빛이 더 넓은 면적의 센서를 비추기 때문인 것 같다. (참고로 크롭 바디로 찍는다면 풀프레임 바디의 설정값보다 한 스탑 어둡게 설정하자. 그래도 크롭 바디로 찍은 사진에서는 화이트홀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2. 캐논 바디가 다른 제조사 바디보다 화이트홀이 약하게 생긴다. 이것은 불꽃사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처음에 이 차이를 발견했을 때는 렌즈 때문에 생기는 차이로 생각했으나, 캐논 렌즈를 소니 바디에 물려 찍은 사진도 똑 같이 화이트홀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보아 센서 차이로 보인다. (캐논 센서가 사골센서라고 놀림받고 있지만, 사진 결과물에서는 꽤 강한 장점을 갖고 있다. 잡음 많은 것만 빼면…ㅜㅜ)
    2022.10 추가 :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센서와 렌즈의 조합으로 화이트홀이 적게 생기는 것이었다.
  3. ND필터가 도움이 된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따로 설명하겠다.)
  4. 넷째, 비싼 렌즈가 좋다. 캐논의 저렴한 렌즈인 캐논 40mm 팬케익은 색감과 선예도가 무척 좋다. 그래서 이 렌즈로 불꽃놀이를 찍었는데 화이트홀이 너무 많이 생겨서 한 장도 못 건지고 망했다. 싼 렌즈가 비싼 렌즈에 비하여 빛이 더 선형으로 투과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선형 : 대물렌즈로 쪼이는 빛과 대안렌즈로 나오는 빛이 비례관계다.)
인천 송도 불꽃축제.2014.10.11.7D-6182.2048px.jpg
2014 년 인천 송도 불꽃놀이
화이트홀이 많다.
광안리 불꽃놀이.2014.10.25.7D-7822+7884@금련산 남쪽기슭.2048px.jpg
2014 년 광안리 불꽃놀이
캐논 40mm 팬케익 + 크로스필터 조합으로 찍었는데…..ㅜㅜ

내 캐논 5DsR에 신계륵(EF 24-70mmL)으로 촬영할 때,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물론 이 설정에는 정답이 없다. 어떤 불꽃을 쏘느냐와 불꽃 발사 위치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촬영하기 전에 지도 등을 통해서 관련 정보를 찾은 뒤에 적절한 설정값을 알아내야 한다. (초급 글에서 이미 말했지만, 잘 모르겠으면 약간 어둡게 찍히도록 설정하는 게 좋다.)

내가 캐논 5DsR과 신계륵(24-70mmL)으로 찍을 때 기본으로 사용하는 설정은 이렇다.

불꽃 발사 위치에서 750 m 떨어진 곳에서 촬영할 경우 : ND8 필터, f/5.6, ISO 100

ND8 필터를 쓰지 않을 경우로 바꾸면 조리개값이 f/16.0이 된다. (물론 카메라, 렌즈, ND필터 특성 때문에 두 설정이 같게 찍히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설정값으로 찍으면 얼마나 밝게 찍히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의도에서 하는 불꽃놀이의 마지막에는 늘 엄청난 양의 폭죽이 터진다. 어떻게 찍어도 화이트홀이 되어버린다.

2014 년 여의도 불꽃놀이
보통 이렇게 찍힌다.

그런데 ND8 필터를 쓰면 아래 사진처럼 불꽃 하나하나가 구별되어 찍힐 수도 있다.

2017 년 여의도 불꽃놀이 마지막 장면

아래에서 설명할 초점링 돌리기를 할 경우에는 약간 더 밝게 찍히도록 설정해야 하므로, ND8에 f/4.0-4.5에 ISO100으로 찍으면 된다.

6. 연기

연기는 화약이 타고 남은 물질이다. 보통은 바람을 타고 흩어져 결국 안 보이게 되지만, 불꽃이 연속으로 폭발하면 이전에 탄 화약의 연기가 충분히 흩어지지 못해서 문제가 된다. 그나마 바람 방향이 좋았다면 거의 영향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았을 경우엔 후보정을 할 때 연기를 열심히 지워야 한다.

언젠가, 심도가 얇은 불꽃사진을 찍기 위해 ND8 필터를 사용해서 불꽃을 찍었던 적이 있었다. 다음날, 찍은 사진을 살펴보니 연기가 약하게 찍혀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연기가 왜 약하게 찍힌 것일까? 연기입자는 매우 작아서 레일리 산란을 일으켜 파란 빛을 더 많이 흩어지게 한다. 반대로 ND필터는 색깔 특성이 중성이 아니라서 파란 빛을 더 많이 흡수한다. 결국 ND필터를 써서 불꽃을 찍으면 엷게 보이는 정도의 연기는 거의 안 보인다. 그러니까 ND필터를 써보자.

하지만, 카메라는 그렇지 않아도 우리 눈보다 파란색을 약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므로, ND필터를 쓰면 파란색이 더더욱 약해지니까 파란 불꽃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된다. 그렇잖아도 비싸고, 환경오염도 일으켜서 잘 안 쓰이는 파란색 화약인데… -_-
따라서 후보정할 때 파란색을 강하게 해야 된다.

불꽃놀이.2018.10.27.5DSR-4071@부산 광안리.일본 마루 타마야(Maru Tamaya).2160pxL.jpg
2018 년 광안리 불꽃놀이
물론 연기가 약하게 찍히더라도, 후보정으로 연기를 안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7. 조리개 조절

조리개에 대한 사진계의 지식 중에는 틀린 속설이 엄청나게 많다. 그냥 들으면 그런가보다 생각되지만, 광학적으로 따져보면 틀린 속설들 말이다. 불꽃놀이를 찍을 때는 그 속설 중에 한 가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조리개를 조일수록(숫자를 높일수록?) 선이 얇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조리개를 단계별로 조이면서 촬영해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 f/2.8일 때는 초점영역에 있는 불꽃만 선명하고, 초점영역을 벗어난 불꽃은 뿌옇다.
  • f/5.6일 때는 거의 전 영역의 불꽃이 선명하다.
  • f/10.0일 때는 전 영역의 불꽃이 선명하다. (불꽃사진 촬영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값이다.)
  • f/22.0일 때는 모든 불꽃이 얇고 선명하다.

대략 이런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 속설은 틀렸다. 조리개값에 따라 어떻게 찍히는지 생각해보자.

첫째, 조리개값에 따라 선명함과 심도의 변화가 나타나는 이유는 렌즈의 수차와 조리개날에서 일어나는 회절현상 때문이다. 수차는 조리개를 조일수록 렌즈의 중심부를 통과한 빛만 사용하기 때문에 줄어든다.  그래서 조리개를 개방한 f/2.8일 때 가장 크게 나타나고, 조리개를 조일수록 점점 줄어든다. f/2.8일 때 가장 뿌옇고, 조리개를 조일수록 선명해진다는 말이다.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사진의 선명도에 대한 글을 읽어보자.) 조리개날에서 일어나는 회절현상은 늘 똑같은 양만큼 일어난다. 그런데 조리개를 조이면 열었을 때보다 회절이 일어나는 빛의 비율이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조리개를 조일수록 뿌옇고, 조리개를 열수록 선명해진다.

이제 수차와 회절현상을 비교해보자. 수차는 조리개를 열수록, 회절은 조리개를 조일수록 영향력이 더 강해진다. (아… 어쩌란 말인가?) 결국 조리개를 조인 경우와 연 경우 모두 초점이 맞았다고 해도 사진은 뿌옇게 나온다. 그럼 중간에서는 어떻게 되나? 절반쯤의 수차와 절반쯤의 회절로 인해 선명해진다. 대부분의 렌즈 사용설명서에는 조리개 f/5.6에서 최고의 분해능이나 선예도를 갖는다고 나와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저 조리개값을 기준으로 조정돼 있다고 나와있을 것이다. 이 조리개값에서 가장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가끔 렌즈에 따라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기존렌즈와 같은 원리로 제작된 렌즈들은 광학적인 이유로 동일한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가장 선명한 사진을 얻고 싶으면 조리개를 f/5.6으로 맞춰야 한다.

둘째, 조리개를 아주 확 조이면 약한 불꽃은 아예 찍히지 않기 때문에 매우 적은 불꽃만 남는다. 강한 불꽃은 중심과 주변 사이에 밝기가 갑자기 확 변해서 사진에 찍히는 불꽃은 매우 얇고 선명해 보인다. 결국 조리개값에 따라 불꽃의 선명도는 많이 변한다.

여의도 불꽃놀이.2011.10.08.7D-8357@여의도 한강변.2048px.jpg
2011 년 여의도 불꽃놀이 : 100 mm 렌즈의 조리개를 f/22로 조였다.

앞에서 말했던 조리개를 조일수록 선이 얇아진다는 말을 다시 생각해보자. 조리개가 개방상태에서부터 f/5.6일 때까지는 이 말이 맞다. 또 (불꽃놀이에 한정해서) 조리개가 많이 조여진 상태에서도 맞다. 그러나 f/5.6부터 (아마도…) f/15 사이에서는 맞지 않다.

8. 컨셉

사진을 좀 찍다보면 어떻게 찍을 것이냐는 관심 밖으로 벗어나고, 어떤 컨셉으로 찍을 것이냐만 남는다. 컨셉 없는 촬영은 늘 같은 결과를 얻고도 기뻐하는 초보나 하는 행동이다….. 각종 물건이나 필터를 활용하거나, 초점링, 조리개링 등을 돌려보자. 어떤 방법은 전혀 쓸모가 없겠지만, 어떤 방법은 재미있는 사진을 보여줄 것이다. 내가 해본 것 중에 의미가 있었던 건 다음과 같다.

  • ND필터 활용 (앞에서 설명했음.)
  • 크로스필터를 활용하여 부분적으로 빛이 갈라지는 사진을 촬영 (ND필터를 같이 써야 함)
  • 초점링을 돌리면서 촬영 (화이트홀이 약간 생길 정도로 설정해야 함)

다른 몇 가지 방법을 더 시도해 봤지만, 의미 있는 사진을 얻지는 못했다.

여의도 불꽃놀이.2014.10.04.7D-4777.한국@이촌지구.2048px.jpg
2014 년 여의도 불꽃놀이 : 크로스필터 + ND필터 조합

참고로, 초점링을 돌리며 찍는 방법은 의외로 조리개값이 중요하다. 조리개값에 따라 초점에서 벗어날 때 생기는 빛망울의 크기가 달라지므로, 초점에서 벗어난 불꽃의 크기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 f/10.0 정도일 때는 초점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불꽃의 변화가 거의 눈에 안 띄었다. (시도 의미가 거의 없다.) 불꽃놀이를 촬영할 때 초점을 대충 맞춰도 되는 이유다.
  • f/5.6일 때는 초점에서 크게 벗어나면 약간 부풀어오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이 (사진을 크게 볼 때) 입체감이 있는 불꽃처럼 보이게 만든다.
  • f/4.0일 때는 크게 부풀어올라 색이 좀 선명하고 입체감 있는 수채화처럼 찍힌다.
  • f/2.8일 때는 심하게 부풀어올라서 완전히 수채화처럼 찍힌다.
  • 참고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조리개를 더 개방하면 너무나 부풀어올라서 괴기영화에 나오는 괴물처럼 찍힌다. (난 이런 렌즈가 없어서 못 찍는다.)

결과적으로 조리개값에 따라 상당히 다른 느낌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여의도 불꽃축제.2018.10.06.5DsR-1775.캐나다팀@한강 이수지구.2160pxL.jpg
2018 년 여의도 불꽃놀이 : 조리개 f/5.6에서 초점링을 돌려 입체감을 만들어냈다.
2022 년 여의도 불꽃놀이 : 조리개 f/4.0에서 초점링을 돌려 입체감 있는 그림처럼 나타났다.
불꽃놀이.2018.10.27.5DSR-4309@부산 광안리.2160pxL.jpg
2018 년 광안리 불꽃놀이 : 조리개 f/2.8에서 초점링을 돌려 한폭의 수채화를 그려냈다.

참고로, 초점링 돌려 사진을 찍는 방법은 조리개가 개방될수록 성공확률이 낮아진다. f/2.8에서는 거의 모두 실패했다. (바로 위 사진은 2018 년도에 찍은 가장 잘 나온 한 장!) 더군다나 찍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진을 담을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 시도할만한 방법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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