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어오르는 태양이여 안녕~♬ [유랑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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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구의 자전을 멈출 필요가 있는가?
  2. 지구의 비행궤도를 목성 주변으로 설정한 이유는?
  3. 목성 중력이 갑자기 강해질 수 있는가?
  4. 자전이 멈추고, 얼음이 얼어붙은 뒤에도 지각판이 있을까?
  5. 왜 대피소에 용암이 들어차는가?
  6. 지구 대기는 어떻게 목성으로 옮겨가는가?
  7. 어떻게 목성에 불을 붙일까?
  8. 기타

The Wandering Earth
流浪地球

계획은 지구를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로 옮기는 게 목표라고 한다.
근데 저렇게 다중항성계로 가면 기후가 안정되기 어렵지 않을까?

[유랑지구]는 중국에서 엄청 흥행한 SF영화다. 아이디어가 재미있으니, 간단히 살펴보자.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어느날, 지구가 따뜻해지다못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태양이 노화되면서 부풀어오르고, 덩치가 커진 태양은 막대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많은 대도시들이 사라지고, 몇몇 나라가 멸망하자 세계 각국은 힘을 합하여 지구를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로 옮기기로 한다.(사실 이런 계획이 진행된다면, 목적지로 알파 센타우리보다는 작은 별이 선택될 것이다.) 그리하여 1만 개의 행성엔진을 만든다. 처음에는 지구의 자전을 정지시켰고, 다음에는 우주를 향해 지구를 가속시키기 시작한다. 그러기를 17 년… 지구는 목성 부근까지 와서 스윙바이로 속도를 높일 순간이 되었다. 그런데 목성은 지구의 대기를 끌어들이기 시작하고, 지구는 비행기가 날지 못할 정도로 대기가 옅어진다. 급기야 지구가 목성으로 빨려들어간다. 목성으로부터 지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엔진에서 뿜어진 불꽃의 모습
행성엔진은 아마 효율이 매우 나쁠 것이다.

확실히 이 영화의 기본설정은 상당히 잘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영화제작 과정에서 손봤을 설정들은 문제가 좀 보인다.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은 인물의 성장 같은 것도 별다르게 느낄 수가 없었다. 사건이 모두 해결된 뒤에도 주인공 류치는 사건을 해결하는데 일조를 했다는 사회적 인식(훈장을 받은 듯하다.)을 이용해서 폼만 재는 중이병 환자이지, 더 나아진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 동생 한둬둬는 뭐든 생각나는 것은 떠들고 봐야 하는 성격이어서 일을 망치기 직전까지 몰고 간다. ([부산행]의 주인공 딸 서수안과 역할이 비슷하다.)

해와 목성이 엄청나게 빨리 변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영화적 허용이 필요해서 넣은 장면이겠지만,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스파이더맨] 리뷰에서 말했듯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여자주인공을 남자주인공이 뒤늦게 떨어져서 쫓아가 손을 잡는다는 설정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떨어지는 걸 쫓아 떨어져 따라잡는 중….?

이처럼 이야기 전개에 구멍이 많다. 일반적인 3류 영화의 요건이다. 분명히 아쉽지만, 중국사람들이 좋아했다니 이런건 상관 없는 것으로 하자.

이 영화에서 과학적인 요소를 살펴보자.

1. 지구의 자전을 멈출 필요가 있는가?

지구가 유랑하기 전에 지구의 자전을 멈춘다는 내용이 나온다.
자전을 멈추기 위해 엔진을 가동하면, 바닷물은 계속 회전하려고 동쪽으로 몰려갈 것이다. 그래서 수백 m짜리 해일이 되어 대륙 서안에 사는 사람 대부분을 휩쓸 것이다.

지구는 기본적으로 자전의 영향으로 적도가 부풀어올라 있고, 양 극쪽에서 눌린 형태이므로 적도방향의 지름보다 극방향의 지름이 21 km쯤 더 크다. 그렇기 때문에 해일이 끝난 뒤에는 바닷물이 극지방으로 몰려가게 된다. 남북극이 바닷물에 의해 10 km 가까운 깊이로 잠길 테고, 반대로 적도는 해수면이 적어도 몇 km는 낮아질 것이다. 결국 극지방에 살던 사람들은 저위도로 이사해야 한다. 뭐 태평양 바닥이 드러날 정도가 될 테니까 이주할 땅은 넉넉하다.

지구가 자전이 멈춘 이후엔, 장기적으로 지각과 맨틀이 적도 쪽에서는 아래로 꺼지고 극지방에서는 위로 튀어나올 것이다. 그러는 동안 지구 곳곳에서 엄청난 지진이 일어날 테고, 극지방에는 엄청나게 화산이 폭발할 것이다. 지금도 화산은 매년 1 cm쯤 가라앉아 화산섬은 점점 바다에 잠긴다. 노르웨이나 캐나다처럼 빙하기에 빙하에 눌려있었던 땅이 매년 1 cm쯤 상승한다.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매년 10 cm 이상의 속도로 꾸준히 높아지고 낮아지지 않을까?

BBC [지구가 자전을 멈춘다면] 캡쳐화면
지구가 자전을 멈춘다면 지도는 대략 이렇게 바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지구 내부에서 일어날 일도 생각해보자. 외핵은 액체이고, 내핵은 고체다. 맨틀과의 회전속도는 백만 년에 0.01 ˚ 하는 식으로 차이가 난다. 맨틀과 지각이 내핵과 어느정도로 마찰을 일으키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걸 고려한다면 자전을 강제로 멈추게 만들더라도 내핵과 외핵은 최소한 몇천만 년은 계속 회전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전을 강제로 멈추게 하면 지자기는 어떻게 될까? 아주 엉망이 될 것이다. 물론 자전을 멈추지 않은 상태라 하더라도, 지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엉망이 되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나로서는 상상하지도 못하겠다. 더군다나 지구가 갖고 있던 자전에너지는 어떻게 될까? 장기적인 결과를 생각해보면, 결국 이 모든 에너지가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을 일으키는데 쓰일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전을 멈출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 뒤 해수면이 300 m 높아진다는 설정이 있는데,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내용이다. 아마도 빙벽 틈새로 이동하는 장면을 넣기 위한 사전설정 같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투모로우][2012] 같은 영화처럼 뜬금없이 어디선가 바닷물이 막 생기는 설정인데, 이 정도는 극을 위한 설정으로 그냥 봐주자. 어차피 영화가 개판인데 뭐….-_-

재해 SF에서는 왜 늘 해수면이 높아지는 걸까?
해수면 높이가 높아진 건 상하이를 얼음바다로 만들기 위한 장치인지도 모르겠다.
지구 자전이 멈춰서 낮아진 해수면 높이까지 포함해서 저만큼 높아지려면 꽤 많은 물이 창조돼야 한다.

참고삼아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
자전을 멈춘 지구를 알파 센타우리로 향해 가속하기 시작하면 두 가지 일이 벌어질 걸로 예상된다. 첫째는 지구 전역에 해일이 일어날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를 북극 쪽으로 가속한다면 북극 쪽에 있던 바닷물이 남극 쪽으로 몰려갈 것이다. 둘째는 내핵이 지구 중심에서 벗어나서 맨틀과 자꾸 충돌할 것이다. 그 충돌로 인한 충격파는 당연히 지상에 전달되어 지진, 해일, 화산분화 같은 재앙으로 나타난다. 이 일은 지구가 가속되는 500 년 동안 계속될 것이고,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하여 감속할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이때는 바다가 모두 얼어붙어있을 테니 해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리고 그 도중에, 영화에서처럼 엔진이 전체적으로 고장이라도 난다면 그 부작용으로 찾아오는 재앙도 장난 아니게 심각할 것이다.

2. 지구의 비행궤도를 목성 주변으로 설정한 이유는?

지구는 목성 옆을 지나는 궤도로 설정돼 있다. 그 이유는 스윙바이를 통해 목성의 공전에너지를 빼앗아 지구의 운동에너지로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1960 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쏜 거의 모든 행성탐사위성이 이용하는 방법이다. 행성탐사위성이 행성이 움직이는 앞쪽으로 스치고 지나가면 감속되며, 뒤쪽으로 스치고 지나가면 가속된다. 단순히 목성과 지구의 관계만 따지고 보면, 포물선, 타원, 쌍곡선 등의 이차함수 형태의 운동이 되어 목성의 공전에너지가 지구의 운동에너지로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그걸 태양 관점에서 본다면 목성과 지구의 속도가 확연히 바뀐다. 목성의 각운동량 일부도 지구가 가져간다. (그러니까 지구가 스윙바이로 지나간 뒤에 목성궤도는 태양에 더 가깝게 바뀐다.)

스윙바이를 위한 지구의 비행궤도
애초에 목성에 너무 근접하게 궤도를 잡았다. 다 사건을 일으키기 위한 장치일 테지만…

스윙바이의 개념이 확실히 유효하지만, 그걸 지구 같은 거대한 물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느냐는 의문로 남는다.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로슈의 한계’를 이해해야 하니까, 뒤에 따로 살펴보자.

3. 목성 중력이 갑자기 강해질 수 있는가?

지구가 목성에 가까이 다가가자 지구의 이동경로가 갑자기 휙 꺾인다. 목성이 당기는 힘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일까? 영화 제작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 뉴턴의 중력이론에서는 총 중량만으로 궤도의 계산이 가능하다. 실제로 행성탐사선이 목성 부근을 지나갈 때 운동하는 궤도와 거의 똑같은 궤도로 지구도 지나간다. 차이가 난다면 지구는 행성탐사선과 다르게 질량이 많이 무거워서 지구가 부근을 지나갈 때 목성의 궤도도 눈에 띄게 변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질량에 의한 공간의 왜곡이 영향을 아주 조금은 미칠 것을 예고하나, 지구와 목성은 가볍기 때문에 공간 왜곡을 신경쓸 필요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모든 요소의 영향을 예상하여 궤도를 결정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실패한다? 이런 내용은 영화를 대충 만들 때 튀어나올 수 있는 설정이다. 비슷한 예로는 [2012]가 있다. 태양 플레어가 중성미자를 자극해서 지구 내부가 가열된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이런 건 절대 일어날 수가 없다.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우리는 대우주에서는 언제든 어디서든 같은 과학법칙이 적용된다는 뉴턴의 아이디어는 버려야 한다. 더군다나 지구가 이 정도로 가열되면, 다시 사람이 살 정도로 식는데 몇 억 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방주를 만들 필요도 없다. 그냥 집단자살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처럼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비논리적 무언가를 끌어들이는 건 롤렌드 에머리히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가 갖는 공통점이다. 예를 들어 [인터스텔라]는 뜬금없이 사랑이 중력에 어쩌구 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 기획에 돈을 안 쓰는 싸구려 영화의 공통점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4. 자전이 멈추고, 얼음이 얼어붙은 뒤에도 지각판이 있을까?

지구가 자전을 멈추고, 우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바다는 완전히 얼음이 되어버린다. 지표면은 -84℃까지 떨어진다. 이렇게 추운 상황에서 지각판이 아직도 나뉘어 있을까? 사실 기온차이가 커지면서 맨틀은 더 강력하게 대류운동을 할 것이므로, 지각운동이 더 심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거기다가 지구 내핵도 맨틀에 계속 충돌할 것이므로, 온갖 곳에서 화산이 분화될 것이다.

금성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금성은 지구보다 기온이 매우 높아서 430 도 정도로 측정된다. 그러나 지구보다 지각운동은 미약하다. 왜 그럴까? 솔직히 모른다. 금성 내부와 외부의 온도차가 적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영화에서 대피소들이 용암에 잠기는 이유는 아니다.

그리고 액체 물이 있어야만 나타나는 현상도 있고, 생성될 때 액체 물이 필요한 암석과 광물도 있으므로, 이전에 우리가 생각하는 화산 분화와는 상당히 차이가 나게 될 것이다.

5. 왜 대피소에 용암이 들어차는가?

지구가 목성에 가까워지자 대피소에 용암이 들어차서 도시가 없어진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용암이 들어찬 항저우

사실 먼 과거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결과를 우리가 늘상 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되리라는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우리는 어디서 이런 현상을 봤을까? 정답은 바로 달의 바다이다. 최근들어 달로 탐사선이 많이 가서 측정한 결과, 달의 바다의 수십~수백 m 밑에서 얇은 지각판이 발견됐다. 위와 아래는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현무암질 암석이다.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이유는 이 영화의 대피소에 용암이 들어찬 장면과 완전히 똑같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달의 바다는 무거운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분지다.
  1. 지구 주위에 달이 생겼다. 달은 서서히 식어서 고체인 맨틀과 지각이 생긴다.
  2. 달이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자전을 멈췄다. 정확히는 자전주기가 지구에 대한 공전주기와 완전히 같아지는 동주기자전을 하게 됐다.
  3. 달과 부피가 같은 등포텐설면은 다른 방향보다 지구쪽으로 툭 튀어나왔다. 반면 다른 방향은 달보다 푹 꺼져있다.
  4. 달은 등포텐셜면보다 튀어나온 옆쪽이 아래로 눌리고, 그 부피만큼 등포텐셜면보다 달 표면이 안쪽에 있는 지구 방향으로 용암이 분출된다.
  5. 이후 시간이 지나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됐다.

달에 옥토끼가 살게 된 이유는 이렇다. 마찬가지로 지구가 목성에 가깝게 접근하면 목성에 가까운 쪽이 중력에 의해 튀어나오려고 하고, 고체는 모습이 잘 안 변하므로 대신 지하에 있는 용암이 지표면으로 분출되어 높이가 높아진다. 그 과정에서 땅이 갈라질 테니 지진도 당연히 일어날 것이다. 지구가 목성 근처에서 계속 공전을 한다면 나중에는 지구에도 달의 바다 같은 지형이 생길 것이다. 용암으로 된….

그런데 이게 쉽게 예상이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다. 즉 용암이 쏫아나와 여기저기 흘러다닐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목성 근처로 접근하기 전에, 정부는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을 잠시라도 밖으로 모두 대피시켰어야 한다. 뜬금없이 용암이 들어찼다…. 같은 접근은 영화의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사실 이 부분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 전개가 논리성이 심하게 떨어진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비논리성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작가진에 이과생이 없었기 때문에 그 많은 가능성을 모조리 놓친 것이다. 헐리웃 영화산업 종사자 만큼이나, 중국 영화산업 종사자도 SF의 S가 ‘Science’라는 걸 잊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것 같다. 옛날에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SF영화의 완성도를 생각해 본다면….

ps.
달의 바다 구조를 분석하면, 달이 지구에서 얼마나 떨어진 위치에서 동주기자전을 시작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달의 모양이 달의 바다가 형성된 뒤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았을 테니까, 달의 바다 곡율은 달이 동주기자전을 시작했을 때의 등포텐셜면의 곡율과 완전히 일치할 것이다. (심지어 원심력에 의한 왜곡도 없다.) 그러므로 등포텐셜면과 달의 바다의 곡율이 완전히 딱 맞는 시간과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 (이 주제는 완전히 논문감인데…)

6. 지구 대기는 어떻게 목성으로 옮겨가는가?

지구 대기가 목성으로 넘어가는 장면은 극장에서 봤으면 꽤 멋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장면은 영화의 진행을 위해서 엄청나게 왜곡되어 있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로슈의 한계라그랑주 점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그러니까 링크된 두 편의 글을 먼저 읽기를 바란다.

지구가 목성에 가깝게 다가가면 지구는 L1 라그랑주 점에 점점 가까워진다. 그렇게 되면 우선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가 L1을 통해서 목성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질량 변화에 의한 로슈의 한계 크기는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다. 로슈의 한계가 지구의 땅덩어리만해지면 이후에는 L1이 지구 안쪽으로 들어간다. 이 뒤부터는 바위가 목성으로 떨어져내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지구의 질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목성의 질량은 그만큼 늘어나므로 지구의 로슈의 한계가 급격히 작아져서 지구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지구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그 속도에 해당하는 각운동량은 꽤 크다. 이때 목성 쪽으로 떨어지는 지구의 대기는 목성에서 볼 때 각운동량이 보존돼야 한다. 따라서 대기가 목성에 떨어지는 궤도는 나선을 그려야 한다. 영화에서 보이는 지구와 목성을 잇는 직선을 따라 공기가 떨어지는 모습은 있을 수 없다.

공기가 직선으로 떨어질 수는 없다.

물론 영화 장면에서 직선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뒤에 목성의 대기를 폭발시키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나선을 그리며 떨어져내린다면 산소가 목성의 여기저기로 흩어져서 폭발할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다. 폭발한다고 해도 그 충격파가 지구로 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직선으로 떨어진다고 해야 했을 것이다.

물론 직선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목성은 자전주기가 10 시간일 정도로 짧아서, 그리고 그걸 무시하더라도 산소가 목성 대기와 섞이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폭발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폭발해봤자 매우 소규모밖에 안 될 것이다. 즉 폭발시킨다는 아이디어는 재미있기는 하지만, 일어날 확률은 애초에 없다.

목성에서 폭발한 불꽃이 지구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색깔이 영 이상하다.
근데 색깔은 차치하더라도, 불꽃이 어떻게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것일까?

목성에서 폭발한 불꽃이 지구에 도달했을 때 왜 붉고 검은 색인지도 이해할 수 없다. 수소(H)와 산소(O)가 혼합되어 탔다면 물(H2O)이 생겼을 테니 색이 전혀 없어야 했을 텐데 말이다. 뒷배경에 강한 아지랑이가 생기고, 화면에 잡힌 물건들이 끝에서부터 점차 붉게 달궈지는 모습으로 담았다면 더 인상적인 장면이 됐을 텐데 아쉽다.

2H2 + O2 → 2H2O

아마도 원작 소설에서는 이 부분이 없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영화 그래픽에서 비과학적 요소나 효율이 떨어질 것 같은 엔진 같은 장치가 꽤 많기 때문이다. 전 지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면서까지 몇천 년 동안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효율성이 조금만 낮아도 필요로 하는 댓가가 엄청나게 클 것이므로, 최적의 효율을 고려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7. 어떻게 목성에 불을 붙일까?

지구 대기의 산소를 몽땅 흡수한 목성! 목성에는 원래 수소가 가득 차 있으니까 불을 붙이면 잘 탈 것이다….라는 아이디어는 (그러기엔 산소가 한참 부족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포함해도) 참신하다. 하지만 불을 붙이는 방법은 문제가 있다. 주인공이 꼭 우주정거장을 몰고 뛰어들었어야 했을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영화에서는 엔진의 불꽃을 길게 만들어 폭발을 유도하려고 하는데, 이 시도는 기본적으로 옳다.

영화 속의 엔진 불꽃은 색깔이 붉은 색부터 파란 색까지 조절할 수 있고, 또 지구에서 뿜어져나온 엔진 배기 기체의 궤도가 휘어보이는 것으로 보아 물질을 화학적으로 연소시켜 추진력을 만드는 것 같다. 이때 어떤 방식으로 불꽃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보통 불꽃의 길이가 생기는 이유는 불꽃이 화학반응에 의해 연소하며 보이기 때문이다. 불꽃의 색깔을 만드는 빛은 화학반응 도중에 화합물 안에 있는 전자껍질의 상태가 바뀌면서 에너지 레벨도 바뀌고, 에너지 레벨의 차이만큼 빛이 방출된다. 따라서 연소가 끝나면 빛도 더 이상 나오지 않으므로 불꽃이 끝나보인다. (불완전연소의 경우 – 촛불이라면 연소되지 못하고 남은 탄소가 열에 의해 붉게 빛나는 부분도 불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주변 공기와 섞이면서 온도가 낮아진다. 그런데 불꽃이 우선 대기권을 벗어났다면, 목성 대기에 도달할 때까지 섞일 공기가 없으므로 온도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따라서 목성 대기를 그냥 폭발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지구가 이동하는 장면에서 불꽃이 아주 길게 이어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소규모 프로젝트라면 몰라도, 이 영화처럼 대규모 프로젝트라면 물질을 그냥 연소시키는 방식의 엔진이 통할 리가 없다. 효율이 너무 낮다. 실제로 이런 여행을 준비한다면 플라즈마 엔진 같은 고효율 장비를 만들 수밖에 없다. 플라즈마 엔진이라면 뿜어져나온 불꽃이 쉽게 눈에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배기된 기체의 온도가 매우 높아서 쉽게 식지 않는다. 따라서 불꽃이 짧아서 폭발을 유도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방법들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쳐도…. 사실 이보다 더 확실하고 쉬운 방법이 있다. 그냥 로켓이나 미사일 하나를 목성으로 쏘면 된다. 이스라엘 연구진이 주인공보다 7 시간 전에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렸다고 하는데, 그 연구진은 능력이 없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걸 고려했을 때, 구지 우주정거장을 꼴아박는 것은 한국식 신파를 따라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ps. 사실은….. 영화와 같은 조건이 마련된다면, 사람이 불을 붙이기 전에 목성 대기에서 치는 번개 때문에 목성 대기 스스로 폭발할 것이다.

Juno 행성탐사선이 촬영한 목성의 번개 (출처 : NASA)
지구보다 50 배 이상 큰 번개가 친다고 한다.

8. 기타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다.

태양이 노화되어 팽창하는 시간도 문제인데, 현재의 연구결과로는 태양은 15억 년 정도 미래가 돼야 적색거성이 된다고 한다. 역시 영화가 진행되기 위해서 원래의 과학지식을 무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15억 년이라는 수치는 지구가 뜨거워질 가능성과는 거리가 있다. 태양이 주계열성 상태로 있으면서도 내뿜는 에너지가 많아진다던지 해서 지구가 뜨거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주정거장 선외유영 장면이나 인공지능과의 결투(?)장면에서도 많은 오류가 보였다.

사실 이런 장면이 간단해 보이지만, 논리에 맞게 만들기는 엄청나게 어렵다.
우주정거장의 화재장면도 이상한 구석이 꽤 많다.

이외에도 오류는 영화 여기저기에 꽤 많았는데, 어차피 정밀함을 추구하는 SF영화가 아닌 이상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사실 이 영화는 과학적인 내용만 아니면 블로그에 소개할 만큼 완성도가 좋지는 않다. 그런데 과학적 설정이 상당히 재미있어서 이렇게 글로 써 보았다.

아무튼 목성 옆을 잘 통과해간다.
목성의 운동에너지를 예상보다 더 많이 빼앗았을 것 같다. 이제 방향만 원래 가려던 쪽으로 바꾸면….
(엇… 잠깐? 근데 스윙바이를 생각하면, 지구가 움직이는 방향이 반대인데???…)

ps.
2023 년 1 월 개봉을 목표로 속편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별로 끌리지는 않는다. 그래도 과학적으로 살펴볼 점이 있다면 소개해 보겠다. 과연 그럴 가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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