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2014 년에 개봉했던 [인터스텔라]Interstellar라는 영화를 극장에서 볼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너는 꼭 가서 봐야 한다며 반강제로 등 떠밀어서 어쩔 수 없이 봤다. 그런데… 그 뒤에 다른 사람이 꼭 같이 가서 보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가서 보았다. 그러나 영화는 놀란답다는 느낌만 남았다. 블랙홀 연구의 권위자인 킵 손 교수가 고증해 과학에 충실히 만들었다고 광고를 했지만, 사실 킵 손 교수가 고증한 것은 블랙홀이 멋지게 보이는 장면 뿐이고, 그 이외의 것은 그냥 영화 제작자들의 상상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비과학이 충만했다. 앞에서 ‘놀란답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늘 이런 식이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안 그런 영화 편수가 자그마치 ‘0’….. 그러니 별다른 느낌을 주지 않았던 게 당연하다.
참고로, 킵 손 교수가 블랙홀에 대해 쓴 유명한 책 [블랙홀과 시간굴절]Black Holes & TimeWarps은 절판됐었는데, 영화 덕분에 중고책 값이 몇 배로 비싸지기도 했다. 물리학과 출신이 아니면 이해할 수도 없는 책이 10만 원을 넘었으니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군다나 번역이 정말 개판이어서 영어로 어떻게 쓰였을지 상상해서 재번역을 해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지금은 반니 출판사에서 [블랙홀과 시간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간됐다. 번역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았을 텐데, 번역자가 그대로인 것을 보면…. 거의 그대로일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전문가가 감수로 붙었으니 좀 나아졌으려나? → 2020.11.10 추가 : 서점에 가서 확인해 봤는데, 이전판과 똑같았다.

이 장면을 이해하려면 블랙홀 주변에서 빛이 휘는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천만 관객을 모았고, 지금도 SF영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보다 흥행이 안 됐다. 우리나라의 흥행실적이 북미, 중국에 이은 세계 3 번째였다. 심지어 외국 언론에서는 한국에서 왜 이 영화가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책과 영화의 인기로 유추해 봤을 때, 어려운 영화를 봤다는 과시욕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작동했던 것 같다.
그런 입장에서, 2014 년은 한국영화시장에 있어서 최악의 해였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4 편이나 있어서 풍성한 해였던 것처럼 보이지만, 그 4 편이 [명량], [국제시장], [인터스텔라], [겨울왕국]이었다. 너그럽게 봐줘도 셋은 정말 흥행하면 안 되는 영화였다…..!
이제 과학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참고로, 나는 물리학과를 나왔지만 블랙홀에 대해 생각할 때 필요한 일반상대론을 다룰 줄 모른다. 아인슈타인이 만든 중력장방정식을 (가장 간단한 경우에 한해서) 겨우 깨작이듯 공부해 봤을 뿐이다. (이것도 대학원 그만둔 다음에 혼자서 공부해본 것이 다다.) 따라서 이 글에서 언급하는 블랙홀 이야기는 일반과학 수준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 글은 인듀어런스 호가 웜홀을 향해 처음 출발할 때부터 블랙홀 가르강튀아 인근에 있는 밀러 행성을 탐사하고 돌아오는 부분까지 약 40 분 동안의 장면에 대한 것이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할 이야기는 많았지만, 굳이 전부 다룰 필요를 못 찾았다.
1. 인듀어런스 호는 왜 그리 빨리 돌리는 걸까?
인듀어런스 호는 지구에서 출발할 때 엄청 빨리 자전시켜놓고, 토성 궤도에 있는 웜홀에 가까이 다가간 다음에 자전을 멈춘다. (그래서 4 명의 승무원은 멀미약을 열심히 먹는다.) 그런데 이 설정은 매우 큰 약점을 보여준다. 우선 인듀어런스 호는 원형으로 생겼다. 주변의 링에서 원심력이 중력가속도 g로 느껴지게 빙글빙글 돌게 만든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우주선 자체가 엄청나게 큰 힘을 받게 된다. 이 문제는 평상시에는 그냥 무시할 수 있더라도, 만약 사고가 생긴다면 어떨까도 생각해야 한다. 우주선이 조각조각 갈라져 사방으로 날아갈 것이다.
더군다나 지구에서 토성까지의 비행은 사람들은 전부 동면하고, 조종은 컴퓨터가 한다. 과연 위험을 감수하면서 우주선을 자전시킬 필요가 있을까? 뒤에 반대 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보면, 동면 조건으로 중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위 장면은 영화가 한참 진행된 뒤에, 폭발사고가 나서 일부 모듈이 날아가는 순간이다. 사고가 났을 때는 회전하지 않았는데, 사고 이후에 회전이 점점 빨라졌다. 기체가 파손부위로 새면서 우주선이 회전하도록 가속시켰다는 설정인 것 같다. 그러자 우주선과 인듀어런스 호를 연결하는데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는 자전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라져서 분명 연결했다고 하더라도 우주선에 문제가 많이 있을 거라는 점이다. 원래는 폭발 사고만으로도 문제가 많을 것이다. 둘째는 인듀어런스호의 일부 모듈이 파손되면서 무게중심이 달라졌다. 그러면 도킹시스템의 해치를 일치시킬 수 없어 도킹할 수 없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이런 문제는 그냥 다 무시하고서 그냥 일치시키고 결합한다. 이것이 바로 놀란 스타일이다.
2. 첫 번째 방문지 밀러의 행성
웜홀을 통과하니 몇 시간 비행하면 도착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블랙홀 가르강튀아 근처에 있는) 밀러의 행성, 몇 달 비행해야 갈 수 있는 에드먼즈의 행성과 만 박사의 행성이 바로 근처에 있다. 이 3 개의 행성을 어떤 순서로 방문해야 할까?
몇 달 가야 하는 에드먼즈의 행성과 만 박사의 행성보다 몇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밀러의 행성을 우선 간다. 그리고 나오는 대사들……. 통상의 시간으로 1 시간은 밀러의 행성에서는 7 년이라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밀러 행성을 1 시간 동안 다녀온다면 지구는 7 년이 걸리는 것이다. 7 년이라면 천천히 다녀도 에드먼즈의 행성과 만 박사의 행성 모두를 대여섯 번은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이다. 행성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으므로, 각 행성이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일 확률은 비슷하다고 생각하자. 그렇다면 상대성이론을 모르더라도….. 간단하게 밀러 행성을 가장 마지막에 방문해야, 그 이전에 방문했던 다른 행성 중에 살기 적합한 행성이 있다면 사람들을 더 빨리 이주시킬 수 있으므로, 더 합리적이라는 걸 알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하지만, 일행 4 명 중 3 명은 물리학자다. 그리고 그 중에 2 명은 상대론을 연구하는 사람이다.ㅎ)
여기에서 더 웃기는 건, 이들이 대화하는 동안에 시간도 자원이니까 아껴야 한다든지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음… 엄….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나만 이해를 못하는 것인가? 거기에다가 로밀리라는 물리학자의 말은 더 어안이 벙벙하게 만든다.
“2 년쯤 걸린다면 블랙홀에 대한 계산을 하겠다.”
그러니까, 다녀오는 시간이 꽤 걸리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듀어런스 호에서 2 년이 걸리는 거라면, 밀러 행성에 다녀오는 사람은 14 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불가능한 속도로 다녀올 것이라 예상한다는 이야기…. (빨리 다녀와도 한 시간은 걸릴 것이므로, 로밀리는 7 년 이상을 혼자 있게 된다.)
나는 이 장면에서 오고가는 대화들을 보면 작년에 상영했던 [자전차왕 엄복동] 초반에 독립군들의 대화가 자꾸 떠올랐다. 자기들도 무슨 소리 하는지 몰라서 동일 인물이 하는 말이 수시로 뒤집히기 때문……

다음 꼭지도 이 꼭지와 연속된 이야기인데 따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서 나누었다.
3. 블랙홀 주변은 중력이 강해 시간이 느리게 흐르니까 멀리 돌아가서 내려가자?
우리의 주인공 쿠퍼는 연료와 시간을 절약할 획기적인 생각을 해낸다. 블랙홀을 멀리 돌아서 행성 위쪽으로 간 다음에 내려가면 된다는 것이다. 아니 같이 간 물리학자 3 명은 왜 저걸 생각해내지 못한 걸까?


이 사람들은 절대 좋은 물리학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문제는 저 행성이 블랙홀과 매우 가깝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블랙홀의 중력이 강하기 때문에 그 주변을 도는 행성은 가까울수록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어느정도일까? 모르겠다. 태양계에서는 수성이 지구의 3/2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태양보다 1억 배 무거운 블랙홀 옆이라면 행성이 움직이는 속도는 최소한 광속의 몇 % 이상일 것이다. 따라서 우주선이 아무리 빨라도 저런 식으로 내려가는 건 불가능하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이용하면 대충 계산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강한 중력이 종잡을 수 없는 상대론적 효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오른쪽 그림처럼 매우 질량이 큰 블랙홀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블랙홀은 자전을 하고 있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은 매우 강력하게 공간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블랙홀 주변의 시공간은 블랙홀을 따라 회전한다. 이게 어떤 결과를 만드는가?
오른쪽 그림에서 빨간 화살표 방향으로 어떤 물체가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점점 블랙홀의 무게중심에 가까워짐에 따라서 속도가 빨라진다. 이 물체는 블랙홀 주변을 도는 각운동량을 갖고 있다. 각운동량은 일정하게 보존되기 때문에 물체의 움직임은 타원 궤도를 그리며 블랙홀로 다가간다. (중력원이 일반적인 천체라면, 이 물체는 거의 고정된 타원궤도를 반복하며 돈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이상 가까워지면 시공간의 회전에 휩싸이게 되고, 시공간을 따라서 블랙홀의 자전방향으로 같이 돌기 시작한다.
이건 뉴턴역학이나 일반적인 상식과는 분명 상반된 현상이다. 그러나….. 아마도 떨어지던 물체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뉴턴역학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제 쿠퍼가 자기 손으로 우주선을 조정해서 밀러의 행성으로 다가간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쿠퍼가 저런 환경 속에서 밀러의 행성에 도착할 수 있을까? 상대론을 모르는 쿠퍼로서는 절대로 다가갈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알아도 도착하기 힘들다. 이 문제는 영화 제작진 중에 한 명도 상대론 효과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말한다.
(이 밀러의 행성 이야기는 킵 손의 책 [블랙홀과 시간굴절] 서문에 나온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 같은데, 책에는 블랙홀의 자전에 따른 효과는 안 나온다.)
ps. 주의!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고 있을 때 수성의 움직임을 계산해서 근일점이 이동한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원래 수성의 근일점 이동은 뉴턴역학만으로도 예측되는 현상이다. 주변의 다른 행성 때문에 일어난다. 그런데 문제는 뉴턴역학의 계산치가 실제 관측치 5600 초보다 43초 정도 작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원인을 알 수 없었는데, 아인슈타인은 미완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갖고 이 계산을 해서 거의 정확히 일치함을 보인다. (완벽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이 발표되기 1 년 전인 1914 년의 일이었다. 그러므로 이 현상 또한 태양의 중력에 의해 주변의 시공간이 굴절해서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게 태양의 자전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거기다가 이 장면에서는 문제가 하나 더 등장한다. 쿠퍼는 로봇에게 연료를 절약하며 내려가는 궤도를 계산하라고 시킨다. 그런데, 내려갈 때는 막상 혼자만의 생각으로 에어브레이크를 쓴다. 주인공은 최적화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기 때문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뜻일까?
4. 밀러의 행성은 왜 그리 밝은가?
밀러의 행성에 도착했는데, 밝다! 빛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위의 블랙홀과 밀러의 행성이 함께 나온 장면을 다시 보자. 밀러의 행성 밝은 면은 블랙홀 쪽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면 블랙홀에서 빛이 오는 것일까? 그런데 블랙홀에서는 빛을 포함한 그 무엇도 탈출하지 못한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블랙홀들은 강력한 빛을 방출한다. 지구에서도 비교적 간단하게 관측할 수 있다. 어떻게 빛이 방출되는 것일까? 무언가의 물체가 블랙홀로 떨어질 때 중력에 의해 빠르게 가속되는데, 그러면 방출하는 복사선이 상대론적 도플러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영화 [패신저스]의 상대론적 도플러효과 참조) 이 복사선은 대부분 X선과 감마선(γ-ray)이다. 백조자리 X-1이라는 천체는 하늘에서 가장 강한 X선을 방출하는 천체라고 잘 알려져 있다. (심지어 이 블랙홀은 그리 크지 않은 녀석이다.) 그러니까 만약 블랙홀에서 빛이 오는 거라면, 거기 있는 사람은 모두 1 초도 못 버티고 죽는다.
그러나 이건 떨어지는 물체가 있는 경우에만 방출된다. 그러니까 떨어지는 물체가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광원이 있을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블랙홀에는 언제든 떨어져 내리는 물체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주변에 있는 행성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건 미친 짓일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니, 다른 탐사대상 행성도 몇 달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이니까 결코 안전한 행성일 수가 없다!)

다른 가능성으로, 우주배경복사가 상대론적 도플러효과에 의해 가시광선으로 바뀌어 비추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밀러의 행성에서의 1 시간은 바깥의 7 년이라고 했으니까, 대충 계산해보면 시간흐름이 61320 배만큼 느리게 흐르는 것이다.(=7×365×24 시간) 그렇다면 우주배경복사는 온도가 대략 16만 K(= 2.7×61320 K)의 흑체에서 방출되는 복사에너지로 보일 것이다. 우주에 있는 가장 밝은 별의 표면온도보다도 몇 배는 높은 온도이다. 높아도 너무 높다. 이런 환경에서는 우주배경복사도 X선이나 감마선일 것이다.
결국 어떤 가능성을 따지더라도 밀러의 행성은 X선과 감마선(γ-ray)으로 찜질당할 것이다. 유기체는 물론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로 이뤄진 물체는 존재할 수 없다. 어떻게 보더라도 망했다!
사실은… 이런 환경에서라면 밀러의 행성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원자도 쪼개져서 플라즈마로 변할 것이다.
5. 밀러의 행성에서 파도는 왜 부서지지 않는가??
밀러의 행성에 착륙한 뒤에, 뭘 좀 해보려고 했더니 멀리에서 집채만한 파도가 몰려온다. 밀러는 이미 파도에 휩싸여 죽었을 테니, 방금 도착한 사람들이라도 어서 도망가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저 파도는 부서지지 않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파도가 얕은 수심에서 부서지는 것은 파도의 파고와 수심이 관련된다. 따라서 위 장면에서처럼 대략 1 km의 파도는 사람 무릎 깊이의 물에서는 10000% 확률로(?)…. 확실하게 부서져야 한다.
거기다가 한 가지 더…. 파도는 왜 대략 1 시간마다 한 번씩 오는 걸까? 답을 알 수 없다. 어디에선가 기조력 때문에 파도가 생기는 거라고 본 적이 있는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기조력이 1 시간 주기의 파도를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킵 손 교수는 밀러의 행성이 블랙홀에 대해 칭동운동(늘 같은 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완전히 정지하지 않아서 조금씩 움직이는 운동)을 하기 때문에 저런 파도가 생긴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예를 들어 지구에 대한 달의 칭동운동은 주기가 29.5 일이다. 달의 공전운동과 일치하는 시간이다. 이처럼 밀러의 행성도 공전주기에 맞춰서 칭동운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밀러의 행성이 블랙홀 주변을 1 시간마다 돌아야 한다. 이거 광속을 넘어서는 속도는 아닌지 한번쯤 계산해 봐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밀러의 행성은 밖에서보다 시간이 한없이 느리게 흐른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그러니까 밀러의 행성의 공전주기는 7 년이 되는 것이고….. 응?… 아.. 모르겠다.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에서 추워질 때 갑자기 해일이 이유 없이 몰아쳐서 뉴욕을 침수시켰던 것처럼 이 파도도 아무런 이유 없이 감독이 필요에 따라 그냥 집어넣은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장면이 있으면 나쁜 영화구나 생각하면 될 듯….!!
이제 준비한 과학적인 이야기는 다 했다. 이제 그 이외의 이야기를 두 가지만 하자.
6. 위기일 때 도일의 멍하니 서 있는 행동
우주선이 행성의 바다(?)에 착륙한 뒤에 파도가 몰려오는 것을 알고는 빨리 우주선을 타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때 브랜드는 공연히 자료를 회수해야 한다며 목숨을 걸고, 결국 별것도 아닌 작은 우주선 잔해에 깔려서 자기를 버리고 가라고 한다. 이 행성의 중력이 1.3g 수준이라고 해도… 우주선은 가벼운 재질로 만드니까 작은 조각에 깔려서 꼼짝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총체적 난국은 계속된다.


도일은 로봇에게 브랜드를 구하라고 명령하고서, 그걸 구경하고 서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 시간에 우주선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다가 브랜드가 구조되어 우주선에 타고 난 뒤에, 도일은 우주선 밖에 있는 뭔가의 버튼들을 누른다. 그때 파도가 몰아치고, 도일은 우주선에 타지 못한다. 우주선 제작자는 왜 밖에 버튼패널을 만들어 놓은 것일까? (이 버튼패널은 이후에는 다시는 안 나온다.)

감독 입장에서 도일 캐릭터를 죽여야 했다. 그래서 그냥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시키고 죽여버린 것이다. 이것도 놀란 스타일! 꼭 놀란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전개시키는 영화는 많다. 최근 영화로는 [백두산]이 대표적! 안 좋은 영화를 만드는 방법의 표본이다!
7. 로밀리는 종이와 지우개 달린 연필 애호가
인듀어런스호에 남아있던 로밀리는 이론물리학자다. 남아있던 23 년 동안 블랙홀에 대한 뭔가를 계산해서 알아냈는데, 문제는 그걸 지구로 전송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로밀리가 계산을 연필로 종이에 한다는 것이다. 이건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물자 부족이다. 매일 한 장씩 종이를 쓴다고 생각해보자. 23 년 동안 계산하면 몇 장이나 필요할까? 연필과 지우개도 굉장히 많이 필요할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우주선에 싣고 가기엔 너무 많다.
둘째, 연필과 지우개의 가루는 장기적으로 우주선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연필의 흑연가루는 컴퓨터 틈새 등에 들어가 합선을 일으키기 딱 좋다. 지우개 가루는 어디에선가 화재를 일으키기 딱 좋다. 그렇게 위험한 행동을 하게 놔둘 관리자가 어디 있을까? 우주인 훈련과정에서 이미 배웠어야 하는 내용이다.
이 글을 쓰려고 하다가 개봉했던 2014 년에 만들었던 마인드맵을 찾아봤다. 2백여 개의 주제로 정리된 마인드맵이 있으나, 다 살펴보기에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중에 영화 총평은 6 개 항목으로 정리돼 있었다.
- 괜히 봤다. 전체적으로 영화에 구멍이 너무 많다.
- 그냥 평작 이상은 아닌 영화
- 너무 지루, 긴 상영시간에 비해 하려는 이야기가 빈약하다.
- 미국영웅주의
- 논리적 감성적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냥 관객에게 감성을 느끼라고 밀어붙이는 느낌?
- 5점 만점에 평점 ★☆
지금 보니, 평점이 너무 후했다!
마지막으로 고친 날 : 2021.11.13
2 comments on “[인터스텔라] 과학에 충실히 만들어진 SF의 얼렁뚱땅 과학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