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ISO에 대해서 알아보자. 설명을 위해 간략한 비유로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제조사마다 바디마다 의미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마지막 고친 날 : 2024.12.04
ISO
ISO는 센서의 픽셀 하나가 검출한 에너지를 신호의 크기로 변환하는 기준과 비슷하다. 이렇게 ISO를 규정해 쓰는 이유는 카메라마다, 촬영환경마다 센서가 빛을 받는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센서의 픽셀 크기에 따라서 최고밝기로 측정하는 에너지값이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센서 픽셀 넓이가 8 μm2인 픽셀이 100 eV의 에너지를 받았을 때의 밝기와 4 μm2인 픽셀이 50 eV의 에너지를 받았을 때의 밝기가 같아야 얻어진 사진의 밝기가 비슷할 것이다. 환경이 달라도 사진의 밝기가 비슷하게 보여야 한다. 그래서 센서를 쓸 때 ISO를 바꾸는 것이다.
ISO 수치는 신호의 민감도로 생각할 수 있다. ISO 100에서 센서의 픽셀 하나가 1000 eV의 에너지를 받으면 1000이라고 신호를 내보낸다고 하자. ISO 100에서 100 eV의 에너지를 받았다면 100의 신호를 출력한다. 설정을 ISO 200으로 바꾼 뒤에 100 eV의 에너지를 받으면 200이라고 신호를 내보낸다.
이때 어떤 이유에서건 센서의 픽셀 하나에서 10 eV의 잡음이 만들어졌다면, 이게 ISO 100일 때는 신호를 10 만큼 높일 테고, ISO 200일 때는 20 만큼 높일 것이다. 즉 똑같은 크기의 잡음이더라도, ISO가 높아지면 크게 기록된다.
잡음은 크게 5 가지 이유 때문에 생긴다.
1. 샷노이즈
빛은 불연속적이다. 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을 받았던 광전효과를 설명하는 논문은 빛이 불연속적인 입자라는 것을 잘 설명한다. 카메라 센서는 광전효과를 이용하여 빛을 측정하는 장치이다. 그래서 빛이 카메라 센서의 픽셀에 도착하는 양은 불연속일 수밖에 없고, 측정값도 불연속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카지노의 룰렛 경기를 생각해보자. 구슬을 하나 넣으면, 나뉜 숫자칸 중 하나에 구슬이 들어간다. 구슬을 한꺼번에 여러 개 넣으면, 각각의 칸에 조금 더 골고루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각 칸에 여러 개의 구슬이 들어갈 수 있다면) 많은 구슬을 한꺼번에 넣어도, 구슬이 각 칸에 골고루 들어가는 게 아니라, 어떤 칸에는 여러 개가 들어가는 동안 어떤 칸에는 하나도 안 들어가는 쏠림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색깔, 똑같은 밝기의 피사체에서 센서의 픽셀로 빛을 보내도, 어떤 픽셀에는 많이 도착하고, 어떤 픽셀에는 조금 도착한다. 이 차이 때문에 생기는 잡음을 샷노이즈라고 부른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이건 분명히 불합리한 이름이다.)
2. 열역학적 변동에 따른 잡음
모든 부분의 온도가 균일한 물체를 생각해보자. 그런데 모든 부분의 온도가 균일하다고 해도, 사실 이 물체를 구성하는 입자는 갖고 있는 에너지가 다르다. 물리학자들이 큰 에너지를 갖고 있는 입자들을 제거해 보았다. 그랬더니 잠시 뒤에 큰 에너지를 갖는 입자들이 다시 생겼다. 이처럼 입자들이 모여 계를 이룰 때, 각 입자가 갖는 에너지는 특정한 분포를 따른다. (이 분포는 입자의 종류에 따라 다른 통계 규칙을 따른다. 그러나 통계가 달라진다는 건 사진사에겐 전혀 중요하지 않다.)
센서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로 열역학적 변동이 계속 일어나 큰 에너지를 갖는 원자가 생겼다 없어졌다 한다. 특정 영역에 열에너지가 대폭 낮아지거나 순간적으로 집중되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의 섭리다. 문제는 열이 집중되면 그 부위에서 없는 신호를 내보낸다. 잡음이다.
이 현상은 필름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필름을 실온에서 오래 보관하면 열화되어 잡음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필름을 오래 두고 쓰려면 냉장고에 냉장보관해야 한다.
3. 양자역학적 변동에 따른 잡음
무엇이든 양자역학적으로 불확정성을 갖는다. 따라서 센서 내부에 있던 전자도 언제든지 위치나 운동에너지의 상태를 바꿀 수 있다. 이 변화가 신호로 인식되어 잡음이 된다…..
4. 외부의 에너지 전달에 따른 잡음
외부에서 센서로 에너지가 전달되면, 신호가 포착되어 잡음이 생길 수 있다. 외부 에너지원으로는 주로 고에너지 소립자나 X선 같은 방사능이다. 이런 에너지를 많이 받으면 영상기기 센서 뿐만 아니라 반도체 자체도 타버릴 수 있다.
체르노빌 원전 영상이나 후쿠시마 원전의 노심을 찍은 영상을 보면 잡음이 심한데, 많은 방사능이 센서를 통과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걸 찍기 위해서 아예 새로운 물질로 만들어진 반도체를 개발해야 했다.) 우주 방사선도 방사능이기 때문에 우주에 떠 있는 기상위성 등도 영향을 받는다. 지구 궤도를 통과하는 우주선이 아주 많을 때는, 회로의 반도체가 타버려 인공위성 자체가 고장나기도 한다. 그래서 인공위성을 만들 때 쓰는 반도체는 회로에 과전류가 갑작스럽게 흐르는 걸 대비해 만들어진다.
해에서 플레어 등이 폭발할 때 인공위성이 고장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현재는 태양예보를 하고 있으며, 상황이 안 좋을 예상시간에는 인공위성을 꺼서 고장나는 것을 예방하고 있다.
2004 년 12 월 27 일에는 자기장 폭풍이 관측되기도 했다. 해로부터 5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SGR 1806-20 마그네타1에 지진이 일어났는데, 해가 10만 년 동안 방출할 에너지를 0.1 초만에 방출했다. 이 에너지는 태양의 자기장보다 훨씬 강력한 자기장 변화 형태로 태양계 안까지 전달됐다. 그 결과 인공위성이 고장났다. 지상의 전선에 유도전류가 발생하여 전력시설이 고장났다. (전력선이 크게 고장났다는 보고는 없었는데, 몇 년 전에 태양의 플레어 폭발 때문에 여러 변압기가 고장난 뒤, 대부분의 전력시설이 예기치 못한 에너지 유입에 대비하였기 때문이다.)
5. 양자잡음
무엇인가의 아날로그 신호를 양자화시키면서 생기는 잡음이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 신호인 소리를 녹음하여 디지털 신호인 MP3로 저장한다고 생각해보자. 신호는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압축되는 과정에서 약간 달라진다. 이때 생기는 차이를 양자화하는 동안 생겼다고 해서 양자잡음이라고 한다.2
양자잡음은 노을사진처럼 빛이 점층적으로 부드럽게 변하는 사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층이 져 보이는 것이다. 사진에서도 저품질의 JPEG로 변환할 때 생기는 양자잡음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진을 크게 확대해 보면, 양자잡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https://earthobservatory.nasa.gov/images/153649/heavy-snows-in-korea
다섯 가지 잡음 중에 샷노이즈는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에,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없애거나 줄일 수 없다. 유일한 대처방법은 센서의 한 픽셀이 많은 빛을 받게 만드는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센서의 픽셀을 크게 만들거나 노출시간을 길게 해야 한다. 그러니 그냥 무시하고 쓰는 수밖에…..
열역학적 변동과 양자역학적 변동이 만드는 잡음은 줄일 수 있다. 이것들은 시간에 비례해서 생기므로, 노출시간이 길어지면 잡음도 늘어난다. 따라서 잡음을 줄이려면 노출시간을 되도록 짧게 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디지털카메라는 촬영시간이 30 초로 제한돼 있다.)
열역학적 변동은 온도가 높을수록 더 빈번히, 크게 생긴다. 그러니까 가능한한 적절한 범위 안에서 온도를 낮춰야 좋다. 그래서 오로라를 찍을 때, 추운 곳에서 ISO를 높이면 잡음이 별로 안 생긴다. 센서의 발열이 문제가 되는 이유 중에는 열역학적 변동에 의해 잡음이 늘어난다는 것도 중요하다.
양자잡음은 인코딩, (보관,) 디코딩에 자원을 더 많이 쓰면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시간과 돈이 더 필요할 뿐이다. 먼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
여담으로….
같은 조건에서 촬영할 때, 풀프레임 바디와 크롭 바디에서 잡음이 차이나는 이유도 이제 설명할 수 있다. 같은 화소의 사진을 찍을 때, 센서의 픽셀 하나의 크기는 보통 풀프레임 바디쪽이 더 크다. 픽셀이 크면 받을 수 있는 빛의 양이 많기 때문에 앞에서 이야기한 신호 검출의 에너지값은 더 커진다. 따라서 똑같은 잡음이 생겼다 해도 상대적으로 작은 값으로 기록된다. 그만큼 풀프레임 바디가 크롭 바디보다 성능이 더 뛰어나다.
하지만 풀프레임 바디와 크롭 바디의 센서를 픽셀의 밀도가 완전히 똑같게 만든다면 잡음이 완전히 똑같이 생긴다. 캐논 5Ds와 7D mark2와 80D가 바로 그 예이다. 이 바디들의 센서는 넓이가 다를 뿐, 설계가 완전히 똑같다. 그래서 5Ds로 찍어서 중앙부만 딱 잘라내면 7D mark2로 찍은 것과 잡음까지 완전히 똑같다. 하지만 (사진 크기를 똑같이 잘라냈을 때는 똑같지만….) 사진 전체에서 잡음이 낀 픽셀 하나의 비중을 생각하면, 풀프레임인 5Ds로 찍은 사진이 노이즈가 더 적게 보인다.
마찬가지로, 전면센서와 후면센서의 관계도 풀프레임 바디와 크롭 바디와의 관계와 똑같이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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