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 기생충의, 기생충에 의한, 기생충을 위한 정치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게… :: 영화를 이미 본 사람을 위한 감상평 #02

2019 년, 한국영화 100주년인 해에 대박인 작품이 나왔다. 올해는 물론이고, 한국영화 전체를 생각할 때도 정말 역대급이다. 세계의 영화교과서에 실리는 한국영화는 꽤 여러 개가 있는데, 이 영화는 그것들 중에도 꼭대기 자리에 오를 것 같다.

이 글은 매우 길다. 이미지를 추가하기 전에 글만 A4 용지 18 장 분량이었다. 읽으려는 분이 계신다면, 시간이 넉넉할 때 읽으시라고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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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1.09.11
글 버전 : 1.2

2019 년 4 월 어느날, 인터넷 게시판에서 유튜브의 예고편 영상과 함께 봉준호 감독의 새 작품이 곧 개봉한다는 글을 보았다. 자료를 찾아볼 필요도 없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이 봉준호였을 뿐만 아니라 출연진이 전부 전에 다른 영화나 영상물에서 연기를 좋게 보았던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곧 큰 상을 받았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황금종려상이라니…. 대박!

(추가 : 2020 년 02 월 10 일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장편영화상,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 4 개의 오스카상을 받는다. 이외에도 해외만 따져서 1 년 동안 2백 개에 가까운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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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

아쉽게도 시사회에는 갈 수 없었지만, 개봉 첫날 조조로 봤다. 봉준호 감독이 스포일러 자제를 부탁할 정도의 이야기라면, 내가 스포일러 당하기 전에 보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해서다. 내가 고른 상영관은 코엑스 메가박스 M관이었다. 근데 보는 내내 얼마나 긴장하면서 보았는지, 영화가 끝날 땐 양팔의 하박에 알이 박혀있었다. 이 근육통으로 이틀이나 고생했다.ㅜㅜ

처음에는 영화를 보자마자 감상평을 올리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감상평을 올리기엔 의문이 너무 많이 남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보고 오기로 했다. 두 번째로 본 건 6 월 7 일, 영등포 메가박스였나…….. 많은 의문점이 해결됐지만, 또다른 많은 의문점이 생겼다. 결국 다시 감상평을 올릴 수 없었다. 그래서 고민에 빠졌다가 다시 보기로 했다. 그때 관객 800만 명을 기념하는 무대인사 상영관 정보가 올라와서 그중 한 곳에서 보기로 했다. 상암 메가박스였다. 관람객수 900만 명을 넘던 날이었다. 그날 봉준호 감독과 함께 5 명의 배우를 보았고, 추가로 근세 역을 연기한 배우도 볼 수 있었다. 몇 명은 볼 수는 없었다.

(이후에 흑백판을 개봉한다고 해서 보러 가려고 예약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이 취소됐다. ㅜㅜ)

아무튼 세 번이나 보았는데, 감상평은 못 썼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면, 진짜 영화나 나나 참 지긋지긋하다! 그도 그럴 것이,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 중에, 아니 내가 본 영화 중에 가장 많고 복잡한 상징으로 채워진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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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포드 파크>

이 영화는 세 번째 볼 때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처음 볼 때와 긴장의 종류는 조금 달랐지만, 아무튼 매번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촬영은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카메라가 치열하게 쫓아다닌다. 이런 면에서는 영국의 고성 실내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영화 <고스포드 파크>Gosford park와 비슷한 느낌이다. 이 영화는 상당히 정적인 편이다. 사건들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머리 속이 헝크러져서 극장에서 본 뒤에도 별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나중에서야 여러 가지를 깨달았다.) 반대로 <기생충>은 화면 자체가 훨씬 박진감이 넘친다. 사건들이 치밀하지만 복잡하지 않아서(역시 봉테일!?) 그냥 영화를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다. 또 전개가 엄청나게 빠르다. 거기에 처음 볼 때는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긴장 초 긴장… 그런데 상징과 비유가 너무나 많아서 다 알 수가 없다. 영화를 가볍게 유흥거리로 보면 그냥 블랙코미디+스릴러 영화지만, 각각의 화면, 대사, 소품이 갖는 복잡한 상징성을 고려하면 철학적이라고 할만큼 어려워진다. 이렇게 두 영화는 비슷한 분위기에서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이 <기생충>을 보면 좋을지 생각해보자.

기생충을 본 사람과 대화를 해보면 절반 정도는 그냥 간단한 코미디 영화라면서, 내가 너무 어려운 영화라고 생각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나머지 절반은 어려운 영화라고 했다. 아마 <기생충>이 천만 관객을 넘기 힘겨웠던 이유는 바로 이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생충>과 동시에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된 <알라딘>aladdin은 <기생충>에 비하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봐야 할 영화다. <기생충>처럼 상징성 같은 걸 생각하면서 보면, 대충 만든 것들이 눈에 띄어서 미칠 것이다. 이 영화들보다 앞서 천만 관객이 든 <어벤져스: 엔드 게임>Avengers: Endgame의 경우엔 극장에 들어가서 너무나 지루해서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을 들고 영화를 보느라 꽤나 고생했다. 영화가 시작부터 끝까지 뭔가를 때려부수는 것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같이 본 친구는 관련된 영상물을 많이 봤었어야 이해가 더 잘 되어 더 재미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가 단지 디즈니표 영상물을 거의 안 보기 때문에 재미없었던 거라 생각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헐리웃이나 우리나라의 가벼운 영화 수준에 중독된 사람에게는 적당하지 않다. 뭔가 짜임새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영화다. 거기다가 분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금상첨화다! 이 영화를 가벼운 영화로 볼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시하는 영화로 볼지는 보는 사람이 선택할 일이다. 그 결과, 백 명이 보면 백 명이 다르게 해석하게 되는 영화다. 그런 영화라서 더 대단한 것이다. 그런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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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제작배경을 생각해보자.

봉준호 감독은 평균 3 년마다 한 편씩 영화를 만들어왔다.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2000로 시작해서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까지 이 패턴은 지켜졌다. 그런데 <설국열차>2013는 4 년이 걸렸다. 다음 영화 <옥자>2017는 다시 4 년, 그리고 나서 이 영화 <기생충>2019은 2 년이 걸렸다. <설국열차>와 <옥자>를 만드는 데는 4 년이나 걸렸는데, <기생충>은 왜 2 년밖에 안 걸렸을까? 아무도 직접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모두들 예상하는 그것이 사실일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명박 정부 때 블랙리스트 1 순위 인물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살인의 추억>에서 경찰을 나쁘게 그렸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원하던 독재를 방해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설국열차>를 만들려고 할 때 정부의 훼방이 있었고, 어디에서도 투자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헐리웃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헐리웃에 가서 영화를 만들려니 시간이 늦어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 시간 동안 봉준호 감독이 뭘 했을까? (‘데칼코마니’라는 제목으로…) <기생충> 대본을 썼다. 그 다음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다시 투자를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투자받아 만든 것이 <옥자>였다. 어떤 기자가 <옥자>를 만들 때 왜 넷플릭스Netflix의 투자를 받았냐고 묻자 봉준호 감독이 돈을 충분히 주고도 간섭하지 않는 곳이 넷플릭스 밖에 없었다고 대답했다. (도대체 쥐닭은 2013 년에 봉준호 감독에게 대통령표창을 왜 준 걸까?) 물론 그는 봉준호이기에 영화를 만드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세상 어디에 갖다 놔도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낼 사람이니까. 아무튼….

이렇게 외국을 전전하며 영화를 찍던 봉준호가 2017 년에 정권이 바뀌자마자 국내로 들어와 찍은것이 <기생충>이다. 2 년밖에 안 걸린 것으로 보이지만, 대본은 이미 써놨었으므로 실제로는 3 년이 걸린 것이다. 우리가 촛불을 들어 닭을 쫓아내지 않았으면, 황금종려상을 받은 한국어 영화를 보지 못할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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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전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에 최고가 <마더>라고 생각했었다. 이건 <기생충>을 처음 봤을 때까지도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이 영화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생각할수록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줄거리를 더 곱씹고, 각 요소를 더 곱씹으면 계속 고소한 맛이 우러날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보려면 또 3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슬프다! ㅠㅠ


<경고>

이 글은 앞으로 영화 내용을 전부 포함할 것이므로,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영화를 아직 안 봤다면 우선 영화를 먼저 보기를 바란다. 정말 정말 꼭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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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Save the green planet

이 영화의 줄거리는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앞부분은 기택네가 박 사장네에 기생을 시작하는 과정이고, 뒷부분은 파탄이 일어나는 과정이다. 이 두 부분의 경계는 쫓겨났던 가정부 문광이 다시 등장하는 장면인데, 이 장면을 보면 문광의 모습이 꼭 <지구를 지켜라>에서 외계인의 초능력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이상한 것을 뒤집어쓰던 병구와 병구 애인 순이 모습을 연상시킨다. 봉준호 감독이 친구인 장준환 감독의 저주받은 걸작을 오마주한 듯…. 그 뒤 이어지는 장면의 분위기도 <지구를 지켜라>를 연상시킨다. 이 글에서는 문광이 되돌아올 때까지의 앞부분 절반을 그대로 포함한다.

<알림>

상징은 보통 여러 가지 뜻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도 한 장면 안에 여러 가지 뜻을 함축해 놓은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내가 봤던 영화 중에 상징과 함축된 내용이 가장 많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모든 것을 이야기하려면 각 장면마다 많은 설명을 붙여야 하겠지만, 이 글에서는 앞부분의 각 장면에서 생각해봐야 할 의미를 한두 가지씩만 이야기할 것이다. 그 뒤에 뒷부분을 포함해서 나타나는 의미를 통째로 살펴보겠다.

이 글을 – 이제 막 쓰기 시작하고 있지만 – 아마도 지나치게 길어질 것 같다.


1. 앞부분 줄거리

꼭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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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와이파이 접기 성공!

장면 01 : 영화는 김기택(송강호)네 집에서 시작한다. 반지하의 뿌연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길거리 풍경과 그 앞에 널린 양말들. 사람들이 걸어가고, 차가 지니간다. 윗집 아줌마가 iptime(싸구려 공유기)에 암호를 걸었다며 암호가 없는 다른 와이파이를 찾아 스마트폰을 들고 집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아들 기우(최우식)와 딸 기정(박소담)이 집안 사정을 보여준다. 엄마 충숙(장혜진)은 기택의 엉덩이를 발로 차며 와이파이까지 끊긴 상황에서 계획이 뭐냐고 묻는다. 겨우 무료 와이파이를 찾은 뒤에 제일 먼저 한 일이 충숙의 지시로 ‘피자시대’ 종이박스를 접는 부업거리가 연락이 왔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부업거리에 온 가족이 목멜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기택은 빵을 먹다가 나타난 곱등이를 손가락으로 튕겨내고는, 공무원이 연막소독기로 방역하러 오자 곱등이 좀 소독하게 창문을 닫지 말자고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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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의 피자박스 접기는 많은 걸 보여준다.

연막이 방안으로 들어오자 식구들은 전부 콜록이고, 기택만 기침을 참으며 묵묵히 피자박스를 접는다. 사실 연막소독기의 연막은 사람에게 기침을 심하게 야기하지는 않는다. 즉 심한 기침은 이때부터 기택 가족이 이미 기생충이라는 걸 보여준다. (사실 연막소독은 모기와 파리는 물론 곱등이조차도 구제효과가 아주 미미한, 전시행정에 가까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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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시대 사장님의 번지는 웃음!

장면 02 : 부업으로 접은 피자시대 종이박스를 납품하고 있다. 기택이 빨리 작업하려고 유투브 영상을 따라했더니 4 개 중에 1 개는 불량이다. 피자시대 사장은 패널티 10%를 부과하고, 충숙은 이에 발끈해서 막말을 시전한다. 충돌이 커지려 하자 기우가 끼어들어 지금 일하는 사람을 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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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 서열 순서대로 크게 보인다!

자기를 새 알바로 뽑으라며 좋게 좋게 말해 잘 마무리한다. 피자시대 사장은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데, 이 웃음은 기우를 마음에 들어한다는 걸 보여준다. (사실 이때 피자시대 사장의 동생 대사가 합성이 제대로 안 되어 목소리가 너무 튄다. 이 영화는 입체감 있게 들리는 Dolby Atmos 기술로 소리를 만들었는데, 반향을 너무 적게 넣어서일까?) 이때 돈을 세는데, 꽤 큰 액수인데도 5만 원짜리가 없다. 역시 봉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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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이트 건배!

장면 03 : 기택 가족이 방에 모여 맥주를 마시고 있다. 부업으로 받은 돈으로 맥주를 산 듯하다. 정확히는 맥주가 아니라 싸구려 발포주다. 만 원에 6 캔인 제품이니까 아직 2 개는 남았을 것이다. 이때 취객이 창밖 전봇대에 오줌을 싼다. 충숙이 그걸 보더니 왜 소변금지 펫말을 안 붙이냐며 기택을 타박하고, 기택은 그런 펫말을 보면 더 소변이 보고 싶어진다고 답한다. 이런 기택의 사람에 대한 심리 분석은 이후에도 몇 차례 더 나오는데, 영화 진행에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앞으로 생략….) 이때 기우의 친구 민혁(박서준)이 등장해 취객에게 정신차리라며 소리질러 쫓아보낸다. 대학생이라 기세가 다르다며 재수생인 기우에게 한마디씩 하는 식구들….

기우는 기택네 집으로 들어와 자기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이라며 내놓는 것이 수석이라 불리는 돌…. 기택은 이 돌을 보더니 “이게 산수경석인가, 추상석으로 볼 수도 있고…”라며 평한다. 수석은 일반적인 편암 계열로 보이는 흔한 돌인데, 받침대를 만들어 세워두니 꽤 그럴듯해 보인다. (일반적인 수석은 원래 다 그런 거니까…ㅋㅋ 이 수석은 수석 관련 협회의 회장이 소장품을 소품으로 제공한 것이라고 한다.) 민혁이 이 돌에 대해 재물운과 합격운을 가져다 준다고 설명하자, 기우가 진짜 상징적인 것이라며 감탄한다! 먹을 거나 사오지 그랬냐는 충숙과 이 말을 막는 기정의 행동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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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이 기우에게 다혜를 소개하고 있다?

장면 04 : 민혁은 기우와 슈퍼에서 소주를 한잔 하며, 자기는 교환학생으로 떠나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과외하던 고2 학생 다혜를 가르쳐 달라며 부탁한다. 자기가 맘에 두고 있다면서……. 기우가 자기는 대학생이 아닌데 (5수생) 받아주겠냐며 꺼리자 재학증명서 같은 것을 위조해서 적당히 속이라며 코치한다. 이 장면에 대해 인터넷에도 많은 분석이 있고, 나도 많이 고민해 봤는데 봉준호 감독이 뭘 의도한 것인지 정확히는 도저히 모르겠다. ^^;; 단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나타나는 기우의 변화와 비교하기 위해 민혁이 등장하였으며, 저런 대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까지 나온 대사를 곰곰이 곱씹어보면, 민혁과 기정은 다혜가 나타나기 이전에는 서로 호감을 갖고 있었다고 추측된다.

장면 05 : 기정이 PC방에서 관리직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뻑뻑 피우며 기우의 연세대학교 재학증명서를 위조한다. 기택은 집에서 위조한 문서를 들여다보며 유명한 명대사를 남긴다. 여기에서 주고받는 대사를 쭉 살펴보자.

기택 “서울대학교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거 없나? 야~ 기정이 얘 수석입학하겠다.”
기우 “그죠? 얘 실력이~”
충숙 “에그~ 아들 면접하러 가는데 덕담이라도 한마디 하지….”
기택 “아들아, 아버지는 니가 자랑스럽다.”
기우 “아버지, 저는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내년에 이 대학 꼭 갈 거거든요.”
기택 “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기우 “뭐, 서류만 좀 미리 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후, 기우는 다혜가 살고 있는 박 사장(박동익, 이선균) 집을 찾아 많고 많은 계단을 올라간다. 이들이 사는 세계 사이에 얼마나 큰 괴리가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렇게 첫 번째 꼭지가 끝난다.

꼭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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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선을 넘는 기우

장면 06 : 기우가 박 사장네로 들어오다 아주 잘 가꿔진 정원에 한눈 판다. 문광(이정은)은 기우가 안 들어오자 부르러 나온다. 기우가 문광을 사모님으로 부르자, 문광은 자기도 일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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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필요 없고요~!

장면 07 : 문광은 정원에서 자고 있던 연교(조여정)를 깨워오고, 연교는 기우에게 와서는 “민혁소개로 온 거니까 서류, 이런 건 필요없”다고 말하며 그간 사정을 늘어놓는다. 그리고는 자기가 수업을 참관해봐도 괜찮겠냐며 동의를 요구한다. 근데 갑자기 튀어나오는 연교의 “Is it okay with you?”는 무슨 말일까? 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는 줄 알았다. (연교는 뒤에도 계속 이상한 영어를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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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풀다가 24 번 문제로 되돌아가는 다혜

장면 08 : 문제를 풀다가 헤매는 다혜(정지소)에게 대충 썰을 푸는 기우. 그리고 그 옆에서 지켜보다가 그 썰에 홀딱 빠져버린 연교. 연교는 왜 기우에게 홀딱 빠진 것일까? 이들의 대화를 살펴보자.

기우 “24 번 답 확실해?”
다혜 “….”
기우 “다혜 너 방금 뒷 문제들 한참 풀다가 24 번으로 돌아왔어. 그랬지?”
다혜 “네.”
기우 (손목의 맥박을 집는다.)
다혜, 연교, 푸푸 (깜짝 놀란다.)
기우 “만약 지금 실전수능이고 이게 첫 문제였으면 넌 시작부터 완전 엉킨 거야. 이거 봐 맥박도 완전 엉켰잖아. 심장이, 거짓말을 못 해. 시험이라는 게 뭐야? 앞으로 치고 나가는 거야. 그 흐름, 그 리듬을 놓치면 완전 꽝이야. 24 번 정답? 관심 없어. 나는 오로지 다혜가 시험 전체를 어떻게 치고 나가는가, 장악하는가, 거기에만 관심있다. 실전은 기세야,,, 기세….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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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 손목을 잡는 기우

기우의 말은 일부 맞다. 문제를 많이 풀다보면, 문제를 풀다가 앞서 못 푼 문제로 되돌아가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는 걸 알게 된다. 따라서 기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심장 이야기부터는 거의 거짓말이다. 이성에게 손을 잡히면 고등학생은 누구나 심장이 엄청나게 뛸 것이다. 그걸 적절한 말빨로 속인다. 이런건 기본적으로 약간의 경험과 논리적으로 생각할 능력이 있으면 아주 간단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다혜야 그렇다 쳐도 연교도 속아넘어갔다는 것은 문제가 좀 크다. 왜 속은 것인가? 그리고 이 장면에서 삑사리가 하나 있다. 이 삑사리는 영화에 나오는 삑사리 중에서도 중요한 뜻을 내포한 것 같다.

장면 09 : 돈을 세어 봉투에 넣는 연교. 5만 원짜리 지폐를 세서 봉투에 넣다가 두 장을 빼고는 기우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문광에게 정식으로 인사시킨다. 이때 갑자기 나타나서 화살을 쏴대는 다송(정현준)과 이에 대해 기우에게 사과하는 연교, 그리고 다송과 놀아주는 문광.

연교는 다송이가 너무 엉뚱하고 산만하여 컵스카웃에 가입시켰더니 담당 선생님이 인디언 매니아라 이상한 인디언 오타쿠가 되어 돌아왔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러다가 다송이가 예술가 스타일이라며 벽에 걸린 그림을 보여준다. 이 그림을 보고 기우는 침팬지를 그린 거냐며 묻고, 연교는 자화상이라고 말해준다. (사실 영화가 끝난 다음에는 누구나 알게 되겠지만, 이 그림은 침팬지나 자화상 같은 상징성 같은 것이 없다. 거기다가 그림 스타일이 일반적인 XX그림교실 같은 곳에서 가르치는 스타일…. 연교는 이전에 미술선생님이 자주 바뀌었다고 했었는데, 이 미술선생님들이 정말 실력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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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그 다송이 그림

연교와 집을 나오던 기우는 일리노이주립대 응용미술과(?) 다니다가 돌아왔다는 제시카(기정의 없는 미국 이름을 꾸며댄 것)에게 다송이를 맏겨보는 게 어떻겠냐고 썰을 푼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NG가 나왔는데, 과외 액수가 너무 적었다는 점이다. 보통 저런 집에서는 과외가 최소 몇백만 원, 보통 몇천만 원을 넘는다. (20 년 전에 조금 잘사는 집이었는데도 천만 원짜리 과외를 받던 사람을 알고 있었다. ^^;) 따라서 저 장면에서는 직접 건네준 봉투는 첫날 교통비이고, 과외비는 당연히 통장으로 송금한다고 하는 대사가 필요했던 것 같다.

장면 10 : 박 사장네에 온 기우와 기정(제시카). 연교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멀리에서 훔쳐보는 다송과 다혜. 다혜는 기정에게 눈으로 살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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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에게 진맥 받는 기우

장면 11 : 기우가 수업하러 다혜 방으로 올라가자, 다혜는 기우를 보자마자 엉뚱한 소리를 한다. 기우가 문제 푸는 것과 무슨 상관이냐고 물으니, 풀 죽는 다혜는 제시카가 여자친구냐고 묻는다. 처음 봤다고 하자 이쁘지 않냐고 재차 질문하고, 이쁘다고 하자 역시 관심있었다며 속상해 한다. 이에 기우는 “다혜야, 어~ 그…. 제시카 선생님을 굳이 장미꽃에 비유하자면, 다혜 너는……”이라며 뭔가를 연습장에 써서 보여준다.(뭐라고 썼는지 궁금하다. 봉준호 스타일로 봤을 때 분명 시나리오에 정확히 나와있을 텐데…!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에서 그냥 아무거나 쓰라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한다. 어떤 때는 ‘웃어’라고 썼다고…..) 그제서야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다혜! 그러더니 갑자기 기우 손목을 잡고 맥을 짚어본다. (와우~ 빠른 학습능력! 이렇게 학습능력이 뛰어난 다혜가 왜 그동안 영어를 못했던 걸까?) 그러고는 갑자기 뽀뽀를 하는 기우와 다혜. 밖에서 연교와 기정이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자 쑥쓰럽게 떨어지며 이야기한다.

기우 “문제 풀자.”
다혜 “네.”

한편, 연교와 함께 다송이 방에 간 제시카는 학부모와 절대 같이 수업 안 한다며 연교를 방에서 내보낸다. (혼자 수업하겠다고 한 건 사실 기정 자신의 무지가 들킬까봐 그런 것이다.)

장면 12 : 연교가 식탁 의자에 앉아서 어떻게 수업하는지 몰라 불안해하며 다리를 떨고 있다. 문광이 매실청을 마시겠냐고 하며 가지러 가자, 문광을 따라온 연교는 매실청을 타서 다송이 방에 갖고 들어가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고 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매실청을 갖고 갔을 때는 이미 기정과 다송이가 수업을 끝내고 밖 탁자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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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크러진 자세로 다리를 떨고 있는 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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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즈 프레지아 존?

제시카가 연교에게 같이 이야기하자고 하고, 다송이에게 안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자, 다송이는 공손히 배꼽인사를 하고 들어간다.(수업시간에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이후 제시카는 연교와 대화를 나누기 전에, 같이 있던 문광을 가라고 한다. (이 역시 자기 무지가 들킬까봐 그런 것이다.) 그리고 이런저런 썰을 푼다. 이때 나오는 시키즈 프레지아 존은 사기다. 그냥 귀신이 나타난 곳을 배경으로 그린 것인데, 귀신은 한 번 나타났으므로 배경도 늘 같은 곳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늘 비슷하게 그릴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보면 기정과 기우는 기본적으로 썰을 푸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다.)

장면 13 : 박 사장이 퇴근해 들어와서, 무심한 듯 운전기사에게 기정을 데려다 주라고 말한다. (기우는 벌써 돌아갔다는 설정)

장면 14 :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는 운전기사와 (집을 보여주면 큰일날 상황이니) 혜화역에서 내리겠다는 기정은 잠시 티걱태걱한다. 그러다가 기정이 갑자기 팬티를 몰래 벗어서 차에 잘 안 보이게 숨겨놓는다.


여기까지 기택네 기우, 기정 두 명이 박 사장네에 기생하는 데에 성공했다. 기택네 네 명과 박 사장네 네 명, 문광까지 9 명이 등장했다.

꼭지 3

장면 15 : 싸구려 부페식당에서 기택 식구 넷이서 식판에 음식을 퍼담고 있다. 대화를 살펴보면 기택네 가정사를 대충이나마 알 수 있다.

기정 “아빠, 옛날에 대리기사 뛸 때 벤츠도 많이 몰아봤나?”
기택 “벤츠? 벤츠는 대리보다는 대치동에서 발렛 뛸 때, 그때 많이 해봤지.”
기정 “아~ 아빠 발렛 뛴 적 있었지?!”
충숙 “그치, 그 치킨 망하고 대만 카스텔라 오픈전에 그 사이 한 6 개월?”
기택 “아니지, 카스텔라 망한 뒤지, 발렛은.”
기우 “그럼 우리 바로 진행하는 거야?”
기정 “내가 그 집 벤츠에 쓰윽, 셋팅을 하긴 했거든.”
기우 “그럼 바로 시작하는 거네. 와 여기 진짜 상징적이다. 아버지 우리가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네요. 하필이면!”
기정 (풋)
기택 “그러게 기사식당. 많이들 먹어라. 실컷”
충숙 “니가 왜 생색을 내냐? 밥은 애들이 사는데….”
기택  (자기가 가져온 음식을 덜어주면서) “자, 우리 아들, 더 먹어 더 먹어~ 많이 먹어.”
기우 “너 어저께 사모님한테 어떻게 한 거냐? 사모가 난리던데… 충격 감동 이러면서……”
기정 “몰라 씨발, 아니 뭐 인터넷에서 ‘미술치료’ 검색한 거 썰 좀 풀었더니 헐~ 갑자기 막 처울더라니까. 미친년 내가 참 어이가 없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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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의 만행!

이때 뷔페에서 가져온 음식을 기우에게 넘겨주는 모습은 기택에 대해 많은 걸 알려준다. 즉 기우에게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다. 뷔페니까 각자 원하는 걸 가져다 먹으면 되는 상황인데, 아빠라는 사람이 그냥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아들에게 먹으라고 강권하는 모양새다.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는 하지만…. 또, 기정의 미술적 안목이 꽤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대충 포토샵을 하여 문서를 위조하는 (사실 이거 무척 쉬움!) 수준이 아니라 미술에 대한 주변지식이 상당히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한편, 기우의 “여기 진짜 상징적이다.”라는 대사는 기우 역시도 쓸모 없음을 잘 보여준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 호들갑스럽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행동밖에 못 한다. 이런 기우의 성향은 이 영화 전체에 걸쳐서 매우 중요하다.

장면 16 : 박 사장이 차를 타고 가면서 서류를 보다가 한 장을 흘린다. 그걸 주우려고 하다가 기정이 남긴 팬티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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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7 : 집으로 돌아온 박 사장은 집에 연교만 있음을 확인한 뒤에, 차에서 발견한 팬티를 연교에게 보여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남녀가 박은 뒤에 귀걸이 같은 것도 아닌 팬티를 까먹고 갈 수는 없다며, 여자가 마약을 한 것 같다는 억측을 내놓는다. 이때의 대사들도 (이 글에서는 생략하지만) 하나하나 살펴볼만 하다.

한편, 계단에 숨어서 이들의 대화를 엿듣던 기정은  대문을 나서며 김 기사(기택)를 소개하는 운을 띄운다. 이때 김 기사 성격이 온화하다는 소개는 영화가 끝날 때쯤 다시 한 번 등장하는데, 이것도 문맥을 음미해보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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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의 김기사 떡밥 투척

장면 18 : 기택과 기우는 벤츠 전시장에 진열된 차에 타고서 차의 기능을 살펴보고 있다.

장면 19 : 기택이 어떤 회사 사무실에 쭈삣거리며 걸어간다. 도착한 곳에서 박 사장이 직원들과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둘이 눈이 마주치자 기택이 90˚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박 사장이 손짓으로 의자에 앉으라고 한다.

장면 20 : 기택이 운전하고 있고, 뒷자리에는 박 사장이 앉아있다. 대화를 살짝 살펴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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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의 운전테스트

박 사장 (커피가 가득 든 컵을 왼손으로 들고 있다.) “이게 뭐 테스트주행 뭐 그런 건 아니니까요, 그냥 편하게 하시면 돼요, 편하게……. 제가 너무 답답해서 나왔습니다. 하루 종일…”
기택 “네, 이해합니다. 와글와글 사람들에게 시달리시는데 차에서라도 고요하게…….” (네비게이션을 끈다.)
박 사장 “허허허 감사합니다. 길을 워낙 잘 아시나봐요?”
기택 “38선 밑으로는 골목까지 훤합니다. 핸들밥 30 년 가까이 먹다보니까 저절로 그리 됐죠.”
박 사장 “저도 한가지 일을 오래 하신 분들 존경합니다.”
기택 “사실 이 직업이 단순하다면 단순합니다. 하지만, 한 집안의 가장, 한 회사의 총수, 또는 뭐… 고독한 남자와 매일 아침 이 길을 떠난다…… 이건 일종의 동행이 아닐까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해왔습니다. 세월이 참 빠릅니다.” (깜빡이를 넣고 우회전한다.)
박 사장 (들고 있던 커피잔을 슬며시 살펴보며) “역시 코너링이 훌륭하시네요.”
기택 “쉬워보여도 이런 게,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기택의 대사를 보면, 기택이 칭찬을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는 게 드러난다. 그에 앞서, 박 사장이 코너링이 훌륭하다는 말은 더 웃긴다.(몇 년 전에 있었던 군부대 내 보직 관련 비리에 당사자의 해명(?)을 흉내낸 대사라고 한다.) 기택이 깜빡이를 켜면서 동시에 우회전을 시작했으므로, 결과적으로 급차선변경을 한 것이다. 또한, 기택은 운전하면서 뒷자리의 박 사장을 너무 자주 본다. 차의 물리적 운동이 뒷자석 탑승자가 편했을 지는 몰라도 위험한 운전이므로 칭찬할 수준은 아니었다. 박 사장이 적확한 요소를 고려해서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참고로 하나 더 생각하자면, 운전수가 회사와 가정 일 모두에 걸쳐 운전한다. 회사 소속 직원인가, 개인적인 운전수인가? 불법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건 영화적 요소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설정이리라…)

장면 21 : 계속해서 기택네는 가정부로 엄마 충숙을 들일 계획을 한다. (기택네 입장에서 살펴본 결과론이지만) 어쩌면 이번 계획을 추진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기정 (제시카가 계단을 내려온다. 식탁에서 문광이 의자에 앉아 골아떨어져 있다.) “생긴 건 둥글둥글한데, 그년이 속은 아주 능구랭이야. 어떨 때는 사모님 행세할 때도 있어, 지가.”
기우 (다혜 과외하는 방, 문광이 깎은 과일접시를 갖다 놓고 나간다.) “ㅎㅎㅎ 맞아! 그리고 그 집 사람들 통틀어서 그 집에서 제일 오래 산 것도 그 여자야. 원래 거기에 살던 건축가 남궁현자 선생, 그 집 가정부를 하다가 계속 이어서 다혜 네 가정부도 하고 있는 거지. 남궁현자 선생이 이사가면서 그 아줌마를 소개시켜준 거야, 박 사장 부부한테. (박 사장이 욕실에 몸을 담그고 있다.) ‘이집 관리를 정말 잘 하는 아줌마니까 계속 쓰시죠.’ 그러면서.
충숙 (남궁현자 사진이 든 액자를 비추며)“집주인은 바뀌었는데 가정부는 안 바뀐 케이스구만!”
기우 (피자집에 충숙, 기정, 기우가 앉아있다.) “좋은 일자리 꽉 움켜쥐고 안 놓는 거야.”
기정 (피자집 주인이 기우 얼굴을 보고는 짜증났는지 피자를 내팽개치듯 놓고 간다.) “그런 여자를 도려내려면 우리도 뭔가 준비를 해야겠다.”
기우 (피자 위에 소스를 뿌리며) “그치, 계획이 있어야 돼.”
혜 (다혜 방에서 과외를 하고 있다. 다혜가 뚱한 표정으로 과일을 포크로 찍으면서) “복숭아 먹고 싶다. 난 복숭아가 제일 좋아하는데…….”
기우 “깎아달라고 하지, 왜?”
다혜 (다혜가 포크로 과일을 찍어 기우 입에 대준다. 기우가 입으로 과일을 물자 다혜가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과일을 입으로 밀어넣고 흘러내리는 즙을 닦아주며) “우리집은 복숭아는 못 먹어요. 금지과일.”

기정 (영화 초반부에 기우와 민혁이 술을 마시던 슈퍼에서 복숭아 하나를 슬쩍 훔쳐들고 나온다. 복숭아에 입김을 불어 털을 날린다.)
기우 (복숭아 털을 면도칼로 긁어서 볼펜뚜껑에 넣는다.) “그러니까, 다혜한테 들은 바에 의하면 그 아줌마 엄청나게 심한 복숭아 알러지, 알레르기가 있다는 거야. 그 왜 복숭아 겉에가 다 털이잖아. 그 털 1 m 근처에만 가도 온몸이 새빨개지고, 호흡곤란에 천식에 아주 쌩난리가 난다네.” (마당에서 멍멍이와 놀아주고 있는 문광의 뒤통수에 복숭아털을 깎아 넣어두었던 볼펜뚜껑을 튕긴다. 기우가 길을 걸어 내려가는 뒤쪽에서 문광의 고통스런 기침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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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복숭아의 털을 입으로 불고 있는 기정

복숭아 알러지를 이용하여 문광을 쫓아내려는 기택네 식구들. 이 장면에서 생각해봐야 할 점은 대화내용 자체도 중요하지만, 남을 쫓아내기 위한 물품을 마련하는 방법마저도 도둑질이라는 것이다. (근데 기정이 이 영화 통틀어 제일 이쁘게 나온 장면이라는 게 아이러니다!) 기택네 네 식구는 큰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지만, 작은 수준의 범죄는 전혀 개의치 않고 저지르는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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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피자집 사장

또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앞에서도 등장했던 피자집이 배경으로 다시 등장했다. 이 피자집은 이후에도 등장하는데, 이는 기택네가 고소득을 올리게 됐어도 여전히 서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래 피자는 마땅히 해먹을 것이 없을 때, 집에 남아있는 온갖 음식 재료를 밀가루반죽 위에 때려넣고서 굽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서 피자집과의 관계(?)가 계속 바뀐다. 처음에는 피자박스를 접는 부업에서 시작해서 손님이 됐다가 마지막에는 피자집 전단지를 대문에 붙이며 다니는 아르바이트까지…….

마지막으로 기우와 다혜의 과외장면을 살펴봐야 한다. 원래 이성에게 직접 음식을 먹여주거나, 손가락을 입에 넣는 행동은 성교의 일반적인 클리셰이다. 즉, 이 둘은 몸을 섞는 수준까지 관계가 진전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이 클리셰는 나중에 한번 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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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에게 과일을 먹여주는 다혜

장면 22 : 문광이 병원에서 누군가와 전화하고 있다. 기택이 그 옆으로 와서 조용히 앉아 셀카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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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의 결정적 한방

다음 장면에서 대형마트의 무빙워크 위에서 기택은 셀카 사진을 연교에서 보여주며 문광이 맞는지 묻는다. 그리고는 결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안 믿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반복되는 설득에 반신반의하는 연교! 과외를 하던 기정의 시간에 맞춘 복숭아털 날리기 신공에 이어, 기택의 피자소스 뿌리기 신공이 펼쳐지자 연교의 반신반의는 확신으로 바뀐다.

다송이가 2 층에서 유리창으로 내려다보는 상황에서 해고통고를 받는 문광! 다음 장면에서 문광은 바로 짐을 싸들고 박 사장 집을 떠나면서 미련이 남는 듯 뒤를 돌아본다.

장면 23 : 일단 문광까지 내쫓은 뒤, 충숙을 대신 꽂아넣기 위해 기택이 인력을 공급하는 업체라며 ‘The Care’ 명함을 박 사장에게 건네준다. 물론 기정이 만든 가짜 명함이다. 이 장면에서 ‘선’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다. 선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살펴보자. 이 장면에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그래도 사랑하시죠?”라는 기택의 질문에 박 사장은 “허허허 아이 그럼요. 사랑하죠. 사랑이라고 봐야지.”라고 답한다. 이 대화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두 번째도 박 사장 말이다. “하긴 뭐, 아줌마야 쎄고 쎘으니까, 다시 또 구하면 그만이긴 한데, 그래도 여러모로 아쉽죠. 상당히 괜찮은 아줌마였거든, 그 양반이.” 이 말은 박 사장이 직원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따로 설명은 필요 없을 듯하다. 그런데 만약 이 말이 가족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이라면? 아직은 이 말들이 어떤 뜻인지 알기 힘들지만, 영화 후반부에 그 뜻을 알 수 있다. 나중에 연관된 부분을 살펴보자.

꼭지 4

이렇게 해서 기택네 식구 네 명은 박 사장네에 취직했다. 관객은 기택네 네 명과 박 사장네 네 명, 문광까지 총 9 명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알게 됐다. 여기까지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있다면, 이 후엔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본격적으로 영화가 전개되기 전의 준비과정이다. 그래서 앞과는 전개가 약간 달라진다.

장면 24 : 집에서 전화를 받는 기정. 통화 상대는 연교! 연교는 The Care에 인력파견을 의뢰하는 중이다. 그런데 목소리를 왜 못 알아듣는지 의문이다. 아마 박 사장네는 부부 모두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것 같다.

36. The Care 상담전화를 받는 기정.jpg
‘The Care’ 상담전화를 받는 기정

장면 25 : 충숙이 과일접시를 과외중인 두 방에 갖다 준다. 다혜는 복숭아라며 좋아한다. 잠시 뒤, 박 사장이 집에 왔고, 다송은 과외도중에 좋아하며 뛰쳐나와서는 무전기를 낚아채간다. 무전기가 좋은 건지 자기가 좋은 건지 투덜대며 묻는 박 사장…. 그 와중에 다송은 기택과 충숙에게서 똑같은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리고 기정에게도 비슷한 냄새가 난다며……

나중에 냄새에 대해 다시 살펴보자.

38. 네 명 취업기념 회식?.jpg
전원 취업기념 회식?

장면 26 : 기택네 집안에서 삼겹살을 굽고 있는 식구들. 각자의 앞에는 맥주가 놓여있다. 기택, 기우, 기정 앞에는 만 원에 네 캔인 삿포로 맥주가 있고, 충숙 앞에는 싸구려 발포주인 필라이트가 놓여있다. (영화가 시작할 때 마시고 남은 것을 꺼낸 듯…) 다송의 냄새 지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냄새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와중에 기정이 반지하 냄새라며 핵심을 꼬집는다. 그러는 와중에 예전에 창밖에서 쉬를 하던 남자가 다시 와서 또 쉬를 한다. 기우는 응징하려는 듯 수석을 들고 나간다. 기택은 대신 물로 하라며 생수병을 준다. 기택도 뒤이어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가지고 나간다. 그리고는 세 명이 물 콜라보를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기택이 이렇게 말한다. “위대하신 박 사장님께 이자리를 빌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이 대사에 대해서도 (영화를 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영화 뒷부분과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다.

장면 27 : 박 사장네 식구는 다송이 생일 기념 캠핑을 준비하는 중이다. 다혜는 집에 남아서 기우와 함께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하지만 이 의견은 간단히 묵살당한다. 그리고 캠핑 출발! 다송이 출발하는 차에서 머리를 내밀고는 배웅하던 충숙에게 메롱 하며 혀를 내민다. 뭔가 무시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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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면에서 충숙과 기택이 박 사장네 거실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다. 기정은 박 사장이 목욕하던 그 목욕탕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다. 기우는 집에 누워서 하늘을 보는 거라 좋다며 정원에 누워서 책을 읽다가 나중에는 다혜 침대에 누워서 다혜 일기장을 본다.

해가 지는 노을 아래에서 충숙은 투포환을 시연해보고 있다. (지금 대회에 나가도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다.) 날아간 투포환이 어떤 차에 떨어져 부서진 것 같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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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의 귀여운 술주정

장면 28 : 박 사장네 거실에서 온갖 술을 꺼내어 섞어마시고 있다. 기우가 다혜와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이야기하며 넷이서 이런저런 이야기 중…. 이 장면의 하일라이트는 술주정 연기하는 박소담. 정말 귀엽다!! ㅋㅋㅋ 응? 아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 중요한 건 기우의 대사가 다혜를 기우에게 부탁하던 민혁의 대사와 똑같다는 것이다. 이게 뜻하는 바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상류층과 하류층이 근본적으로 같은 사람임을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대사는 다음과 같다.

기택 “부잔데 착하다니까.”
충숙 “‘부잔데 착해’가 아니라, 부자니까 착한 거지.”

기택 가족은 부자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막상 같이 살아보니 착하다는 뜻으로 나눈 대화일 것이다. 불법을 수시로 저지르는 자기들과 비교하면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가난한 사람들은 많은 범죄를 저지르지만, 대부분 사소한 경범죄다. (그리고 그걸 또 대부분 처벌 받는다.) 반면 부자들은 가끔 하나씩 범죄를 저질러서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일단 죄가 드러나면 서민들 수백 명의 생사를 좌우하는 엄청 큰 범죄이다. (그런데 또 대부분의 죄에 대한 처벌을 피한다.) 따라서 부자를 개인적으로 만나면 착한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들이 착하냐 하면….. 글쎄다. 이점은 나중에 더 자세히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재미있는 상징이 하나 나오는데, 기정이 맛있게 먹던 음식이 사실 푸푸 먹이였던 것이다. ㅎ (이것도 삑사리려나?)

장면 29 : 기택 가족이 웃고 떠드는 와중에 갑자기 인터폰이 ‘띵동’ 울린다. 영화 전반부가 끝났고, 후반부가 시작된다는 알림이다.


여기가 1 시간, 대략 절반쯤이 지나는 시점이다. 기택 가족이 일단 행복해지긴 했으니까,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이때 울리는 초인종 소리는 관객이 지루해서 시계를 볼 시간을 낼 수 없게 해준다.

배경에 대해 설명했으니, 이제 영화 전체를 분석해보자.

2. 등장인물 분석

  • 박 사장네

처음 기우가 연교에게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자세히 보여주던 벽에 걸려있는 사진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준다. 화목한 모습이 아니라 스튜디오의 카메라 앞에 모인 사무적인 사람들 모습이다. 심지어 가족 사이에 스킨십도 없다. 사실상 서로 관심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다송이 매번 반복해 그리는 그림은 인물과 배경이 매번 똑같은 근세의 모습인데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못한다. 하….. 화목한 모습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이랄까?

연교는, 대사와 행동을 생각해보면, 원래부터 부자였던 집안에서 자란 사람 같다. 그래서 순진한 것일까? 기택네 가족을 고용할 때 서류심사든 뒷조사든 아무런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기정이 첫수업에서 혼자 가르치고 있을 때는 식탁에 앉아 다리를 떨며 불안해한다. 대인관계에 뭔가 문제가 있다. 사람을 제대로 볼 능력도 없으면서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영화 후반에 파티를 열 때, 연교가 지인들을 초대하면서 선물도 필요없고, 옷도 편하게 입고 오라고 하지만, 지인들은 전부 연교의 이야기와 다르게 옷도 갖춰입고, 선물도 사온다. 이는 연교가 (그리고 연교 같은 상류층이) 남들과 교류하는 방식이 표리부동하다는 걸 보여준다.

박동익 사장(박 사장)은 IT기업을 만들어 성공한 사람이다. 뭔가를 하여 돈을 크게 벌었지만, 그 행동이 부와 잘 융합되지 못한 졸부 같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모든 것을 다 돈으로 따진다. 마치 돈이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사실 이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폭파시킬 도화선을 품은 역할이다.

다혜는 평범해 보이는 고2 여자아이다. 근데 어찌된 것이 기우에게 대놓고 달려드는 느낌이 든다. 요즘 말로 하면 금사빠다. 이걸 뒤집어 생각하면, 민혁과도 뭔가 관계가 진행됐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연교가 다혜와 자기는 민혁이 마음에 들어 했었다고 기우에게 말하기도 한다. 상대의 배경을 가리지 않고 사랑하는 모습이 삼성가 막내딸 이윤형 씨를 떠올리게 한다.

다송은 10 살짜리 막내아들이다. 인디언 오타쿠인, 철 없는 막내아들을 다룰 사람은 가정부 문광과 미술선생인 기정 뿐이다. 폭우가 내리던 날에도 정원의 텐트 속에서 혼자 자겠다며 고집부려 박 사장 부부의 애간장을 태운다. (비 오는 걸 매우 좋아한다는 설정이다.)

  • 기택네

무능한 아버지 김기택, 생활력이 강한 대한민국의 대표 아줌마 박충숙, 5수생 김기우, 미대지망생(6수생?) 김기정이 모인 가정이다. 예전에는 꽤 잘 살았는데, 여러 가지 시도가 모두 실패해서 점점 경제적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가족 모두가 처한 상태에 만족하며 그냥 되는대로 살아간다. 각자 능력이 출중해 보이지만, 딱히 원하는 것도 없고, 철학도 없으니까 뭔가 나아지리라 기대하기 힘들다.

기우는 모든 상황에서 결정하는 것이 없다. 기택과 충숙에게 묻고, 심지어 부모가 없을 땐 동생 기정에게 묻는다. 이런 결정장애를 갖고 있는데, 막바지에 박 사장네 집을 사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모른다. 영화속 모습만 생각해 본다면, 영영 그러지 못할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기정은 별다른 꿈도 목표도 없는 것 같지만, 가족 중에 재주도 제일 많고, 현명하며, 지하실 가족을 끝까지 생각하는 것으로 모아 마음씀씀이도 좋다. 아마 이 가족 중에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지 않을까?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기택은 가장이지만, 무책임하다. 원래부터 무책임한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현실과 부딪히면서 무뎌진 것 같다. 그런 가장 대신 집안을 이끌고 있는 것은 현실적인 충숙이다.

이 영화에서 화면 지분이 가장 많은 기택 가정인데, 정리할 이야기가 이것 뿐이라는 게 참……

  • 문광네

박 사장네 가정부인 국문광은 품위있는 지식과 행동으로 가사일을 잘 처리한다. 한때 꽤 잘 살았던 것으로 보이고 학식도 많은 것 같은데, 기택 가족과 마찬가지로 남편 근세와 함께 대왕 카스텔라집을 운영하다 대중매체에 털려 실패했다. (정영돈 ㄱㄱㄲ)

근세는 식당을 사채로 차렸다가 당연히 빚에 쪼들려서, 문광이 관리하는 박 사장네 집의 지하실에 숨어서 살고 있다. (그래서 문광이 남들보다 두 배나 먹는다는 오해가….) 원래 공부를 잘 했던 것 같지만, 사법고시 공부만 하다가 현실감각이 없어서 빚어진 결과다. (문광네 부부의 모습은 재벌에게 빌붙는 법조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시나리오는 문광의 자식이 있었고, 자식이 법을 공부한다는 설정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부부는 박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 민혁

민혁은 육사를 나와 별로 예편한 할아버지로부터 풍족함을 물려받은 잘 나가는 남자다. 뭔가 좀 느껴지지 않나? 그렇다. 아마도 권력자 또는 독재자의 아들일 것이다. 전두환의 자식들, 노태우의 자식들이 그랬듯이, 민혁도 권력자의 아들로서 재벌가 자녀와 사랑하는 행복한 꿈을 꾸는 게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기우에게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이라며 수석(壽石)을 주고, 자기가 하던 과외자리도 넘겨준다. 민혁의 할아버지가 선물을 보낸 것으로 보아 기택네 집안과 평소에 왕래하던 사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어쩌면 기택 가족이 몰락하기 전에는 활발히 교류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친절한 민혁이 모든 사건이 일어나게 만드는 공이(striker) 같은 존재일 줄이야…….

  • 피자집(피자시대)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피자집이다. 영화를 시작할 때(장면 01~02)는 피자박스를 접는 부업거리를 주고, 중간에는 피자를 먹는 가게가 되며(장면 21), 폭우 속에는 피자집 주인이 기택 가족과 함께 피난 가 있다. 영화가 끝날 때는 피자 전단지를 붙이는 부업거리를 준다. 특히 장면 22에서 피로 오인하게끔 휴지에 뿌리는 (중요한 소재인) 붉은 소스가 피자소스다.

장면 02 설명에서 말했듯이, 피자집 주인은 기우에게 호감을 갖고 있으며, 내 생각에는, 이 둘이 결국 결혼할 것 같다.

3. 선의 상징성

기택 가족이 선을 처음 넘은 것은 기우가 과외선생으로 면접보러 가면서 대문을 통과할 때이다. 다음에 박 사장은 기택을 두고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아 좋다며, 대신 냄새가 많이 난다고 투덜댄다. 박 사장이 직접 표현한 것은 집과 자동차 뒷좌석 정도가 포함된다. 선을 이야기하는 것은 박 사장이 유일하지만, 나중에는 연교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박 사장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여러 번 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선은 예절 같은 걸 뜻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상 구체적인 의미를 알기는 힘들다. 혹시 간섭받기 싫은 내 영역의 끝…을 뜻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문제는 ‘영역’이 무엇을 뜻하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역은 나와 내 주변, 즉 나와 같은 사람까지 포함하는 의미가 아닐까? 그렇다면 없는 티를 내는… 즉 자기와 다른 냄새가 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해석이 자연스럽다.

35. 선을 넘는듯한 김기사 기택.jpg
기택이 선을 넘는 방법

그렇게 생각할 때, 마지막에 열리는 파티는 박 사장의 선 안에 있는 사람이 모이는 것이라 생각된다. 비록 박 사장이 초대한 것은 아니지만, 이 파티에 기우와 기정이 손님으로 초대받았다는 건 선 안의 일원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이때 기우가 다혜에게 “내가 여기에 어울리냐?”고 물어보는 대사는 의미심장하다. 기우는 폭우를 맞은 뒤에 회의감과 위태로움을 느끼며, 어떻게든 비슷한 수준이 돼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따라서 저 대사는 일단 겉보기에 비슷해지긴 했는데, 자신감이 없어졌다는 걸 잘 보여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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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에 어울려?

4. 냄새와 물의 상징성

장면 03에서 주정뱅이가 창밖에 오줌을 싼다. 처음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겠지만, 이 오줌은 기택 가족에게서 냄새가 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기택 가족은 이전에는 오줌 때문에 자기들 몸에 냄새가 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오줌 싸면 좋지 못하다는 생각에 혀를 끌끌 찼을 뿐이다. 마침 기택네로 놀러 온 민혁은 주정뱅이에게 소리쳐 오줌 싸는 걸 막는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민혁은 기택네 집에서 냄새가 나는 걸 알고 있었고, 그런데도 놀러 온 것이다. 아무튼 민혁은 냄새를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아니면 냄새가 싫지만, 그보다 더 강한 무엇인가의 끌림이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는 박 사장의 자세와 완전히 다르다. 왜 다른가? 부류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민혁은 애초에 상류사회에서 태어나서 그런 환경에서 계속 살아왔기 때문에 냄새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다혜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반면 박사장은 서민에서 자수성가하여 (경제적) 계급이 올라간 경우이기 때문에 자기 과거와도 연관이 있는 냄새에 민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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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6 : 물 전쟁

장면 26에서 주정뱅이가 다시 나타나 창가에 오줌을 싸려고 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기우는 이번에는 과감히 돌을 던지며 물을 뿌리며 쫓아내려고 한다. 다송이의 냄새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더군다나 주정뱅이가 오줌 싸러 오기 직전에 가족끼리 냄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냄새의 원인을 줄여보려고 했던 것이다. 이 장면의 세 가지 물의 상징성은 다음과 같다. 행인의 오줌은 냄새의 근원, 기우의 물은 냄새의 원인을 멈추려는 시도, 기택의 물은 냄새를 씻어내려는 물이다. 그냥 서로 섞이고 있는 세 가지 물이 의미가 다르다는 게 재미있다. 또, 기택의 물이 행인이 아니라 기우를 향해 날아가는 것 또한 재미있다. 기택 가족에게서 냄새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암시라도 하는 걸까? 반면, 충숙과 기정은 싸움에 참가하지는 않고 즐겁게 구경만 하고 있다.

이제서야 냄새와 물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냄새는 프레임을 뜻한다. 즉 행동과 말 속에서 은연중에 튀어나오는 가치관을 냄새라고 하는 것이다. 배움이 차이가 나거나, 경제력이 차이가 나는 사람은 말하는 게 다르기 마련이다. 박 사장은 그게 계속 걸렸던 것이다. 그래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 냄새 타령이다. (물론 대사가 직접 거론하는 것은 ‘냄새’라는 단어 그 자체이지만…)

기택네 가족 중에 기정은 처음부터 이걸 알고 있었던 듯싶다. (대화를 보면 가족들도 기정이 자기들과 다르다는 것을 어느정도 알고 있다.) 그래서 박 사장 가족이 모두 캠핑을 가자마자 박사장의 욕실에서 목욕을 해서 자기 냄새를 없애려고 한다. 비싼 생수를 마시는 걸 마다할 리도 없다. 즉 티가 나지 않게 말과 행동을 바꾸려고 노력을 한다. 기우가 목욕하는 기정을 보고 어울린다고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기정도 폭우 속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똥물 속을 돌아다니고, 변기로 역류하는 물을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는 자신을 보며 절망한다. 냄새를 결코 없애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기정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는 순간! 역류하는 변기 위에 쪼그리고 앉아서 숨겨뒀던 비상용 담배를 피는 처량한 모습이 그렇게 완성된다. 또 그 순간에 문광이 죽어가면서 뱃속에 있는 모든 것을 변기에 쏟아놓는 장면이 반복해서 교차한다. 마치 문광이 토한 똥물이 기정이 앉아있는 변기로 솟구치는 것 같다.

61. 변기에 토하는 문광.jpg61. 변기 위에서 담배를 맛있게....jpg

생각을 조금 더 해보자. 생각의 프레임을 알아채는 방법은 두 가지다. 많은 경험과 사고를 통해 알거나, 아예 경험 없이 접하여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자기 프레임으로 모든 걸 재단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프레임이 잘 안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레임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도 경험이 많거나 없는 사람이다. 박 사장네 가족 중에서 경험이 많은 사람은 사회생활을 계속 해온 박 사장 뿐이다. 박 사장은 단순히 회사에서 직원을 대해온 것만으로 경험을 쌓은 것 뿐만 아니라, 애초에 스스로가 자수성가하는 과정에서 하류층부터 상류층까지를 경험해본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경험이 없는 사람은 다송이 뿐이다. 따라서 영화에서 박 사장과 다송이만 냄새를 맡은 건 우연이 아니다. 연교는 박 사장에게 설명을 듣고서야 기택의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된다. 그때 연교는 다리를 앞좌석 등받이 위에 올려놓고 있다. 즉 연교는 기택의 냄새를 자기 발 냄새보다 훨씬 강하게 느꼈다. (원래 자기 건 잘 안 느껴지니까 그런 걸까?)

68. 발 올리고 창문 열고.....jpg
발 올리고 창문 열고….

한편 냄새와 완전히 똑같은 장치가 영화 속에 하나 더 있다. 냄새를 맡는 행동이다. 제일 처음 냄새를 이야기하는 것은 다송이다. 다송이 냄새를 맡으러 돌아다니자 식구들이 말린다. 예의가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엔 비록 기택 가족이 듣고 있다는 걸 모르면서 한 말이었지만, 박 사장이 냄새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아 냄새가 선을 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다. 그 다음은 차 안에서의 연교,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티장에서 죽어가는 근세에게 깔린 차 열쇠를 가져가는 순간, 박사장이 얼굴을 찌푸리며 코를 손가락으로 막는다. 이 행동은 박 사장의 행동이 기택과 근세의 입장에서는 선을 넘은 것이다. 왜 기택이 폭주하게 됐는지 이해가 된다.

37. 기택과 충숙의 냄새를 맡는 다송
기택과 충숙의 냄새를 맡는 다송
81. 냄새에 고통스러워 하는 박 사장 2.jpg
근세 냄새에 코를 막는 박 사장

<기생충>에서 한 종류의 물이 더 나오는데, 쫓겨났던 문광이 근세를 다시 찾아왔을 때 먹이는 분유다. 이건 무슨 뜻일까? (분유가 아니라 미음이라고 제작진이 밝혔다.)

다음에는 비를 살펴볼 텐데, 이 영화에서 물과 비는 상징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주의해야 한다.

5. 비의 상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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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보통 비가 아닌 장마의 폭우다. 폭우가 예상되는 걸 알면서도 박 사장네는 막네 다송의 생일을 기념하는 캠핑을 갔다.

기택 가족 넷은 박 사장 집에 모여 거하게 술을 마신다. 밖에 비가 오건 말건 아주 흥겨운 술자리가 이어진다. 이들에게 폭우 속 천둥과 번개는 대화의 양념일 뿐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며 문광 가족이 등장한다. 두 가족은 어찌 보면 유치해 보이게 싸운다. 이 만남은 비극이 될 것인가, 희극이 될 것인가?

두 가족이 한참 싸우는데, 박 사장 가족이 비가 너무 온다며 캠핑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혜는 자기 방으로, 다송은 마당의 인디언 텐트 속으로, 박 사장과 연교는 소파에 자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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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박 사장네 집에서 빠져나온 기택 가족은 폭우를 뚫고 집으로 온다. 물이 넘쳐 흐르는 수많은 계단과 길을 거쳐서 돌아오는 동안…… 그들의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겨우겨우 도착해 좀 도와달라는 이웃의 요청도 무시하며 집으로 들어가 보지만, 집은 이미 완전히 침수된 상태다. 중요한 것만 챙겨 피난에 나선 가족들! 결국 실내체육관에 만들어진 피난촌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인다.

59. 빗길 속에 삑사리 2.jpg

피난촌에 오니 비의 상징이 무엇인지 바로 보인다. 폭우는 사회의 경제적 대위기, 즉 IMF 같은 구제금융 사태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개인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사회경제체제가 붕괴된 상황을 뜻한다. 하층민은 더 떨어질 곳이 없을 정도의 나락까지 떨어진다. 이 장면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기택 가족을 아주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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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돌 ; 영화를 처음 볼 때 잠시 당황스러웠던……

폭우로 집이 똥물에 잠기는 순간, 기우는 돌(산수경석)이 떠올라 자기에게 달라붙는 것을 보게 된다. 돌은 무엇일까? 장면 03에서 민혁은 산수경석이 재물운과 합격운을 가져다 주는 돌이라고 이야기한다. 재물이 절실해질 때, 그건 사회가 경제적으로 파탄이 났을 때다. 아무리 벌어도 생활이 안 될 때, 사람들은 감언이설에 빠지게 된다. 그럴 때 옆 사람이 큰 투자처가 있다고 꼬득이면, 평소 관심도 두지 않을 것도 적극적으로 달려들게 되는 게 보통 사람의 심리이다. 기우도 물이 차오르는 집에서 부에 대한 환상에 빠져든다. 결국 ‘이것만 있으면 다시 성공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며 쓸모 없는 산수경석을 꽉 움켜쥔다. 그러나 영화 끝에 자연속에 놓인으로 산수경석은 주변의 다른 돌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것이 수석의 본질이다!

65. 오줌에서 지키려던 방이 똥물로 가득 찼다!.jpg

기택이 침수된 집에서 짐을 챙겨나오는 장면은 별 것 없는데도 많은 것을 보여준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예전에 잘 살았던 시절의 흔적을 집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예전의 영광을 추억할 만한 것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기택은 약간의 생필품만 챙긴다. 기택은 그나마 충숙이 전국체육대회에서 받은 투포환 종목의 은메달을 제일 먼저 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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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숙의 은메달

같은 시간, 박 사장 집은 별일 없다. 다송은 부모의 만류에도 미제 인디언텐트를 정원에 치고는 그곳에서 밤을 보낸다. 이건 뭔 짓거리인가? 원래 아메리카대륙은 인디언이 주인이었다. 그러나 백인이 이주하면서 주인이 바뀌었고, 인디언은 모든 것을 빼앗겼다. 역사에 차이가 나다보니 (인디언이 신대륙인 아메리카로 이주한 것은 채 1만 년이 되지 않았다. 구대륙에서 수만 년 이상 역사를 갖고 있던 사람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다. 결국 지금의 인디언은 궁핍한 삶을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여기에 상징을 부여하면, 다송이 인디언을 흉내내는 것은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흉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걸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표현한다.

‘부자가 가난까지 훔치려 한다.’

다송은 인디언으로 가난을 훔치는 것을 넘어서, 비오는 날 미국에서 직구한 텐트 안에서 놀며 훔친 가난을 놀이화하기까지 한다.

57. 빗소리에 잠이 안 오는 다송.jpg
정원에 텐트를 치고 누웠지만, 빗소리에 잠이 안 오는 다송

아침에, 연교는 비 덕에 미세먼지가 없어졌다고 좋아한다. 즉 부자들에게 폭우는 원하는 것을 많이 챙길 기회다. 밤새 엄청 많이 벌어 기분이 좋아진 연교는 기우, 기정을 포함한 아는 지인들을 불러모아 파티를 열 계획을 한다. 세상이 원래 불공평한 곳이라고는 하지만….-_-

폭우 속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 “민혁은 어떻게 했을까?”라는 쓸모 없는 기우의 질문에 기정은 “민혁 오빠한테는 이런 일이 없겠지.”라는 답변으로 이런 인식에 쐐기를 박는다. 민혁은 당연히 연교 같았을 테니까!

6. 쇼파 장면의 분석

폭우가 내리던 밤에 갑자기 들이닥친 박 사장 가족에 쫓겨 기택 가족은 거실 탁자 밑에 숨는다. 아들 다송이 마당의 인디언 텐트에서 자겠다고 고집을 피우자, 박 사장과 연교는 쇼파에서 같이 다송을 지켜보며 자기로 한다. 그리고는 내친김에 박는다. ^^;;; 이 장면은 야하지만 야하지 않고, 인상적인 행동도 없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분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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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야한 장면?!

이 장면에서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연교의 “시계방향”이다. 이에 대해서 박 사장은 “맞어.”라고 하며 손길을 바꾼다. 이 대사가 왜 중요한가?

2005 년에 방송됐던 드라마시티 <주택개보수 작업일지>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무당의 딸이어서 귀신을 볼 수 있는 여자주인공은 흉가에 사는 귀신을 찾아 저승으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극중에서 일을 맡은 주택은 살인사건으로 죽은 사람이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다. 엔딩에서 귀신이 죽은 운전수라고 밝혀지지만, 막상 사건이 일어난 정확한 원인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사건이 모두 해결된 뒤, 돌아온 집주인 남자는 어항 속 해파리를 보며 “예네들은 아직도 살아있네.”라며 놀라워한다. 이 대사에 나타난 문제는 몇 일 전에 이 집에 온 주인공조차도 이게 인공해파리라는 걸 알고 있는데, 계속 살아왔던 집주인 남자는 이때까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주변에 관심이 부족해서 여자가 딴생각을 한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결국 사고 원인의 일정부분은 집주인 남자라는 걸 이 대사 한마디로 알 수 있다.

“시계방향”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이미 애가 둘이나 있는 연교가 알려줘야 할 정도라면, 박 사장도 가정에 무신경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걸 알 수 있다. 딴집살림을, 그것도 상대를 시시때때로 바꿔가면서 하지 않는 이상, 아내에게 듣기는 어려운 말일 테니까! 그러고 보면 박 사장이 가족과 스킨십을 갖는 것은 오직 이 장면 뿐이다. (사실은 연교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더 살펴보자. 이 장면이 벌어지고 있는 소파 문제다. 이 소파는 뒤로 젖혀지면서 침대처럼 변한다고 한다. 그런데 두 부부는 그냥 불편한 소파 상태에서 박는다. 자기 집에 있는 가구의 사용방법조차도 모르기 때문이다.
즉 이 영화의 모든 사건은, 박 사장이 가정에 무신경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여겨진다. 박 사장이 가정에 무신경하다는 건 이 대사와 소파가 아니더라도, 영화 내내 느껴지지만 말이다. 이것은 꼭 이렇게 분석하지 않더라도, 직감적으로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관객들이 수많은 대사 중에서 이 대사 “시계방향”을 가장 잘 기억하는 게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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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손가락을 넣는 클리셰가 다시 등장했다.

어쩌면…. 박 사장의 죽음은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던 기성세대의 가정문화가 죽어 없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7. CCTV

이 영화에서 CCTV 장면은 하나도 안 나온다. 근데 이걸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은 없나보다. 이 리뷰를 쓰는 석 달 동안 여러 번 검색해 봤는데, 아직도 CCTV 이야기를 하는 걸 보지 못했다.

46. CCTV선 잘라놓은 사건
제가 싹뚝 잘랐어요. 잘 했죠?

처음 CCTV가 언급된 것은 장면 29에서 비오는 날 문광이 찾아와 초인종을 누른 장면이다. (물론 이 장면은 CCTV가 아니다.) 문광은 집에 들어온 뒤에, 자신이 온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CCTV선을 잘랐다며 원예용 전지가위를 보여준다. 보통이라면 CCTV가 먹통이 되면 바로 점검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심지어 사건이 모두 끝난 뒤에 나오는 뉴스에서도 CCTV에서 기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만 이야기할 뿐, 선이 잘렸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사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CCTV는 잘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것인데, 실제로는 제 구실을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사건이 일어나고, 그 뒤 뒷수습을 하려는 상황에서도 아무도 CCTV가 어떻게 됐는지 같은 건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90. 기택의 피신과 CCTV.jpg

뒤집어 생각해보자. 이 영화에서 하층민의 사회안전망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준다. 기택 가족도, 문광 가족도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대충대충, 엉망진창…. 그런데 이 CCTV 문제는 상류층의 사회안전망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제목이 ‘데칼코마니’였을 때 씌어진 원고의 흔적이 남아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기생충도 마찬가지다. 누가 누구에게 기생하는 것일까? 기택과 문광네 가족이 박 사장네 기생하는 것일까? 아니면 박 사장이 기택과 문광네 가족에게 기생하는 것일까?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서로 필요에 의해서 서로에게 기생하는 것이다. 어쩌면 공생인지도 모르겠지만, 한 쪽은 기생으로 인식하고, 다른 한 쪽은 별다른 생각이 없다. 아무튼, 이 영화에서 이 공생이 무너지는 것은 둘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일 테고, 신뢰가 무너지는 건 ……

  • 유리창에 비치는 얼굴

사람 얼굴이 유리창에 비치는 장면이 두 번 나온다. 첫 번째는 장면 22로, 문광이 해고통고를 받는 걸 지켜보는 다송이가 유리창에 비치고, 두 번째는 다송이의 생일파티가 열릴 때, 다혜와 기우가 다혜 방에서 대화하는 동안 둘이 각각 유리창에 미친다. 왜 이런 장면이 삽입됐을까? 이 두 장면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던 사람에게 뭔가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첫 번째 장면에서 다송이 유일하게 스킨십을 하던 문광이 해고통고를 받았다. 두 번째 장면에서 기우는 홍수 뒤에 마음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고, 다혜는 기우와 진한 프렌치키스를 하면서 기우 마음에 뭔가 변화가 일어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마음이 심란하다는 것을 유리창에 이중으로 반사되어 약간 흐릿해 보이는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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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다혜의 불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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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유리창에는 선이 하나씩 그어져 있다. 다송과 기우가 비친 모습은 선을 완전히 넘었고, 다혜가 비친 모습은 선에 걸쳐져 있다. 문광과 유리창의 선 사이의 이야기를 생각한다면, 유리창에 비친 상과 선 사이에도 일정한 뜻이 내포돼 있을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장면에서 기우와 다송의 마음은 이 집을 떠난 상태이고, 다혜는 절반쯤 떠나려고 고민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다송이는 그 마음을 이야기할 상대가 없고, 다혜와 기우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 장면 23의 박 사장 대사 정리

장면 23에서 언급만 했던 박 사장 대사 두 개를 살펴보자.

“허허허 아이 그럼요. 사랑하죠. 사랑이라고 봐야지.” 이 대사는 박 사장이 연교를 사랑하지 않거나, 사랑하더라도 스스로 확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 사장 부부 사이에 왜 담 같은 것이 느껴지는지 알 수 있으며, 이는 (앞에서 살펴본) 쇼파 장면이 왜 일어났는지 보여준다.

“하긴 뭐, 아줌마야 쎄고 쎘으니까, 다시 또 구하면 그만이긴 한데, 그래도 여러모로 아쉽죠. 상당히 괜찮은 아줌마였거든, 그 양반이.” 이건 박 사장이 주변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잘 보여준다. 왜 그토록 주변사람이 쉽게 바뀌었는지 말이다. 대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이겠지만! 반면 주변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당장 기택만 하더라도 결국 박 사장과 척지지 않았나!

이 두 대사는 이 영화가 전개되는 이유에 개연성을 잘 보여해준다.

  • 위대하신 박 사장님께

장면 27에서 기택이 “위대하신 박 사장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라는 대사를 읇는다. 이 대사는 근세 입에서 다시 한번 나온다. 뭔가 묘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 기택은 돈이라는 달콤한 마약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 발작 응급처치에 15 분

발작이 일어났을 때 15 분 안에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위험해진다고 연교가 말했다. 박 사장도 믿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이 이야기는 옳지 않다. 어렸을 때 한 번쯤 경귀를 앓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위험한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은 그냥 괜찮아진다. 사실 충숙이나 기택 정도면 그걸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또 연교야 제대로 몰랐다 쳐도, 박 사장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박 사장은 칼에 찔려 죽어가는 사람들은 놔두고, 자기 아들만 챙긴다. 기택이 박 사장을 칼로 찌르는 막판의 파국을 불러오는 직접적으로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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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목장과 귀신의 뜻

영화가 끝날 때 기택은 문광의 시신을 정원에 묻어 수목장을 치뤄줬다고 이야기한다. 기우가 처음 박사장네 집에 방문했을 때 멋지게 가꿔졌던 정원이 이때가 되면 소름 돋는 장소로 변한다. 왜냐하면 박 사장 가족의 멋진 생활이 하층민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모두들 무의식적으로라도 느끼기 때문이다. 도대체 저 정원에 몇 명이나 묻혔을까?

연교는 자기 집에서 귀신이 나와서 그런지 몇 년 동안 사업이 잘 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귀신이란 게 근세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하층민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유지되는 부를 상징한다.

52. 다송이가 복격한 근세 귀신.jpg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다. – 장만월
  • 기우의 계획

기우가 프롤로그에서 돈을 벌어서 박사장네 집을 사겠다는 계획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이 계획이 500 년 이상 걸릴 것이기 때문에, 평생 일해도 못 살 허황된 계획이라고 평했다. 그런데 영화 전반에 걸쳐서 사람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기우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이 평가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은 영화 내내, 기택 가족 중에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것은 기정 뿐이었고, 나머지 세 명은 깊이 있는 생각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근데 또 불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것도 웃기다. 사람들은 왜 기우는 평생 최저임금만 벌며 살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주 오래전 영화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2006 년에 개봉했던 <괴물>의 송강호 기억하는가? 영화 초반부에서는 병든 닭처럼 맨날 꾸벅꾸벅 졸기만 하고, 자기 딸도 지키지 못하던 송강호가 영화가 끝날 땐 도둑질하다가 괴물한테 잡혀갔던 낯선 꼬마애를 보살핀다. 왜 이렇게 변한 것일까? 이정도로 영향이 있을 사건이라고는 병균을 확인한다며 뇌에서 시료를 채취한 것밖에 없다. 의학적으로 뇌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정도로는 사람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시료를 채취한 뒤부터 군대 캠프의 포위를 탈출하고, 괴물을 죽인다. 뭔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기우는 아주 큰 머리수술을 받았다. 기우도 뇌수술이 인격을 바꾸어 사건이 끝난 뒤부터는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생각의 변화 앞에서 돈의 액수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당장 박 사장만 해도 자수성가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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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가 된 기우
  • 인물 전체의 상징성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전체적인 구조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
남궁현자는 박사장네 집을 지은 국내의 유명 건축가였는데, 외국에 나가 살다가 죽었다. 박사장은 남궁현자에게서 집을 산 사업가이다. 기택과 문광네 가족은 별다른 특징은 없지만, 점점 몰락해가고 있다. 민혁은 국내의 영향력 있는 집안 사람인데 외국으로 나갔다. 이런 사람들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특정인물 또는 특정 계층으로 치환할 수 있다. 남궁현자는 이승만, 박사장은 정제계의 기득권층, 민혁은 제벌3세, 기택과 문광네는 서민으로 바꿔볼 수 있는 것이다. (특정인물로 콕콕 적고 싶지만, 법이 무섭다. -_-)

아마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인 정서일 것이다. 그래서 전세계에서 부의 양극화에 대한 영화라고 평가하는 것일 테고….

뒤집어 생각해보면, 영화가 끝날 때 박사장네 집안 역시 남궁현자처럼 외국으로 갑자기 나간 상황이 된다. 그 집을 사서 들어온 외국인…..은 박사장네 역할이 되고, 기택은 지하실에 숨어 살던 근세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영화 속 등장인물의 역학관계는 영화를 시작할 때와 완전히 똑같다. 인물 개개인만 바뀌었을 뿐…. 이게 봉준호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데칼코마니’인 것 같기도 하다.

9. 정리

원래는 아직 말해야 할 것이 많고도 많다. 예를 들어 몇몇 등장인물(기정, 박사장, 피자집 사장 등)이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쓰는 것, 기택의 대사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사태 같은 것, 포스터의 의미, 사람들의 죽음이 뜻하는 의미 같은 것도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쓴 것만으로도 블로그 포스트의 한계를 훨씬 넘어서는 분량이다. 어차피 논문이나 책을 쓰는 게 아닐 바에야 훨씬 이전에 그만두는 게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글을 석 달 반 동안 쓰다보니 이렇게… 이 글을 끝까지 다 읽어주는 분이 몇 분이나 계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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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나오는 세 가족은 부가 수직배열된 계급사회를 상징한다. 그런데 그게 고정된 것이었을까? 아니다. 박 사장 가족은 하층민의 피를 빨아서 부를 쌓은 사람들이다. 반면 문광 가족은 오랫동안 박 사장 가족의 피를 빨아온 사람들이다. 이 두 가족의 관계에 기택 가족이 끼어들면서 평화적인(?) 기생관계에 파국을 불러온 것이다. 그런데 파국 뒤에 이 집에는 새로운 관계가 적립된다. 인간세상은 늘 그래왔다. 빈 자리가 생기면, 그 자리에는 새로운 무언가가 대신 들어온다. 이 과정이 반복되어온 것이 역사이고, 진화였다.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기생충을 박멸하려고 노력하여 편한 세상이 되었는데, 그게 진짜 편한 세상이 된 것일까? 그렇게 하니까 면역력이 나빠지거나 알러지가 심해지는 등의 말썽이 생겼다. 그래서 최근에는 다시 기생충을 접종시키는 것을 의학쪽에서 연구하고 있다. 이 영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기생충이나 세균이 불러오는 증상이 당장은 귀찮을지 몰라도, 결국은 사람을 건강하게 해주는 영향도 있다는 것을….

이건 인체와 기생충(또는 세균)의 관계에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생활에서도 통용된다. 당신 옆에 좀 모자라거나 쓸모없어 보이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이 결국 당신을 살릴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그 사람 입장에서는 당신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니 너무 박하게 굴거나 내치지 말자. 우리 사회가 그걸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각종 왕따 문제나 군대의 고문관 문제 같은 것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ps1. 삑사리는 이곳으로….

ps2. 참고로 적어둔다.
내가 간 상영관은 아트모스를 지원하고 화면이 큰 상영관 세 곳이었다. 그런데, 코엑스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영등포는 아트모스는 고사하고 집에서 컴퓨터로 보는 것보다도 소리가 훨씬 안 좋았고, 상암은 화면에 초점이 안 맞았다. (처음 보러 갔던 코엑스에서 이랬다면 그냥 밖으로 나가서 항의했을 것이다. 아… 기억이 희미해져서 두 상영관의 문제점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메가박스는 상영관 관리 좀 잘 해 줬으면 좋겠다.ㅜㅜ

5 comments on “[기생충] – 기생충의, 기생충에 의한, 기생충을 위한 정치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게… :: 영화를 이미 본 사람을 위한 감상평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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